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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폐지줍는 할머니(퍼옴)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9-03-10 19: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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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740

제목

엄마와 폐지줍는 할머니(퍼옴)

글쓴이

김재식 [가입일자 : 2006-11-11]
내용




엄마는 스물두살부터 쉰여덟까지 미용실을 하셨어요. 그 중간에 아빠랑 결혼하시고 2남(쌍둥이)3녀 5남매를 낳으시고..



청상에 과부가 되신 꽤나 모진 시어머니에 마흔부터 편찮으셨던 아빠에 정말 요즘 제 생각같아선 도망을 가도 백번은



갔을 그런 결혼 생활을 하셨어요.. 제가 대학2학년때 아빠가 돌아가시고 대학생2명, 고등학생1명, 중학생2명. 거기다가



할머니까지 일곱식구를 먹이고 저희들 대학까지 다 시키시고, 할머니 돌아가시기 전 3년은 암투병까지 수발드시고..







정말 책한권은 충분히 썼음직한 인생을 사신 엄마..



세 딸은 결혼해서 아기들 낳고 잘 살고 두 아들도 요즘 같이 어렵다고들 할 때 괜찮은 직장에서 제 앞가림하고 살아



이제 두발 뻗고 쉬셔야 할 엄마는 일하는 둘째딸(저^^;) 아이들 봐 주시느라 그 흔한 해외여행도 한번 못가보셨더랬어요.







입주 이모님이 계실 때 여행가시라 가시라 해도 안 가시고 해서 정말 죄송했는데.. 둘째 낳고 제가 출산휴가 막바지에



엄마 형제분들끼리 중국여행을 가시게 되어 등 떠미어 보냈답니다. 안간다 안간다 하시더니, 가는 걸로 결정되자



여권사진도 신경쓰시고 입고 갈 일도 신경 쓰시고 들뜬 모습보니 너무 죄송했어요..







엄마가 여행을 가시기전에 1박2일동안(겨우 일주일 비우시는건데..)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꽤 하고 가셨는데 그중 하나가



월수금 오후1시에 아파트 경로당앞에 재활용품과 음식을 챙겨 나가야 한다는거였어요. 그럼서 금.월.수에 내어갈 재활용품



묶음과 식단(?)을 짜 주셨어요. 식단 이랄거 사실 없고 금-영양떡3개, 데운두유1병 / 월-마죽1그릇, 동치미, 데운꿀차1병 ..



뭐 이렇게 빼곡히 써 주시는데.. 동네에 폐지 주으러 다니시는 할머니 드리는거라고..







목요일에 엄마가 가시고 어제.. 바로 금요일.. 사실 좀 겁이 났더랬어요.. 그래도 신신당부를 하고 간 엄마 때문에 재활용품을



카트에 담고 그 위에 음식도 챙기고 (이날 따라 도우미 아주머니가 일찍 가셔야 한데서 80일된 둘째 녀석을 들쳐업고..)



해서 경로당앞으로 출동했더니.. 아.. 정말.. 나이가 족히 여든은 넘어보이는 할머니가 낡은 유모차에 폐지를 조금 싣고 서성



이고 계시더라구요.. 코끝이 시큰해지면서 내가 뭘 귀찮아하고 무서워했던걸까 하며 막 부끄러워져서 얼굴이 화끈..







카트에서 재활용품 낼서 싣어 드리고, 비어 있는 경로당에 들어가서 떡 드시는 동안 옆에 앉아 우리 둘째도 좀 보여 드리고..



너무 이뻐 하시면서 손이 더러워 못 만져 보시겠다고 하셔서 그냥 만져보셔도 된다고 된다고 했더니 옷위로 살짝 만져



보시며 좋아 하시더라구요. 엄마가 여행갔단 얘기는 하지 말래셔서 지방에 볼일 보러 가셨다고 했더니 자꾸만 어디 아픈건



아니지..아니지?하셔서 일주일이면 오신다고 했더니 그래도 막~ 걱정을 하시네요..







얘기를 들어보니 저희 첫째 어린이지 등하원 버스 태워 주러 오가며 만나셔서 1년을 넘게 재활용품이랑 음식 챙겨 드리고



무슨 날이면 꼭 뭐라도 주고 그랬다며 정말 보살님~ 이시라고... 아.. 정말. 한없이 제가 부끄러웠어요..







그냥 자선 단체에 기부나 조금씩하며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인양.. 가끔 출퇴근 길에 폐지 주으러 다니시는 분들 보면



조금은 불편하고 많이 안쓰러운 마음 정도였는데 엄마는 이러고 계셨네요..







하긴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니 한달에 하루 미용실 쉬는 날이면 새벽부터 집안일 해 두고는 할머니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미용봉사 하러 다니시고.. 절에 안다니셔도(저희집은 가톨릭) 시주 다니시는 스님들이나 물건 팔러 다니는 분들 작게라도



늘 도와주시고 그냥 돌려 보내는 법이 없으셨어요.







돈이 많으셔서 그런건 아니었어요. 저희 5남매 학원하나..유치원하나 다닌 일 없이 빠듯빠듯하게 살았으니 말이예요. ^^;;



근데. 정말 엄마가 그렇게 베푸신 복을 저희 5남매가 다 받은거 같아요. 아빠 편찮으시고 돌아가시고.. 저희집 한참 힘들때



혹시 손벌릴까봐 그랬는지 확연히 분위기 바꾸던 잘 나가시던 친척님들.. 13년이 지난 지금.. 저희엄마만 보면... 부럽다



부럽다 노래들을 부르십니다..







그러면 늘 애들이 다 알아서 했지.. 제가 뭐 해 준게 있나요.. 정말 제가 우리애들한테 미안하고 부끄럽습니다.. 이렇게 얘기



하시지만 집에 돌아오면 기분 좋은게 느껴지는 울엄마..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그런 마음을 닮은 인생을 저도 살아야 할텐데



말이예요..







일단 엄마의 심부름부터 열심히 해 두고 있을테니,중국재벌이 한국재벌보다 훨씬 잘 나간다며? 나 안돌아오면 그런 줄 알아라..



이러고 가셨는데 중국재벌 새아빠는 가능성 희박해 보이니, 국제미아 되지 마시고 잘 놀다 오세요~ 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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