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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사랑하는 똥개를 버리란 말입니까?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9-04-29 19:09:47
추천수 0
조회수   3,547

제목

그렇다고, 사랑하는 똥개를 버리란 말입니까?

글쓴이

이문준 [가입일자 : 2002-08-07]
내용


우리집에는 동거하고 있는 똥강아지가 두 마리 있습니다.



한 녀석은 이제 두 살이 조금 넘은 거세된 숫컷이고, 또 하나는 얼마 전에 합류한 암컷입니다.

아직 돌도 안된 녀석이구요. 둘 다 말치스종(種)입니다만, 100% 순종인지 어떤 지는 모르겠습니다.



인간과 개가 공존을 시작한 것은 수만 년 이상이나 된 역사라고 합디다만, 아무튼 그런 오랜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개란 존재는 스스로의 유전자 속에 '인간을 주인으로 섬겨라'는 명령이 각인된 것인지

개 짐승만큼 인간을 따르고, 충성을 바치는 동물은 없습니다.



물론, 우리집 똥강아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동거를 시작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러, 볼 꼴

안볼 꼴 다 봤다는 심산인지, 아니면 저도 나잇살을 먹을만치 먹었다고 그러는 지는 모르겠으되

주인네 식구들을 대하는 태도가 좋은 말로 하자면 점잖아졌고, 좀 꼽게 보자면 심드렁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숫컷 '몽이'와는 달리, 신참이라 할 '꼬몽이'는 왼종일 꼬리가 쉬는 법이 없을

정도입니다.



퇴근해서 집에 들어서는 주인 발자국 소리까지 캐치할 정도가 되어서는 반갑다고 몸살을 칩니다.

'낑낑' 비명인지 신음인지를 질러가며 덤벼드는 통에 신발끈을 풀기가 어려울 정도로 말이죠.

얼핏 귀찮은 생각도 들법 하지만, 어쨌건 행복한 순간입니다. 자고로 '사랑받는다'는 것을

싫어할 존재는 없으니 말입니다. 특히, 작은 녀석은 집에 데려온 이후로 몇 번 버릇을 들였더니

잠 잘 시간이면 침대로 올라와 제 품 속으로 파고들어 자리를 잡습니다. 그런 녀석을 저는 마눌님

들으랍시고 '애첩'이라 부릅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이, 이 강아지들의 무한 애정공세에는 반대급부가 따릅니다.

시간마다 먹여줘야지, 때 되면 동물병원 데려가 예방접종이니 뭐니 하면서 지갑도 열어야지, 수시로

목욕시켜야지, 산책도 시켜줘야지.....



그중에서도 가장 처치곤란한 부분은 역시 '똥 치우기'입니다.

안방 앞 베란다에 마련해둔 전용 배설장은 사흘이 멀다하고 두 마리가 내질러놓은 배설물로 넘쳐날

지경입니다. 아무리 사료만 먹여서 키운다 한들, 대소변이 주는 후각적-시각적 불쾌감은 만만치

않습니다. 셋이나 되는 딸들도, 마눌님도, 강아지들을 그리도 귀여워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그 처리는 대부분 이 글을 쓰는 필자의 몫으로 떨어집니다.



신문지로 배설물을 꼭꼭 싸서 치우고, 냄새제거제를 꼼꼼하게 뿌려서 닦아야 합니다. 물론,

똥 치우는데 쓰는 신문은 조선일보입니다. ^^ 그 쓰레기는 다시 검정 비닐봉지에 넣어서

최종적으로 쓰레기 봉투에 투입됩니다. 아무리 해봤자 5분 정도면 마칠 수 있는 작업입니다만,

강아지들과 동거생활을 하는 한 영원히 계속되어야 할 작업이라는 점에서 귀찮기 짝이 없는 것이죠.



에휴~~~~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누구 말마따나, 그렇다고 사랑하는 강아지들을 버리란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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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왕 하는 얘기니 말입니다만, 강아지가 내질러놓은 똥이 더럽다고 강아지를 버릴 수 없듯이,

강아지 똥이 더럽다고 살던 집을 버리고 가출할 수도 없는 법이죠.



음악 좀 듣는답시고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다가, 발길이 닿은 이곳 와싸다 사이트에 얼굴을 들이민

지도 어언 7년이 다되어 갑니다. 이곳을 통해 그닥 각별할 것까지도 없는 취미활동의 한켠과 함께

세상 돌아가는 소소한 얘기로 이런저런 분들을 만나는 귀중한 기회도 있었고, 때로는 정치-사회적

이슈를 놓고 부질없이 얼굴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잘 날 것도 없는 직장이 이메일 주소를 통해

알려지면서, 소위 진보적 회원들의 공격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그렇긴 합니다만....



저도 인간인 이상, 얼굴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퍼부어지는 비난과 욕지거리 앞에서는 솔직히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누천년을 내려온 관습처럼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단어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나, 어쩌리요... 어느날 문득,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이곳을 찾아와 간단한 회원등록 절차를

거친 이후, 벌써 7년의 연륜을 가진 회원이 되어버린 것을 말이죠. 현재 이곳이 저에게 궂은

자리건, 편한 자리이건 간에 이곳에서의 별 볼 일 없는 활동은 제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음을

말입니다.



비록, 저 위의 사진(사진은 올릴 방법이 없어서 패스합니다)처럼 내갈겨지는 강아지 배설물에

대해서는 잠시 인상이야 찌푸려지긴 하지만, 강아지 똥이 더럽다고 강아지를 버릴 수도, 집을

뛰쳐나갈 수도 없는 것처럼 저는 아직까지 이곳 자체를 폄하하거나 떠나버릴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습니다. 더러운 강아지 똥은 치워버리거나, 그럴 능력이 안되면 무시해 버리거나, 그것도 아니면

강아지 스스로가 화장실 변기로 올라가서 배설물 정도는 스스로 처리해버릴 그 언젠가를 묵묵히

기다리는 방법도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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