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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물질적인, 너무나 물질적인 5회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9-05-04 14:2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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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443

제목

(연재소설)물질적인, 너무나 물질적인 5회

글쓴이

최석재 [가입일자 : 2009-05-01]
내용
5회







33세.



우린 지금까지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서울 두 곳과 지방 다섯 군데에 쇼핑몰을 분양했다.







우린 결심했다.



우리가 직접 시행사를 해보자고.







서울의 마지막 남은 자리 영등포에 부지를 마련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싶었고 지분도 많이 갖고 싶어서 내 전 재산과 빚까지 얻어 투자했다.



일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아..............



그러나 이익이 적당히 났을 때 빠지는 것이 모든 투자의 정석이다.



일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세 방향에서 날 괴롭혔다.







첫 째, 세무 당국의 조사가 시작됐다.



많지 않은 나이에 대규모 금융 거래가 있었고 융자를 얻는 과정에서 은행 직원과 갈등을 빚다가 주거래 은행을 바꾸자 담당 직원이 국세청에 투고를 한 모양이다.







둘 째, 회사 내부의 분란이다.



공동 투자자들끼리 이견이 있었고 워낙 고액 투자이다보니 서로 양보가 힘들었다.







셋 째, 분양률의 저조.



막차를 탄 꼴이었다.



쇼핑몰에 돈이 몰리자 너도나도 뛰어들어 포화상태가 된 것이다.























결국 난 만신창이가 되어 모든 것을 잃었다.



사람들은 떠나갔고 난 사기꾼 소릴 들었다.







마치 한여름 낮잠에서 깨어난 몽롱한 기분 같았다.



머릿속이 하얘지며 생각 기능이 없어졌다.







앞으로 뭘 해야할 지.........



내가 뭘 잘못했고.........



난 지금 뭘 하고 있지...........























제주도로 내려갔다.







서귀포 파라다이스 호텔.



예전부터 제주에 오면 묵었던 곳이다.







회반죽으로 발라 곡선으로 처리한 지중해풍 인테리어와 아기자기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정원이 무척이나 맘에 들던 곳이다.







그러나 이 호텔에서 제일 맘에 들었던 건 산책로다.







바다 절벽위에 난간을 만들어 조성했는데 그 아찔함과 비경, 진주색 오일을 풀어놓은 듯한 파도의 부서짐........



가장 좋아하는 곳에 가장 큰 비극이 있구나........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다.







엄청난 행운이 엄청난 재앙으로 바뀌자 이 모든 상황은 내 정신을 분해해 버렸다.



난 살아있어서 이 모든 걸 주시하는 게 싫었다.







이 곳을 빠져나가야 한다.



필요한 건 죽음이다.......























일주일이 그렇게 흘러갔다.







술을 마시고 무의식에 빠져 잠들고, 깨어나면 살인적인 허기를 느끼고 닥치는 대로 먹다 토하고, 여자를 불러 강간하듯 섹스했다.







육체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뇌는 정지했으니까.......







시간이 흐르면서 정상적인 의식이 조금씩 찾아오기 시작했다.



절벽 아래로 몸을 던지는 건 너무 쉽다.







이대로 게임을 멈출건가?



내 미래에 더 남은 게 있나?







.................



있는 것 같다!







뭔진 모르지만 죽고 싶지 않았다.







난 더 살아 보기로 했다.



아니 더 큰 만신창이가 돼 보기로 했다.







저 멀리 돛을 편 요트 하나가 너무나 아름답고 고요하게 수평선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난................... 이 아름다움을 소유해야만 한다!























서울로 올라왔다.







파라다이스 지배인 이경석.



그에게 큰 빚을 졌다.







그는 내가 잘 나가던 시절부터 알았지만 지금의 내 모습에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열흘 동안의 호텔 비용을 나중에 받겠다며 자신이 비용처리했다.







오히려 그는 올라오는 내게 봉투를 하나 주며 꼭 재기하라고 격려 해주었다.







난 눈물이 났다.



난 이제 아무 영향력도 없고 배신당하고 사기꾼 소리까지 들었는데......























34세.



종로에 실내 포장마차를 차렸다.







돈이 없어서 주변에서 어렵게 삼천만 원을 조달해서, 고물상과 중고센타를 돌며 집기를 마련하고 직접 망치질과 전기 배선까지 했다.







차단기가 내려진 줄 알고 펜치로 전선을 절단하다가 '쾅'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는 걸 보고 기겁을했다.







손잡이 부분에 고무처리가 돼 있지 않았다면.....







그런데도 난 헤벌쭉 웃고 말았다.



지옥에서 방금 걸어 나온 내가 전기 합선쯤으로 죽을 리는 없을 테니까......























이상한 일이었다.



후미진 골목에 가게가 있었고 전단지 한 장 돌리지 않았는데 첫 날부터 손님이 꽉 찼다.







난 정신이 없었다.



주방엔 두 명, 홀엔 나 혼자, 테이블은 열세 개.



혼자서 써빙과 계산을 다 할려니 힘들었다.







그 때 어떤 손님이 탄성을 질렀다.











"눈이다!"











첫 눈이다.







창밖엔 새하얀 눈송이가 첫 눈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도 포근하게 내리고 있었다.



손님들이 축하한다며 개업 첫 날 눈이 오면 대박이라며 박수 쳐주었다.







난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소주 한 병씩을 서비스하며 화답했다.



팔 개월을 영업하고 권리금을 받고 팔았다.







빌린 돈을 제하고도 팔천만 원이나 남았다.























소주를 파는데 매상의 한계를 느낀 난 양주를 팔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분당에 예쁜 아가씨를 고용하고 열심히 했으나 매출이 신통치 않았다.







일 년간 고전하다 손해를 보고 접었다.



다시 실내 포장마차를 열었다.







다시 잘 됐다.



난 포장마차 체질인가 보다.............























38세.



장사는 이제 다 접었다.







장사의 나쁜 점, 특히 술장사의 나쁜 점은



첫 째, 술을 많이 먹게 된다는 것.



둘 째, 밤잠을 못 잔다는 것.



셋 째, 남의 담배 연기까지 다 마신다는 것.







장사를 몇 년 하다보니 몸은 망가지고 큰 돈이 안 된다는 걸 알게 됐다.



시간 날 때마다 인터넷으로 온갖 정보를 훑고 다녔다.























그러다 눈에 띈 것!



중국이다!







중국은 사람들이 십 년전부터 주목했는데 난 지금에야 눈에 들어온다.



내가 주목한 건 주식이다.







연평균 10%대 경제 성장.



2008년 북경 올림픽.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



1200조원 투자의 서부 대개발 사업.



15억의 내수시장.







호재가 엄청났다.



가만 생각해보니 내 몸은 여기 있어도 내 돈은 세계를 다닐 수 있다.







굳이 좁은 국내에서만, 그것도 어느 업종이든 세계 최고의 경쟁률을 가진 한국에서만 돈벌이 할 이유는 없다.







앞으로 이 삼 년안에 원금 대비 500-1000%는 무난하리라는 계획을 짰다.



내심 2000-3000%를 바랬다.







실제로 2001년에 그런 폭등이 있었다.



살고 있는 전셋집도 월세로 바꾸고 차도 팔고 가게도 정리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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