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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한계를 깨닫게 되는 나이.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9-03-03 01:3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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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018

제목

자기 한계를 깨닫게 되는 나이.

글쓴이

조성원 [가입일자 : 2000-12-16]
내용
요즘 본 책 중, "동양기행"에서 가슴 서늘한 대목을 잠깐 옮겨 봅니다. 후지와라 신야 저 "동양기행"은 터키 이스탄불에서 출발해 지중해를 거쳐 흑해, 중동, 인도, 티베트, 버마, 중국, 홍콩, 한국을 거쳐 작가의 고향 일본으로 돌아가기까지 1년 넘게 아시아 끝에서 끝까지 방랑한 기록을 담은 여행기입니다. 일본 사진작가 아라키 노부요시 작품 세계처럼 원색적이면서 기묘한 느낌이 들기도 할 만큼 다분히 일본적이면서, 흔한 여행기와는 사뭇 다릅니다.



잘은 몰라도, 일본에서는 브루스 채트윈(Bruce Chatwin) 저 "In Patagonia"처럼 깊은 영향을 미친 모양입니다. "In Patagonia"가 1977년, "동양기행"이 1981년 발표인데, 두 작품 다 30대 중반 때 경험으로 썼다는 공통점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무튼, 동양기행 2, 7장 심산(深山) 티베트 편을 보면, 후지와라 신야가 티베트에서 보기 드문 소승불교계 한 사원을 어렵게 찾아가 21일간 머무는데, 한 소년승이 도망가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40년 넘게 그 절에서 머문 노승한테 그동안 도망친 승려들을 전부 기억하는지 질문합니다.



...



노승은 헤아린 염주를 당시 튕겨보았다. 그 염주의 구슬은 모두 36개였다.



노승의 기억에 따르면, 과거 40년 동안 그 세월과 비슷한 숫자인 36명의 승려들이 이 절에서 도망친 것이 된다. 나는 그 도망승들의 연령대가 궁금해졌다.



이 또한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내가 이곳에서 목격한 것은 다와 소년의 도주뿐이며,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어린 동자승들이 힘든 생활을 견뎌내지 못하고 도망치는 게 아닐까, 라고 여겼는데, 놀랍게도 다와 소년의 도주는 이곳에서도 매우 예외적인 경우였다.



36명의 도망승 중 24명이 40대 전반이었다. 이외에는 연령대가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 10대의 도망승은 다와 소년을 포함해 단 두 명뿐이다. 최고령자는 73세가 한 명 있었다고 한다.



나로서는 40대 전반에 이 절을 뛰쳐나간 승려들이 많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았다.



"왜 이렇게 40대가 많은 걸까요?"



결국 참지 못하고 물어보았다. 승려가 대답했다.



"자기 한계를 깨닫게 되기 때문이지. 신에게 얼마나 더 다가갈 수 있을까. 그 나이가 되면 누구든지 신과의 거리를 깨닫게 된다네. 그 한계를 이겨낸 자에게만 평안이 주어지는 거야. 미혹(迷惑)이 사라진 평안이 찾아오는 것이다. …"



...


뭐, 꼭 40대까지는 아니어도, 어느덧 30대 중반이 넘어서고, 누구나 그렇게 자기 한계를 깨닫게 되고, 어떻게 보면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



흠 … 그렇군요. 저 또한 일탈을 꿈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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