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대전 사는 최원길이라고 합니다.
오랜 동안 LP 음악 도우미로 활약해오던(라디오 듣느라 별로 사용도 하지 않았지만요..) 로망스 오디오의 키트제품 마란츠 7형 진공관 포노 EQ를 내보내고 5755라는 진공관을 이용한 CR형 포노 EQ 공제품을 들인지도 1년이 넘는군요. 5755 포노 EQ는 힘차고 시원시원한데다 빈 곳이 느껴지지 않는 소리를 들려주고 있어서 제게는 만족스러운 소리로 느껴집니다. 그 즈음부터 LP에 좀더 시간을 할애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관련된 정보들에 대해서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저가형 MC 카트리지를 Ortofon T-20mk2 승압트랜스와 연결하여 사용하고 있었는데.. 색다른 소리를 들어 볼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다른 MM형 카트리지와 헤드쉘도 구해보고 하다가... 흥미로운 승압트랜스 관련 정보를 보고서 한번 따라해 보기로 했습니다.
승압트랜스와 카트리지 사이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할 조건들이 많으나 그냥 몇가지 단순한 정보만으로 주물러 볼 생각을 했습니다.
레코드 홈을 따라 움직이는 바늘의 움직임이 칸틸레버를 통해 고정된 자석내부에 위치한 코일을 움직임으로써 전기가 발생되어 음악신호를 재생해내는 MC 카트리지는 자석이 움직여 전기를 발생시키는 MM형 카트리지에 비해 전압은 낮지만 상대적인 자석의 크기가 커서 높은 전류의 신호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콘덴서 마이크와 유사한 점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PA용 앰프에 마이크를 연결할 때 임피던스 매칭 및 증폭역할을 하는 Mic Input 트랜스들이 MC 카트리지의 승압용 트랜스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정보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몇몇 트랜스들은 이미 명성이 자자해져 가격도 상당히 올라가 있는 상태고요. 과거 빈티지 기기용부터 근래의 프로용 기기에 사용되는 마이크 입력트랜스들까지 많은 트랜스들이 MC 카트리지의 승압용 트랜스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LP에 대한 관심을 넘어 열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본인은 열의라 할 수는 없지만 그냥 흥미를 가지고 한 번 접근해 보기로 했습니다.
장터에서 마침 Altec사의 15095라는 트랜스를 한조 구할 기회가 있었고 RCA 단자 4개를 연결하는 간단한 작업으로 바로 테스트해 볼 수 있었습니다. Altec사 제품이지만 Peerless에서 제작되었는지 꼭 Altec/Peerless로 표기하더군요. 입력 임피던스는 150옴, 출력 임피던스는 15kohm으로 게인은 10배 정도로 높지 않은 편이었으나 맑은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사실 기존의 트랜스와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는데 그냥 느껴보려 한 것이지요.. 귀가 사실 그리 예민하지 않으니 어찌 보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 이후 환등기, PA 앰프 등 이것 저것 많이 만들던 Dukane사의 3A55, 3A25, Harman Kardon XT-1, 엄지 손가락 끝마디만한 크기의 독일 Beyer Dynamic사 STR/BV37775, 9핀짜리 진공관 소켓에 끼워서 사용하기 편리한 Bogen사의 T-200, TM-200, 유명한 UTC사의 1온스급 Ouncer시리즈 O-8, 작고 이쁜 모양새의 Motorola No.225C1016 트랜스, Beyer Dynamic이라고도 하고 Tamura라고도 하는 족보는 모르지만 소리는 괜찮은 트랜스 등 여러 가지 트랜스에 대한 실험이 이루어졌고 내 귀에 억지를 부려 골라 뽑은 Dukane 3A25, Harman Kardon XT-1, Triad A-12J를 남겼습니다. 그렇다고 나머지 물건들이 모두 내곁을 떠난 것은 아닙니다. 보내려고 해도 원하는 분들이 별로 없는 것 같더군요... 저렴하게 쓸만한데... 완성품이 아니므로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요...
남겨진 트랜스들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아무래도 케이스가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노이즈도 차단해야 하고 스스로도 귀하게 여기는 물건이 되려면 케이스는 꼭 필요한 것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트랜스를 진공관처럼 케이스밖으로 노출시켜 설치하는 경우가 있는데 노이즈에는 취약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사용해본 트랜스들 중에는 노이즈에 특별히 취약한 물건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멋진 외관을 만들어보려고 나무 같은 것을 케이스로 사용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이 역시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고요... 가공하기 편리한 알루미늄 같은 것도 주변 자력의 영향을 차단하는데 취약하므로 좋은 재질은 못되는 것 같습니다. 조금 두께가 있는 철재가 아마도 가장 훌륭한 재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다만 철재는 외관이 좀 떨어지고 가공성도 좋지 못하다는 것이 단점이지요...
일부러 케이스를 가공 의뢰하는 것도 번거롭고 비용면에서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어서 대용으로 쓸만한 물건이 없을까하고 이리 저리 살펴보다 첨부된 사진과 같은 물건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얇기는 해도 스테인레스 스틸 재질이고요. 구멍 몇 개 뚫는 데는 별 문제 없을 것 같았습니다. 이 물건이 어디 사용되는 물건인지 아시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음식점이나 반찬가게에서 반찬 담아두는 위생용기입니다. 크기는 다양하게 있고요.. 이 물건보다 좀 큰 것으로 전원트랜스를 제외한 프리앰프 같은 것을 만들어 넣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구멍 뚫고, 단자, 스위치, 셀렉터 설치하고 가장 먼저 셋중 좀 좋은 소리로 느껴지는 Triad A-12J를 설치하였습니다. 첨부된 결선도와 같이 게인 선택, 그라운드 연결 선택 스위치 및 MM 카트리지를 사용하는 경우 케이블을 일일이 바꿔 연결 하지 않고도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By-Pass 선택스위치도 설치하였습니다. 배선거리가 짧으므로 쉴드선 같은 것은 사용하지 않았고요...
기본 회로도/배선도
틈틈이 몇일간 주물러서 완성하였습니다. 간단함에도 불구하고 셀렉터쪽에 약간의 배선착오가 있었고 바로 수정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소리 좋고, MM, MC 바꿔 사용하기도 좋고 편리하네요... DL-110 같은 고출력 MC를 트랜스로 들어보고 직결로도 들어보고...
부드러운 곡선형의 외관도 괜찮아 보이는데 두께가 얇아서 그런지 노이즈 문제는 완벽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전원트랜스 주변으로 가면 영향이 좀 나타나네요.. 약간의 위치 이동으로 해결됩니다. 다음에는 트랜스 교체가 쉽도록 내부 배선 체계를 좀 바꿔 볼까합니다.
완성품
내부사진
뒤쪽 단자..
포노 EQ와 승압트랜스..
소리에 대해 표현도 제대로 못하면서 뭐하러 이리도 긴글을 써질렀냐고 따지시는 분도 계실 수 있겠습니다만 그냥 관심과 흥미의 표현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월드컵과 더불어 즐거운 나날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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