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참 수업을 하고 있는 중에...
"선생님. 바지 좀 내려 주세요."
엥~ 뭔 소리다냐. 나더러 바지 내리라고? 아무리 그래도 명색이 남녀가 유별하거늘 열아홉살 말만한 처녀들이 아빠같은 선생님한테 바지를 내리라니...
어리둥절해 있으니 지들끼리 깔깔거리고 난리다.
"에이~ 샘도 참 순진하시네요. 칠판 위에 있는 체육복 바지 좀 내려 달라고요."
고개를 들어보니 칠판 위에 푸른색 체육복이 하나 올려져 있었다.
젠장~ 당했다~
2.
한 녀석이 감기 때문에 수업 하기 힘들다고 해서 엎드려 있는 것을 허용해 줬다.
그런데 수업이 끝나갈 즈음,
교실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오더니,
"샘요. 보건실 좀 갔다 와도 될까요?"
"많이 힘드니? 그럼 언능 갔다 와라"
고맙다고 인사하고는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쾅'하며 쓰러진다.'
애들이 놀라며 어머 어떡해~~를 연발이다.
좀 느낌이 이상했지만,
"야, 반장! 좀 부축해서 보건실 데려 가라."
곧이어 반장이 걔를 부축해서 복도로 나간다.
한 1분쯤 지났을까...
느낌이 이상해서 복도로 나가보니...
두 녀석이 낄낄거리고 있다가 내 얼굴을 보자 웃음보를 터뜨린다.
곧이어 교실 전체가 웃음 바다~~~
된장~ 또 당했다~~ 쩝~
3.
수업을 한참 하고 있는데,
교탁 아래에서 굉음이 난다.
내려다 보니,
한 30여대의 휴대폰이 동시에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것들이 알람을 똑같은 시간에 맞춰놓고 시침 뚝 떼고 있었던 것이다.
30여대가 한꺼번에 울리니 마치 백화점 음향기기점에 들어선 느낌이다.
이것들... 다 일주일동안 압수다~~~
4.
수업을 한참 하고 있는데,
수업에 집중을 안하고 유심히 나를 쳐다보는 녀석들이 몇 있다.
'재들이 교과서를 안보고 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지?'
한 20여분 지났나?
그 중 한 녀석이 불쑥 얘기한다.
"샘~~ 정말 너무한거 아녜요? 어떻게 작년에 샘 반이었던 졸업생을 모를 수가 있어요?"
헉~~
자세히 보니 정말 지지난달에 졸업한 녀석들이다.
나참~
후배 교복 물려주기 행사에 참여라하고 그렇게 얘기할 때 말 안듣더니,
결국 만우절 때 써 먹으려고 교복을 고이 간직하고 있었던 거군. ㅠㅠ
나중에 얘기 들어보니,
처음에 선생님이 금방 알아볼 줄 알았는데,
전혀 그런 기색이 없이 수업을 하시는 걸 보고,
이러다 재미없는 수업 종 칠 때까지 듣겠구나 싶어서,
20여분만에 자뻑했단다~
그럼 내가 꼭 진것만은 아니네~~ ㅋㅋ
* 엊그제 있었던 일인데, 1,2번은 제게 있었던 일이고 3,4번은 옆 동료에게 있었던 일입니다.
너무 지나친 행동이 아니면 그냥 속아 주는데, 올해는 두 건이나 속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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