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최원길입니다.
David Hafler라는 분이 계셨었습니다.
오디오계에 큰 업적을 남긴 유명인 중 한 분인가 봅니다. Acrosound와 Dynaco사의 설립에도 관여하시고... 다수의 앰프를 설계하시다가 50대 중반에 이르러.. 자신의 이름을 앞세운 Hafler사를 창립하여 꽤나 유명한 물건들을 남기시고는 2003년에 유명을 달리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DH-500도 그중 하나인가 봅니다.
채널당 250W(8옴 부하)의 대출력 앰프입니다. 구형은 255W(8옴 부하)로 알고 있습니다. 구형과 신형은(신형이라지만 이미 충분히 오래된 물건이라 어울리지 않은 표현 같기는 합니다.) 앞 면판만 차이가 있을 뿐 내용물은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아는데 출력차이가 왜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압을 약간 낮췄을 가능성이 있고요...
오래전 제품들과 같이 공장에서 조립된 제품과 키트로 판매된 제품이 있나봅니다. 어느 것이 공장 조립품이고 개인 조립품인지는 전문가만이 알겠지요...
오랜 동안 기기변화 없이 그냥 지내왔는데.. 최근 이사와 더불어 거실에는 덩치 큰 스피커를 하나 들이고 Blu-ray 디스크 플레이어와 튜너, 프리앰프 기능이 있는 DAC와 파워앰프만으로 영상과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최소한으로 해놓고 나니(마눌에게 오디오 기기의 존재가 부각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거부감을 희석시키기 위한 의도이지요...^^) 나머지 오디오 기기들이 쳐박혀 있는 작은 방에 대해서도 약간의 변화 욕구가 생겨 앰프를 하나 바꿔 보게 되었습니다. 조금 충동적이었지요... 마침 장터에 DH-500 이라는 파워앰프가 나와 있었고... 여기저기 살펴보니 평가는 괜찮은 것 같았습니다. 들어보지 않고 기기를 구입하는 어리석은 짓이었지만...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라고 먼저 얘기해야 할 것 같군요...
이 물건이 기본적으로 스튜디오 등에서 사용하기 위한 프로용으로 설계된 모델인가 봅니다. 게다가 구형은 모양새가 아주 허접한 편이지요.. 신형이라는 이 물건도 조금 낫기는 해도 디자인 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여간 프로용이라 그런지 냉각용 팬이 달려 있었지요...(작은 방열판을 사용하고 샤시내부에 장착되는 구조입니다.) 팬이 달려있는 경우 소음은 어쩔 수가 없으니 가정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좀 불편한 경우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특히나 작은 공간에서 사용하기에는 문제가 좀 있을 듯 합니다.
몇 번의 프로용 앰프들에 대한 기억은 항상 좋지 않은 것으로 결말이 나곤 했습니다. 소리 자체는 정말 괜찮았는데도 여러 가지 소음들이 수반되니 견디지 못하고 돌려보내거나 내보내야 했습니다. 팬소음도 있고.. 대출력이다보니 트랜스의 수명도 길지는 못한 것 같아 진동음들이 들리곤 했습니다. 그것을 정상이라 생각하시는지 판매자들은 특별한 언급이 없이 정상 작동된다고들 했었습니다. 제가 결코 예민한 사람이 못되는데도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공간도 넓지 않았고... 결국은 업소나 넓은 공간에서 그런 물건들을 써야하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이번에도 결국은 모험을 한 것입니다. 장터 판매기록을 살펴보면 다들 소음 걱정말라고들 하시니... 이를테면 온도가 올라가면 그 때서야 냉각팬이 돌고 식으면 다시 꺼지고.. 그런식으로 운전이 되는 것이니까 라고요... 실제 회로를 살펴보면 그렇습니다. 적어도 3단계로 팬이 돌게 끔 되어있으니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물건을 받아서 전원을 넣어보니 넣자마자 바로 팬이 돌더군요.. 아! 돌아버립니다. 당연히 소음이 약간 있었고요...
그렇지만 그 소음이 정말 그다지 불편한 성격은 아니었습니다. 음악이 흘러나오면 잘 묻혀버리는 그런 정도의 소음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결코 정상은 아닌 것이지요.. 과열방지센서(Thermostats)가 망가진 모양입니다. 회로도상에는 방열판에 2개가 직결로 설치되어 있는데 제대로 작동이 안되고 항상 회로가 연결되어 있는 상태로 유지가 되는 모양입니다. 2개가 동시에 고장나기는 쉽지 않은데.. 그렇게 된 모양입니다. 하여간 살펴보면 알겠지요... <이 부분에 대해 해외 Forum에 문의한 결과 현재의 상태가 정상 작동중인 것이고... 부하가 더 걸려서 좀 더 열이 나는 경우 더욱 빨리 돌아간다고 합니다. 제가 오해했었나 봅니다. Fan speed 조절 회로에 사용된 저항값이 원래보다 큰 것을 보면 Fan 속도를 줄이기 위한 작업을 해놓은 것도 같습니다. 결국은 근래 만들어진 저소음팬으로 교체하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어쨌거나 제일 중요한 것은 소리일 테지요... 한마디로 여지껏 들어 본 앰프들과는 좀 다르다(별로 들어 본 것이 없으니 이렇게 느끼는지도 모르겠군요.)... 어떻게 다른 지를 표현하기에는 제가 많이 부족한 것 같고... 투박한 생김새, 지저분한 내부 구성물 및 배치와는 달리 굉장히 맑은 소리를 들려줬고... 작은 소리들도 놓치지 않고 다 내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부드럽게 차올라오는 저역도 음악을 충만하게 해주는데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출력만큼이나 스피커도 잘 다루는 듯하고요... 앰프는 충분히 묵었지만 소리는 장맛이 아닌 상큼한 샐러드 같다고나 할까요... 정말로 만족스러운 소리였던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팬 소음도 어느 정도 용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외국의 많은 분들이 이 물건을 가지고 장난들을 노시는 것 같습니다. 우선 오래된 단자들을 금도금 된 것으로 바꾸고... 전원케이블 교체 및 연결이 용이하도록 소켓을 설치하고... 전원부 평활용 대용량 콘덴서에 바이패스용 콘덴서를 병렬로 연결하고... 다른 커플링용 콘덴서(캐패시터)도 바꿔보고... 하여간 해볼만 한 일이 많다고 합니다. 앰프를 만들어 판매하는 Musical Design사에서는 Musical Concepts이라는 브랜드로 DH-500 등 하플러사의 앰프를 개조하기 위한 부품을 판매하고 지침서를 발표한 바도 있습니다.
( http://www.musicaldesign.com/Haf_pwrmods.html )
저 역시 일단 가장 간단한 작업을 해보았습니다. 평활용 대용량 콘덴서에 바이패스용 콘덴서를 병렬로 연결하는 것이지요... 거기에 저항(Bleeding resistor)을 병렬로 연결하여 앰프에 전원이 차단되는 경우 콘덴서내에 충전된 전기가 서서히 소진되도록 하여 콘덴서의 수명을 유지하고 작업자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를 해보았습니다.
결과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좋아졌으려니 하고 있는 것이지요... DIYAudio Forum의 어떤 이는 가장 극단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조치로 추천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본 앰프가 사용중인 MOS-FET 소자의 소리에서 Bi-polar TR과 같은 성격의 소리로 바뀐다는 것 같았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계속 좋게 느끼고 있습니다.(이 앰프 소리의 기본 골격은 Hitachi사의 2SK135/2SJ50의 고출력 버젼인 2SK176/2SJ56에 근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만간 방열판 사이 먼지 털어내고, 가능하면 저소음팬을 구해 교체하는 정도로 마무리하고 음악만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나이가 제법 있는 편이니 언제까지 살아 움직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모처럼 좋은 소리로 음악을 듣게 된 것 같습니다.
즐거운 저녁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자리 잡은 DH-500>
<제법 그럴싸한 DH-500>
<평활콘덴서 바이패스캡 설치>
<해외 개조작업의 예, 뒷 패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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