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도 경에 와싸다에서 이벤트로 구입했던 S75입니다. 필립스프로모듈 CDP를 잘 쓰다가 모듈이 수명이 다 된 탓인지 인식하고 나서 몇초를 재생하지 못하고 그냥 픽 가더군요. 모듈값만 40여만원이니 이제 Pc-Fi로 전향하라는 계시로 알고 회생에 대한 꿈을 접었습니다.
당분간 음악은 들어야하겠기에 창고에서 잠자던 S75를 꺼냈습니다. 아날단에 있는 OP앰프 4개를 모두 AD8620(8610의 듀얼모델)로 다 갈아치웠는데 그닥 음질적으로 만족하지 못하던 녀석이었습니다. 고역대가 거칠고 앙상한 중역등..특이하게도 업샘플링기능이 있는데 기본기가 좋아야 업샘플링도 먹히죠. 기존에 CD프로에서 i2s 연결을 통해 채널당 한발씩 박힌 PCM1794을 거친 후 디퍼렌셜모드 OP앰프단을 거쳐 최종적으로 TPA6120을 통해 나오는 음악은 정말 좋았습니다. 아름답다는 말이 슬며시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각설하고 아무튼 여전히 앙상하고 까칠한 소리를 내고 있는 S75를 측은하게 바라보다가 파워케이블을 바꿔보자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예전에 XLO Reference TYPE 10A 선재를 좀 사둔 게 있었는데 주말에 쪼그리고 앉아서 메네케스 플러그와 슐터잭으로 1M짜리 케이블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굴러다니는 파워소켓하나와 기존에 있던 파워선의 연결잭 부분을 잘라서 연결하니 대충 변환소켓 비슷한 게 나왔죠.
전원극성을 체크한 후 음악을 들었습니다. 그 때의 경험이란 정말 잊을 수 없는 것이었는데 시스템에서 뭔가를 바꾸거나 했을 때 그 정도로 드라마틱하게 변한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고역대의 까칠한 느낌(흔히 입자가 느껴진다고 그레인이라고 합니다.)이 사라지고 매끈한 음악이 나오더군요. 예전엔 뭔가 시끄럽고 지저분한 느낌이 지배적이었는데 웬걸 유연한 소리가 쑥빠져나오니 제 귀를 의심할 지경이었습니다. 아마도 흔히 이야기하는 RF노이즈에 기존 전원선이 노출되어서 고음이 지저분했나보다 라고 쉽게 결론을 내렸지만 이 정도로 음질이 '격상' 되는 건 좀 의외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암튼 요즘 다시 음악듣는 맛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태생이 태생인만큼 무게 중심이 아래에 탄탄하게 자리하면서 견고한 건축물의 기둥처럼 음악의 뼈대가 강건하게 느껴지는 소리는 아닙니다만 어느 정도 하늘하늘하게 고역이 피어나는 느낌도 있고 가끔씩 놀랄만큼 공간감이 충만한(airy) 소리에 탄복을 하기도 합니다.
예전에 필립스 프로모듈에서 들었던 우아하고 아름다운 소리는 결코 잊을 수 없지만 현실이 현실인 것을 어쩌겠습니까.
오늘 정말 오랜만에 이 녀석을 다 분해했습니다. 혹시나 개조할 곳이 없을까하고 말이죠. 그런데 딱 보니 오디오급 부품으로 도배가 된데다가 smd 부품들이 촘촘하게 붙어있어서 뭘 봐꿔볼 엄두가 안 나네요.
해부한 김에 사진이나 올려봅니다.
(중간에 도터보드를 보시면 삼성 메모리칩이 두 개 보이는데 설마 이 녀석이 데이터를 먼저 읽은 후에 메모리로 보내서 다시 스트리밍하는 건 아니겠죠?ㅋㅋ)
전체모습입니다.
전원부 되겠습니다.
다음은 메인기판입니다.
도터보드의 모습입니다.
커플링캡은 실믹(맞나요?) Cerafine이 쓰인 것 같습니다. 전해가 저역이 좋은 만큼 굳이 바꿔야하나 모르겠습니다. 필름으로 바꾸면 더 쨍쨍거릴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전원케이블입니다.
빼먹은 게 있네요 트랜스포트 모듈입니다.
다시 조립한 후 다행히 남는 볼트는 없네요. ^^;
결국 이 넘의 소리를 좀 다듬으려면 카다스 같은 인터케이블을 쓰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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