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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기] 9. 안녕 이르쿠츠크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9-05-10 22:14:56
추천수 0
조회수   660

제목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기] 9. 안녕 이르쿠츠크

글쓴이

정하엽 [가입일자 : 2002-11-28]
내용
오늘 오후 시간이 남아서 또 하루치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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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3일 여행 7일째

시간이 널널한 날이라 느즈막하게 일어나려고 했는데 눈을 뜨니 8시다.
도시락면으로 아침을 떼우고 맥심커피한잔을 마시고 나서 9시 조금넘어 밖으로 나간다.
기온은 어제하고 비슷하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 상당히 춥다.

칼 마르크스 거리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본다.
레닌로와 만나는 4거리를 중심으로 북쪽은 번화가였지만 그 남쪽은 중후한 건물로 이어진 조용한 거리다.
멋있게 지어진 드라마극장을 왼쪽으로 끼고 길을 따라 내려가니 붉은색 벽돌의 작은성같은 국립박물관이 보인다. 마치 워싱턴 D.C의 Mall에 있는 Castle 과 닮았다.

박물관을 마지막으로 길을 끝나고 그 길과 연결되어 앙가라 강둑을 따라 강변도로가 다시 좌우로 뻗어있다.
강변의 겨울나무는 강바람에 얼어서 벌벌떨고 있다.

마르크스로와 만나는 강변쪽 작은 광장에 동상이 보인다.
길을 건너 가보니 러시아의 상징인 쌍머리 독수리가 날개를 펴고 있는 좌대위에는 시베리아 횡단철로의 개척자인 Alexander 3세의 동상이 찬바람을 맞고서있다.




강변도로를 따라 다리 쪽으로 올라가본다.
북풍을 맞으며 걸으려니 버프로 무장한 코아래는 참을만 한데 노출되어있는 이마가 얼어버릴것 같다.
장갑낀 손으로 이마를 따스해주면서 걷는데 가이드 북에서 본 무시무시한 글이 떠오른다.
시베리아에 한파가 몰아치면 뇌가 얼어서 죽는 동사사고가 발생한다는 다소 황당한 경고가 실감이 난다.

5분정도 걸어가니 인류최초의 우주인인 유리 가가린의 두상이 보인다.
Lonely planet에 의하면 그는 이도시에 태어난적도 자란적도 없었다고 하는데 왜 그의 두상이 여기에 있는지는
자신들도 모른다고 한다.
아무튼 내가 걷고 있는 이길은 가가린로 이다. 거리 이름에 따라 그의 두상이 세워졌는지 그의 두상을 따서 거리이름을 지었는지는 모르겠다.

계속 걷는데 입김이 올라와 안경이 뿌옇게되어 장갑낀 손으로 스윽 닦았는데 닦여지지 않는다.
안경을 벗고 보니 입김이 안경알에 얼어붙어버렸다. 장갑을 벗고 손톱으로 벗겨내고 나서야 앞을 제대로 볼 수가 있었다.
걷다가 길건너를 보니 인뚜리스트 호텔이 보인다.
그저그런 호텔의 하나지만 나에게는 반가운 곳이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소개한 서길수 교수의 책에서 그가 소련에 처음 도착해서 묵은 호텔이 바로 이호텔이라고 소개하면서 책에 사진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그당시에는 사회주의 시절이라 모든 외국여행자는 바로 국영여행사가 직영하는 이호텔에서 묵어야 했던 것이다





호텔을 오른쪽으로 끼고 조금더 가니 이 도시에 처음도착하던날 건넜던 다리가 나타난다.
다리아래를 지나 도시 북쪽으로 올라간다.
다리를 경계로 북쪽은 공장지대가 나타난다.



여기저기 녹슬은 기계들이 나뒹구는 쇠락한 거대한 공장이 멈춰선채 조용히 눈에 덮여있다.
어느 도시에나 밝고 화려한 불빛뒤에 이렇듯 남루한 곳이 있는 법이다.

조금더 걸어가자 광장이 나타나고 광장 중앙에 영원의 불이 매서운 추위와 싸우려는듯 파랗게 타고 있다.
러시아의 어느도시에서나 조국을 위하여 혁명을 위하여 죽어간 이들을 기리는 '영원의 불'은 타오르고 있다.
그 주위에는 언제나 병사들이 부동자세로 호위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막 결혼한 부부들은 그 도시에 있는 영원의 불을 찾아 기념촬영을 한다고 하니 정부에 의한 형식적 예우를 뛰어 넘는 존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영원의 불꽃 에서 도시쪽으로는 신전처럼 웅장한 건물이 버티고 있다.
지금은 시행정부 건물이지만 사회주의 시절에는 공산당사였다고 한다. 어느나라 할 것없이 사회주의 정권은 건물쪽에 엄청난 공을 들인다.
사회주의 이념자체가 자연발생적으로 흘러온 역사를 인간이 주체적으로 앞당기고자 하는 이념을 바탕으로 하다보니 건축물 또한자연에 대한 인간의 우위를 강조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광장 북쪽에는 그들과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의 건물이 서있다.
바로 1706년에 세워진 스파스카야 교회이다. Lonely planet의 영어표현을 번역하자면 구세주교회 쯤 된다)
교회안에는 이교회의 역사를 보여주는 몇개의 사진이 있는데 원래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몇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적군과 백군의 내전으로 파괴되고 원래 부속건물이 있던 자리에 공산당사가 들어선것이다.

스파스카야 교회 북쪽으로 두개의 교회가 더 있는데 하나는 정교회인 바가야부레니에 교회 다른 하나는 시베리아 유일의 카톨릭교회인 폴리스키 교회이다.
이름그대로 폴란드 유배자들이 세운 교회이다.





추위를 견디기 힘들어 스파스카야 교회에 문을 열고 들어가서 몸을 좀 녹이다가 다시 나와 구 공산당사쪽으로 나서니 넓다란 광장이 펼쳐진다.

광장 북쪽에 이곳에서 가장 큰 호텔인 앙가라 호텔이 보인다.
몸도 녹일겸 환전도 할까해서 들어가본다. 입구에는 이종격투기 선수같은 인상의 두명의 가드가 위압적으로 서있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모스크바에서도 레닌그라드에서도 왠만한 큰 가게에는 이런 가드들이 지키고 있었다.

환전이 가능할지 안내데스크에 물어보니 환전은 안한단다.
잠시 몸을 녹이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광장을 둘러싼 건물은 하나같이 멋있다.
공산당사와 마주보는 건물의 이마에 다소 이질적인 부조가 박혀있다.
그림으로 짐작컨데 광업관련 기관건물인듯 하다.
나의 짐작이 맞다면 원래의 건물에 새로운 부조를 설치했을것이다.
사회주의 선전물이라고 폄하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그림을 좋아한다.






돌아오는 길, 저렴해 보이는 이태리 음식점을 발견하고 들어가서 이도시에서 마지막 한끼를 먹었다.
재미있는것은 부페식이긴 한데 자신이 원하는 음식을 접시에 담아가면 무게에 따라서 계산을 하는것이다.
먹는 사람입장에서는 편하지만 파는사람입장에서는 음식의 무게당 가격을 비슷하게 맞춰야 하니 꽤나 고심했을 것이다.

밥을 먹고나서 근처 수퍼에 들러 앞으로 3일동안 기차에서 먹을 요기거리를 샀다.
그래봐야 빵두조각이 전부이지만 .. 사실 과일을 좀 사려고 했지만 너무 비싸서 포기했다.
결국 기차역앞에서 도시락면 2개 스프1개 쥬스한병을 사는 것으로 3일간의 여행준비를 마쳤다.

숙소로 돌아와 짐을 챙기고 이틀치 방값 120루블을 지불했다.
떠나기전 아나스타샤에게 사진을 한장찍어도 괜찮을지 물어보니 잠깐 기다리라면 방으로 들어가서 머리를 다시 빗고 나와 포즈를 취해준다. 예쁘게 웃는 그녀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고 나서 악수를 한후 헤어졌다.

거리로 나오니 싸락눈이 내린다.
아침에 자주다니던 트램은 10분이상 기다려서야 사람들을 꽉채운채 도착한다.
커다란 배낭을 멘 나는 겨우 마지막에야 몸을 들이밀 수 있었다.
겨우 팔을 뻗어 운전수겸 매표원 아줌마에게 표를 샀다.

운전석에서 멀리있는 사람은 옆사람에게 전달해서 매표구까지 돈을 전달하면 반대로 차표도 같은 방식으로 돌아온다.
이미 합의된 의무인듯 사람들은 돈과 차표를 무표정하게 주고 받는다.
잠시후 표검사 하는 사람이 한번 지나갔는데 안샀더라면 큰일날뻔 했다.

앙가라 강을 건너는 트램안에서는 귀에 익은 음악이 흐른다.
러브스토리의 테마음악이다. 다소 뜬금없지만 여기가 러시아이건 미국이건 눈은 오고 음악은 흐르고 여행자는 그저 현재를 즐길 뿐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기차역 여기저기를 구경하다가 시간에 맞춰 플랫폼으로 내려간다.
지하동굴처럼 컴컴한 계단을 따라 내려가서 해당 플랫폼의 번호를 찾아 올라가니 기차는 블라디보스톡에서 올때탔던 군용열차풍의 기차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록 현대적이었다.
흰색와 푸른색이 어우러진 시원한 도장의 기차에는 바이칼 그리고 그아래 모스크바라고 쓰여진 글씨가 또렸하다.









지극히 사무적이었던 차장의 서비스정신도 다를까 싶어 기차표와 여권을 확인하고 난 차장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해보았으나 역시나 그건 안되었다.

객차로 올라가서 방을 찾아가니 4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신사한분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가볍게 목례를하고 건너편 자리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니 모든것이 예전에 비해 훨씬 고급이었다.
비슷한 거리지만 가격이 높은 이유를 알만하다.

표를 보니 아랫층 침대라 블라디보스톡에서 했던대로 그냥 당당하게 2층침대에 짐을 풀었지만 잠시후 나타난 차장이 친절하게도 제자리를 찾아서 내려가라고 한다.

조금있으니 전형적인 러시아풍의 제복을 입은 두사람이 나타나서 윗칸 두개를 나눠서 올라간다.
출발부터 꽉차서 가다니... 앞으로 3일간 이렇게 꽉찬 객실안에서 보내는게 아닌가 싶어서 살짝 우울해진다.
이럴때는 일단 잠을 자는게 최고다.
어제 늦잠도 잤고, 오전내내 추위에 벌벌떠느라 피로가 쌓였는지 잠이 슬슬오기도 한다.

옷을 갈아입고 자리에 누워 눈을 감는다. 덜컹하며 기차가 움직인다.
안녕 이르쿠츠크 .... 나는 잠결에 이르쿠츠크와 이별한다.



* 여행중 메모리 분실사태로 인하여 게시물에 있는 대부분의 사진은 인터넷상에서 구한 자료사진임을 밝힙니다.
비슷한 시기 비슷한 구도로 찍은사진을 찾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역시 인터넷에는 없는게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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