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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 한 편 올려봅니다..."말"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9-03-31 20:22:34
추천수 0
조회수   503

제목

꽁트 한 편 올려봅니다..."말"

글쓴이

최형섭 [가입일자 : 2001-01-27]
내용
그냥 심심해서 잠시 끄적거려 본 글~

절대...절대...이벤트에 당첨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써봅니다..^^



글 내용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는 마세요~ ^^

저는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가능하면 지킬 수 있는 어법이나 예의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끔 주제넘게 지적질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 품격을 갖춘 말이나 글이 내용을 교묘하게 포장해서 본질을 흐리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더군요. 그냥 그런 것들이 생각이 나서 한 번 끄적거려봤습니다.



아..물론 우리 말은 바른말 고운말 써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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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그는 완벽한 언어를 사용하는 일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밝혀진 바는 없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역시도 모두 엇갈렸다. 누군가는 그의 아내가 집을 나간 후부터 그랬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그가 자살 기도에 실패하고 난 다음부터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그가 완벽한 언어 구사에 대한 집착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그가 자살기도를 했던 시기를 기점으로 한 달 내외로 보인다.



그의 증상은 참으로 독특했다. 우리 동네의 모든 소문을 주관하는 신길 2동 14통 통장님 (전 모씨 / 54세)에 따르면 평소에는 그렇게 얌전하고 점잖은 인사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누군가가 정확하게 어법을 지키지 않거나 상황에 맞지 않는 어휘를 사용하면 불같이 화를 내면서 덤벼든다고 한다. 그러면서 전 통장이 얼마 전에 있었던 자신의 사례를 들었다.



“얼마 전인디 말여 내가 그 놈의 인간이랑 담배를 한 대 같이 태면서 얘기를 했잖여. 그려 요새 몸은 괜찮으냐고 허니께 괜찮댜. 그러면 이제 슬슬 뭐든 해야 먹고 살지 않겄냐고 허니께 뭔가 준비를 허고는 있다네. 그래서 내가 참 잘혔다. 아주 멋지고 장허다. 요새 애덜 말로 짱이구먼 이라고 혔거든.”



전 통장은 별로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는 것을 내게 상기시키려는지 담배를 한 대 물고 길게 빨고 천천히 내뱉었다.



“아 그렸더니 그 놈이 짱이 뭐냐? 짱이 한국말이냐? 아저씨는 왜 그런 말도 아닌 걸 쓰느냐 이러면서 덤벼드는데, 한 대 치려는 기세더라고. 그래서 내가 몰라서 그렇다 내 가방끈이 짧잖여라고 하면서 담부턴 조심하겄다고 혔지. 미친 놈은 두들겨 패지 않으면 피하는 게 상책이거든.”



전 통장의 증언과 같은 유형(어법이나 단어의 사용이 틀리는 것을 못 참아 하는 경우)의 예는 다른 것도 목격되고 있었다. 그의 집에는 티비도 라디오도 없다고 한다. 그가 티비를 켜놓거나 라디오를 들으면 한 시간 이내에 틀린 문장을 찾아내고 결국 그걸 못 견뎌하면서 티비며 라디오를 때려부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골목 앞 슈퍼 평상에 앉아 신문을 하루 종일 읽는 그는 들고 다니기도 무거울 정도로 두꺼운 우리말 대사전 3권을 반드시 옆에 끼고 있다. 그리고 읽다가 모르는 단어나 어법에 맞지 않는 단어가 나오면 신문에 빨간 색으로 첨삭을 해놓고는 했다.



“최 형, 안녕하십니까?”



슈퍼에서 담배를 한 갑 사가지고 나오다가 그와 가장 절친한 친구인 김 형을 만났다. 김 형은 나와는 안면이 있는 사이여서 서로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에 인사도 서로 건넨 김에 같이 앉아서 담배를 한 대 태우기로 했다. 나는 김 형에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김 형, 그런데 있잖아요…….”

김 형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의 부인이 집을 나간 것이 그가 이상하게 바른 언어습관에 집착하면서부터라고 한다. 못 견디던 그의 부인이 집을 나가고 그도 이게 정상이 아니지 싶어서 자살을 기도 한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동네 사람들이 아는 것 보다 그 이전에 증상이 시작됐다는 이야기다. 가장 중요한 ‘왜 그런 증상이 시작되었는지’를 묻자 김 형은 자기도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혹시 이 사건 때문일 수도 있겠다고 짐작되는 바를 얘기했다. 그 증상이 일어나기 직전에 그가 짝사랑하던 동창을 만났는데 그녀에게 더듬대면서 주변에 함께 일하던 사람들과 늘 하던 욕설을 몇 마디 섞어서 이야기를 했더니 그 동창이 ‘세월이 지나도 무식한 건 어쩔 수 없구나’ 라면서 망신을 줬다고 한다. 김 형이 그 때 옆에 있었는데, 학창시절 그가 그 동창을 얼마나 좋아했었는지를 주욱 지켜봐왔던 사람으로써 그의 충격이 상당히 컸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 날 그는 김 형과 밤새도록 ‘씨발년(짝사랑하던 그녀)’을 안주 삼아 통음하였다고 한다. 김 형의 증언에 따르면 그 날 이후로 그에게서 더 이상 ‘XX년’, ‘X 같은 놈’ 따위의 정겨운 욕설은 들을 수가 없었고, ‘점잖지 못한 사람’ 또는 ‘얌체 같은 친구’와 같은 진짜 욕설만을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김 형이 담배 한 대를 다 피우고 떠나면서 던진 한 마디는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미치려면 얌전히나 미치지 저렇게 미쳐버리면 대책도 없어요. 아니 바른말 쓰자는데 누가 뭐라고 할 것이며, 우리가 쓰는 말 중에서 바른말 고운말이 얼마나 되겄소. 바른말을 바꾸자고 해봐야 할까봐. 허긴, 우리 쓰는 말이 좀 험하기는 허지. 교복입은 어린 놈들이 입에 담배도 물고 좆도 물고 사는 걸 보면 우리도 한심스럽기는 해요. 그래도 말이오 최 형 나는 우리 쓰는 말이 이 세상 보다는 안 험한 것 같소. 세상 아름답고 그래서 말도 바른말 고운말만 하면 저 박가 놈이 저러고 다녀도 누가 별 상관이나 하겠소? 박가 놈이 저렇게 된 이유는 좀 어처구니가 없어도 혼자 아름다운 세상 찾아 떠난 거니 뭐 어쩌겠소. 그런데 내 생각에는 고상한 말 쓰는 놈들이 지들 살기 좋으라고 험한 말 하는 사람들 잡아 조지는 것 아닌가 싶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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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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