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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유년기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9-05-11 22:3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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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424

제목

[칼럼] 유년기

글쓴이

박두호 [가입일자 : 2003-12-10]
내용


오랫만에 글을 올리네요. 이번 글은 제 느낌, 제 섬세한 지각을 담아 쓴 글입니다. 예전 글이 미사여구와 기교에 의존한 의미 없는 외면적 글이라면, 이번 글은 의미에 관한 내면적 글입니다.







어린 시절, 나는 나약하면서도 이상하게 삶의 곳곳에 잠재되어 있는 아이러니를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해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한 개인에게 주어진 불행의 시초이자 진정한 의미에서 도출될 수 있는 '정신분열'의 명백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었다. 또한 나는 기구하게도 여러가지로 비굴해질 수 밖에 없는 사악한 인물들에 엮여져서 말할 수 없이 힘든 삶을 살아왔다. 이 인생의 수레바퀴는 어느 모로 보나 재수 없고, 비정상적이고, 신경증적이었다.



나 자신이 이런 부끄러움을 마다할 정도로 도덕적이라거나 훌륭한 군자도 아니거니와 그런 연유로 나는 내 삶을 자신있게 어디 내놓을 그런 정당한 삶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당하지 못한 삶, 그것은 비극도 희극도 아닌, 의미 없는 쓸모 없는 삶이었다.



나는 과거에 집착하는 행위를 그것이 미학적인 범주에 드는 한 요소라면, 또한 아름다움에 대한 뿌리깊은 관조라면 거기에 대해 '지극히 예술적인 행위'라고 명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를 산다는 것, 그것은 무너저내린 영광을 뒤로한 채 슬픔에 집착하는 예술가들의 도식이다. 나의 어렸을 적 페르소나의 내면에선 확실히 이러한 내재적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 수채화를 보고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은은하고 내양적인 위안 또는 안식. 나의 예술성은 커가면서 점차 그 빛을 잃은 영혼처럼 잃어갔지만 그 불꽃은 꺼져가면서도 다시금 살아나 나의 본질의 최고의 가치를 전개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것이 곧 나였고 세상에 존재하는 '소중함'이었다.



다만 나는 현실의 더러운 면, 일상이 불러일으키는 속물성의 요소들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예술적인 삶을 살아가려면 항시 동전의 앞면과 뒷면을 보게 된다. 동전의 앞면은 항상 진실이 뭔지 내게 가르치고 거기에 존속하게 하려 하지만, 그것은 영속적이지 않고 결국 뒷면으로 넘어간다. 예술의 영원함은 유쾌함의 모습으로 찾아올 수도 있고 휴머니즘적인 열광 혹은 예에서 말한대로 형용하기 어려운 슬픔의 양태로도 찾아올 수도 있지만, 속물성은 일소적으로 찾아와 내게 부추긴다. "너의 미래에 넌 뭐가 될 것이냐" 이렇게 끊임없이 내게 걱정거리를 안겨준다. 단순히 인생을 즐기려는 관점과 현실성이 대치되면서 여기서도 새로운 아이러니가 창조된다. 지금 내가 글을 쓰는 행위도 거기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 왜냐하면 내 글의 말하고자 하는 바와 기교는 항상 대립함으로써 하나의 글이 도출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든다는 건, 이를테면 유년기에서 청년기로 넘어간다든지, 청년기에서 장년기로 넘어간다든지 단순히 나이의 횟수가 올라갈수록 영혼의 질은 수축한다고, 예컨데 진실성의 질은 내려간다고 난 믿는다. 나는 결코 다시는 유년기의 여리면서도 도도한 향취는 느낄 수 없으며 그저 힘만 잔재한 청년기를 살아가야 한다. 물론 유년기에는 표현의 능력이 청년기에 비해 부족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재와 같이 이렇게 글을 쓰진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아름다음에 관한 고취, 자족적인 아름다움에의 관조는 그 어떤 시절에도 비할 바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재능이 아니다. 재능은 외피에 불과하다. 중요한 인생의 사실은 비평할 수 있는 능력, 즉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내양적인 현현의 움직임의 가치가 중요하다 생각한다.



나의 유년시절은 슬프면서도 장구했다. 나는 왜 거기에 계속 집착하는가? 왜 거기에 있는 본질을 청년시절에 에두르면서 끌어내리려 하는가? 왜냐하면 유년시절이야말로 환상의 본질을 감싸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연을 자연 자체로 즐기지 앞으로 닥쳐올 천가지 만가지 생각을 하지 않는다. 모든 제대로 된 문필가들은 유년시절을 모태로 글을 쓴다. 그들이야말로 예술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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