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상황 설정을 해봅시다. 응급실에 한 어린 아이가 손에 상처가 심하게 나서 세척과 소독 및 봉합도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우 약으로 재워서 할 수도 있지만 4,5세가 넘으면 잘 안자거든요. 재워서 한다는 게 사실 안전한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달래고 설득도 하고 이게 안 되면 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여러 명이 달래면서 붙잡고 그럽니다. 여러 명이라고 했는데, 이런 경우 응급실 인력 거의 다 동원되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울고불고 소리도 지르고요. 멀리서 보면 사람들이 아이하나 잡는다고 봅니다. 하지만 역으로 보면 아이하나가 어른 여럿을 잡는다고 볼 수도 있거든요.
몇몇 분들이 외칩니다. ‘왜 아이를 못 잡아서 안달이냐…….’ 사실 좀 이런 소리 들으면 억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는 자기가 여러 어른들 잡는다고 생각을 못하죠. 그래서 아이가 여럿 잡는다는 말은 안합니다. 아이들에게 입장 바꿔 생각해봐라식의 요구는 지나친 거죠.
하지만 다 큰 어른이 이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다 큰 어른이 ‘왜 나를 못 잡아서 안달이냐’ 소리 지릅니다. 달래기도 죄송하고, 억지로 달래보려 해도 ‘ㅋㅋㅋ’ 거리고 나서 도망가 버리고……. 참 여러사람 힘들게 하는겁니다. 조롱이라는 것은 이럴 때 나옵니다.
요새 제가 좀 삭막해진듯합니다. 댓글로 남을 욕하거나 하는 것은 저도 참 싫어했는데요. 요즘은 2MB에 적응이 돼서 그런지, 지쳐서 그런지……. 화도 잘 안 납니다. 도덕과 예의에도 좀 둔감해지고요. 그렇다고 모두 남의 잘못으로 돌리지는 않습니다. 내안에 허물들을 같이 느낍니다.
여로 모로 힘든 시기입니다. 조롱하고나서도 좀 찜찜한 느낌때문에 궁색한 변명해보았습니다. 조금더 조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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