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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기] 6. 시베리아의 파리 이르쿠츠크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9-03-30 16:05:06
추천수 2
조회수   741

제목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기] 6. 시베리아의 파리 이르쿠츠크

글쓴이

정하엽 [가입일자 : 2002-11-28]
내용
오랜만에 추억더듬기를 계속합니다.



2008년 2월1일 (일)

아침 7시에 눈을 떴다. 어제 시계를 이르쿠츠크 시간으로 맞춰두었는데 블라디보스톡 시간으로는 9시다.
그러니까 3일밤 4일낮을 달려왔지만 겨우 두시간의 시간대를 건너왔을 뿐이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는 숲은 파랗다.
녹색이 아닌 청색으로 말이다.
눈아래로 보이는 수만그루의 침엽수는 꼭대기 까지 하얗게 서리가 내려 바들바들 떨고 있다.
보이는 모든것이 얼어있다.

오늘은 기차를 타고 처음으로 면도를 했다.
등산용 내복을 덧입고 바지도 두꺼운 옷으로 갈아입었더니 기차안에서는 땀이 날 정도로 덥다.
가방은 가벼워지고 몸은 무거우졌다.
디마 일행이 남긴 빵과 차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니 차장이 와서 침구를 반납하란다.
이제는 아예 말도 안하고 오직 바디랭귀지다.

창밖으로는 수만그루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빽빽히 숲을 이루고 있다.
그너머로 동쪽 하늘이 발갛게 물들기 시작한다.
어제 나에게 두번 라이터를 빌려갔던 뚱보아저씨가 오늘도 당연하다는 듯이 라이터를 빌려갔다.

지도를 보니 기차는 밤사이 바이칼호를 아래로 휘휘돌아 이제 곧 이르쿠츠크에 도착한다.
예전에는 바이칼호를 우회하지 않고 객차를 배에 실어 호수를 건넜다고 한다.



조금 지나니 오른쪽 복도쪽 창밖으로 허연김을 몽글몽글 올라오는 강이 보인다.
앙가라 강이다

9시45분 기차는 천천히 미끄러지듯 이르쿠츠크역에 도착했다.
이제 73시간 13분 4,107 Km의 여정이 끝났다.

잊은것이 없는지 다시한번 방안을 훑어보고 복도를 따라 나와 플랫폼에 내려섰다.
어느새 멋진 제복으로 갈아입고 메테르로 변신한 차장과 눈인사를 나누고 사람들을 따라 걸어간다.
날씨는 맑고 컨디션도 좋다. 다행히 생각했던것보다 춥지는 않다.





지하도를 건너 대합실로 나오니 팔자좋은 여행자는 나뿐인듯 하다.
우선 모레 모스크바로 가는 열차표를 사야 한다.
가방속에서 기차번호와 일정을 적은 메모지를 꺼내서 가까운 창구에 들이밀었더니 , 예상대로 고개를 옆으로 젓는다.
장거리 기차표 창구는 따로 있는 것을 블라디보스톡에서도 경험했기 때문에 일단 밖으로 나가서 왼쪽으로 건물을 따라 걸어가다가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문을 따라 열고 들어갔더니 역시 매표창구가 하나보인다.
헤매지 않고 이렇게 일이 딱딱 맞아들어가면 기분이 참 좋다.

창구에 쪽지를 들이 밀었더니 맘씨 좋아 보이는 아줌마가 빙긋 웃으면서 계산기에 요금을 찍어서 보여준다.
9000 루블 .. 생각보다 좀 비싼듯 하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다.
차표를 받아들고 여권번호가 제대로 찍혔는지 시간은 맞는지 확인하고 다시 배낭속으로 집어 넣고 밖으로 나온다.
나오는 길에 보니 요상한 시간표 전광판이 있어서 자세히 살펴보니 모양은 전광판인데 '전광' 이 아니다.
보통 전광판처럼 작은 전구로 글씨를 표시하는것이 아니라 촘촘한 철사망에 빨간 콩같은 것을 박아 넣어서 전광판 흉내를 내고 있었다.
대단한 정성이다.

하얀색과 하늘색이 어우러진 역사는 크지는 않았지만 아름답다.



길바닥은 눈으로 덮여있고 사람들은 털모자와 털신발로 완전무장을 하고 지나간다.
역건너편 언덕위에 작은 정교회의 돔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빛난다.
역 오른쪽 전광판에 서는 지금온도가 -18도라고 가르쳐준다.
보통 영하 40도를 넘나든다는데 이정도라면 이곳사람들에게는 봄날씨 정도 되겠다.

2번트램을 타고 시내쪽으로 나간다.
달리 표를 사는 곳이 따로 보이지 않아 일단 올라타고 눈치를 보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운전수에게 돈을 내고 표를 산다.
따라서 표를 사고 나니 마음이 편하다.

트램을 바로 다리를 건넌다.
아까 기차에서 본것처럼 얼음이 둥둥 떠내려 오는 강은 온통 수증기로 가득차 있다.
영하 18도에 어떻게 강이 녹아서 흐르는지 모르겠다.
한국에서 알아둔 Baikaler Hostel을 가기 위해 다리를 건너자마자 바로 내렸다.
바로 호스텔을 찾아가려다가 강을 한번더 보려고 트램이 지나온 다리쪽으로 다시 찾아가 본다.
강바람때문인지 노출되어있는 얼굴은 상당히 춥다. 콧김이 나오다가 끝에서 얼어붙어 끈적끈적 해진다

앙가라강 ... 시베리아 여행을 처음생각하면서 부터 마치 시베리아의 상징처럼 머리속에 자리잡고 있던 강이다.
그강위에 지금 내가 서있다.
머리속에 지구의 모습을 그리고 내가 어디쯤있는지 위치를 한번 그려본다.
순간 여기서 내가 뭐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헛웃음이 나온다.
사진을 두어장 찍고 다시 아까 트램내렸던 곳으로 돌아오니 그 앞에 아담한 정교회에서 종이 댕댕하고 울린다.
지도를 찾아보니 트로이카 교회, 영어로는 트리니티 우리말로는 삼위일체 교회정도 될까?

교회를 둘러보고 숙소를 찾아나선다.
아무래도 첫번째 정류장에 내리라는 말이 잘못된 정보인듯 방향대로 찾았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럴때 무작정 찾아 헤매면 체력만 소모된다. 러시아어만 잘 읽어도 그리어렵지 않겠지만 아직도
반은 문자로 읽히지만 반은 여전이 문자가 아니라 그림이다.
멀리 보이는 강둑으로 방향을 잡고 나침반과 지도를 일치시킨 다음에 다시 방향을 잡고 걸어가니 호스텔 건물이 보인다.

건물뒤로 돌아가 1층입구에서 벨을 누르니 상냥한 아가씨의 목소리가 들리고 이내 철문이 열린다
4층으로 올라가니 전형적인 러시아 미인 두사람이 환하게 웃으면서 영어로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면서 인사를 한다.
한명의 이름은 아나스타샤인데 다른 한명의 이름은 쉽지않는 이름이라 잊어버렸다.
마침 손님은 한사람도 없어서 2층침대 두개와 1층침대 하나가 있는 방에 원하는 침대를 선택하라고 한다.

3개의 방에 12개의 침대가 있는 호스텔은 아주 깔끔하고 난방도 훌륭하다.
짐을풀고 한숨을 돌리는데 또다른 손님이 방안으로 들어서면서 인사를 한다.
맘씨 좋은 얼굴의 뚱뚱이 청년은 모스크바에서 출발해서 조금전 이곳에 도착했다고 한다.
같이 온 프랑스 학생커플은 건너편방으로 자리를 잡았다.

점심도 먹을겸 카메라와 가이드북만 들고 밖으로 시내구경을 나선다.
아까 올때 얼굴이 너무 시려워 이번에는 버프를 챙겼는데 눈만 내놓고 길을 걸으니 마치 강도처럼 보였는지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본다.

호스텔앞은 율리챠 레니냐 즉 레닌거리이다.
이길은 구 공산당사건물에서 뻗어나와 이 호스텔앞을 지나 첫 블럭에서 율리챠 칼라 마르크사 즉 칼 마르크스 거리와 만난다.

그 교차로의 작은광장에 레닌동상이 자신의 이름을 딴 거리를 내려다 보며 우뚝 서있다.







레닌광장에서 왼쪽으로 올라가면 이르쿠츠크의 가장 번화한 거리 칼 마르크스 거리가 남북으로 뻗어있다.

시베리아의 빠리라는 별명답게 거리는 마치 서유럽의 오래된 도시처럼 아름다운 건물들이 줄지어 있다.
건물 1층에는 제법 고급스런 가게들이 자리잡고 있어 마르크스 거리라는 이름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화려한 거리의 뒷골목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유럽풍의 석조건물은 보이지 않고 시베리아 양식의 목조건물들이
자리잡고 있다.









거리를 따라 올라가다 보니 제법큰 일본식당이 하나 있어서 들어가사 초밥몇개와 우동으로 며칠만에 제대로된 식사를 했다.
이도시에는 이식당외에도 적지않은 일본식당과 일본식 호텔도 있었고 거리어딘가에 일본문화센터도 볼 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1900년대 초기 일본군이 이곳까지 진출했었고 2차대전중에 러시아군에 포로가 되어 대부분의 병사들이이곳에서 삶을 마친 역사가 있었다.


지도를 보면서 칼 마르크스 거리가 끝나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데카브리스트 기념관을 찾아간다.
10여분 정도 눈길을 걸어가니 데카브리스트 기념관이 보인다.

제정러시아시대 러시아를 침공했다가 패주하는 나폴레옹군을 쫒아 빠리까지 진격했던 러시아의 청년장교들이 그곳에서 공화제 사상을 접하고 귀국하여 황제폐위를 위한 반란을 일으켰으나 결국 실패를 하고만다.




결국 그들은 사로잡혀 머나먼 땅 시베리아 치타로 유배되어 강제노역형을 마치고 나서도 모스크바로 돌아가지 않고 유형지에서가까운 이곳 이르쿠츠크에 자리잡고 시베리아의 빠리를 만들게 된다.
대단한 것은 그들의 부인과 애인들도 귀족신분까지 버리고 그들의 남자를 찾아 이곳을 찾아온 것이다.
낭만적이기 조차한 그들의 삶의 흔적 남아있다는 데카브리스트 기념관은 사실 이도시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조금 열려있는 철문을 열고 건물안으로 들어가는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매표소에는 아무도 없고 그 옆방에는 대여섯명의 할머니들이 난로를 쬐며 앉아있다가 내가 들어서는 것을 보자 달려나와나가라고 한다. 가이드북에는 화요일이 휴무라고 써져있는데 손짓 발짓으로 기념관을 둘러보고 싶다고 해도 막무가네결국 입씨름만 하다가 돌아나올 수 밖에 없었다.




* 여행중 메모리 분실사태로 인하여 게시물에 있는 대부분의 사진은 인터넷상에서 구한 자료사진임을 밝힙니다. 다행히 제가 찍었던 사진과 거의 비슷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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