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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 제 글 중 베스트라고 생각하는 글입니다.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9-03-26 22:07:43
추천수 0
조회수   473

제목

[★] 예전 제 글 중 베스트라고 생각하는 글입니다.

글쓴이

최형섭 [가입일자 : 2001-01-27]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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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5년이나 되었군요..



꽤 한참 뒤졌네요..^^



제 글 뒤져보니 조회 수 베스트 게시물은 지금 케이블에 가끔 나오는 처자의 피팅모델 사진 소개글이었네요. 제목은 "한채영급 또는 그 이상" 이었습니다..^^



제가 쓴 글 중에 쓰면서 저 스스로도 참 많은 생각을 했던 글입니다.



그냥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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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시간에 이루어지는 지하철 내의 행동은

잘 짜여진 하나의 공정입니다. 사람이 적은 칸을 골라타고

내릴 때가 되면 내려야 하는 문 앞으로 이동해서 내립니다.

최대한 편하게 최대한 시간을 단축하는 공정이지요.



오늘 아침도 평소처럼 사람이 적은 맨 끝 칸에 올라타서..

압구정역에서 앉아서...책을 좀 뒤적거리다가..

종로 3가에 도착해서 그 옆 칸 끝에서 2번째 문으로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내리면 바로 계단이 있어서 올라가면 되니까요.



계단 바로 앞 칸은 늘 사람이 많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타는 사람도 내리는 사람도 많은 칸입니다.

게다가 반대편 수서행 지하철하고 겹치기라도 하면 승강장은

순식간에 사람으로 가득차게 돼서 아주 난리입니다.



오늘도 그랬습니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내릴 준비를 할 무렵..이미 승강장은 만원이었구요.

딱 보기에도 행색이 초라해 보이는 구부정한 70대 할머니가..

선하차 후승차의 원칙을 무시한채 들어오려고 하고 계셨습니다.

사람이 많이 타고 많이 내리니까 그 빈틈을 타서..앉아서 가고 싶으셨던 모양입니다.





그 순간...한 쉰이나 되었을까 싶은 아저씨 한 분이..

할머니의 어깨를 거칠게 밀치더군요.

밀치면서 뭐라고 뭐라고 크게 이야기를 하시더군요(이어폰을 꽂고 있었기 때문에 듣지는 못했지만 아마 내리고 타야 한다는 내용이었겠지요).



그러고 내리는 저와 올라타는 할머니가 거의 교차하면서 할머니가 지하철에 올라탔습니다.



조금 씁쓸한 상황.

원칙인가 인정인가에..대한 생각이 잠시 스쳐갔습니다.

그런데..그 몇 초 사이에...그 할머니로부터 한 세 명쯤 뒤에 있던 10대 소년이(그 소년도 꽤 피곤해 보이는 행색이었음) 그 아저씨를 여러 차례 밀치는 겁니다.



약간 당황했습니다. 사실 아저씨가 할머니 밀치면서 소리 지를 때 그러지 마시라고 얘기하고 싶기는 했는데...바쁘고 귀찮다는 핑계로 지나쳤거든요.

그래서 저같은 생각을 하는 10 대의 혈기인가...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잠시 후... 할머니가 그 소년을 부르며 말리더라구요...

그러면서 제가 소년의 바로 앞에 서 있을 때...소년은 아저씨한테 소리를 질렀습니다.



"우~ 우~ 우~"



말을...제대로 못하는 소년이더라구요...그리고 할머니는 소년의 할머니였구요.

그들의 행색을 보는 순간 그들 삶의 신산함이 온몸으로 다가왔고...

힘든 두 사람이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 겨우 겨우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확 다가왔습니다.



소년의 울분에 찬...또 어떻게 생각하면 당당한 태도를 보면...가난하고 힘들어도 떳떳이 살았다고..그 짧은 순간에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마음이 정말 무거워져서...



그 소년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 안고 툭툭 치면서...지하철 안으로 밀어넣는 일 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어른한테 어디서~!를 외치던 아저씨도 소년이 말을 못하는 걸 안 순간 당황했던 모양이더군요.

'어른한테 어디서~' 라니요? 하하...



소년의 서너번 두들기면서 '세상이 그래...미안하다...'라는 마음을 담아서 흥분한 소년을 가볍게 지하철 안으로 밀어 넣는 일 밖에는...못하는 제가 미안하더군요.



사람 많은 지하철 계단을 올라오면서...

나보다 더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사람들이 많음에...

그 할머니와 소년의 고단했을 삶에...

잠시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10 초도 안되는 순간에 일어난 일 때문에...

원칙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사람은 사회와 또 다른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떠니지 않는 오전이었습니다.



가끔 노인네들께서 고집부리시고 심통 부리셔도...

그냥 조금 참아주세요. 설령 그 분들이 틀리셨어도...조금 참아주세요.

어쩌면 그분들은 너무 피곤하고...너무 지치고...

겁이나서 그러고 계시는 걸지도 모릅니다.



모든 원칙은...인간의 얼굴을 하고는 존재할 수 없는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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