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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기] 2. 얼어붙은 태평양이여 안녕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9-02-19 23:47:44
추천수 0
조회수   967

제목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기] 2. 얼어붙은 태평양이여 안녕

글쓴이

정하엽 [가입일자 : 2002-11-28]
내용
아침에 일어나니 7시20분, 창밖을 보니 아직 어둡다.
위도가 높으면 해도 늦게 뜨는가

짐을 챙겨서 아래층 식당으로 내려가 차한잔을 마시고 나도 주인은 인기척이 없다.
잠시후 주인집 딸래미에게 부탁해서 엄마를 모셔오라고 해서 숙박비 30달러, 라면값 30루블을 지불하고 길을 나선다.
아직도 사방은 어둑어둑하고 어제 택시가 20여분 씨름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돌아간 눈쌓인 내리막길을 조심조심 내려간다.
큰길로 나가 출근하는 사람들 틈에 끼여 31번버스를 올라탔다.
버스안에는 '노약자석'도 있다. 러시아말이 아니라 한국말로... 한국에서 중고로 수입된 차이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낮선땅에서는 그런 작은단어에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블라디보스톡은 한국과 가까와서인지 시내버스 세대중 한대는 수입산이다. 노량진가는 버스에 봉원사의 신도용 차량까지 다양도 하다.
꼬리에 G자가 아직도 선명한 버스에서 내려 기차역으로 들어선 시간은 8시 30분.
어제 문이 잠겨져있었던 계단중간 문을 열고 들어서니 작은 창구가 하나있어 준비했던 '기차표구매 요청서'를 보여줬더니 아랫층으로 내려가란다.

어제는 분명 화장실과 플랫폼밖에 보이지 않았던 아랫층으로 또내려가라니.. 그래도 별수 없다.
다시 내려가본다. 아무리 러시아라고 해도 화장실안에 매표소가 있을리는 없으니 플랫폼으로 나가서 역사를 끼고 좀더 가보니 다른 매표창구가 하나 보이는 것이다. 필시 이곳이 장거리 매표창구임에 틀림이 없다

다행히 사람도 별로 없어서 빈창구에서 '요청서'를 들이 밀었다.
맘씨 좋아보이는 아주머니가 씨익 웃더니 뭐라고 말을 한다. 해석도 필요없다 당연히 패스포트를 달라는 얘기겠지.
여권을 보여주니 잠시후 계산기에 6160을 찍어서 보여준다.
3일밤을 재워주고, 이동까지 시켜주는데 27만원 가량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지갑을 꺼내 돈을 지불하고 나니 드디어 비닐커버에 쌓인 기차표를 창구밖으로 내민다.







기차표를 받아드는 순간 나는 마치 천국으로가는 티켓이라도 받은 듯 감격했다.
차분하게 건너편 자리에 앉아 내용이 맞는지 확인을 하고 구겨질세라 가져간 작은 바인더에 끼워넣고 밖으로 나왔다.

기차는 모스크바시간 03시32분 현지시간으로 10시32분에 출발하니 제법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우선 기차역이 건너편에 있는 레닌동상으로 가본다. 러시아 여행중에 수없이 봐온 그의 동상이지만 그래도 첫대면은 느낌이 다른 법이다.

좌대 아래는 누군가 스프레이로 조그맣게 낙서를 해놓았고 레닌의 발밑에는 붉은 꽃이 한송이 놓여져 있다.
이곳 러시아에서 그의 처지가 이 하나의 풍경으로 설명해주는 듯 하다.

다시 돌아와서 기차역뒷편에 자리잡은 여객선 터미널로 가본다.
배가 없는 시간인지 터미널은 한가하다. 잿빛 하늘 아래 바다는 얼어있고 이따금 배가 지나다니는 길만 녹은 얼음이 둥둥 떠다닌다.
나에게는 신기한 그림이 아닐 수 없다. 바다가 얼다니 ... 겨울에 얼지 않는 부동항을 얻기위하여 1850년 무렵 중국으로 부터 양도받은 곳인데 이정도는 얼은것도 아니라는 뜻인지.
바다왼쪽으로 태평양 함대본부가 있어 아침안개 사이로 군함이 줄지어 정박한 모습이 보인다.
얼어붙은 바다를 찍으려고 주머니에서 카메라를 꺼내는데 냉장고속에서 막 꺼낸 캔처럼 아주 차갑다.
이제서야 바다위 조금 떠오른 해를 한참 바라보다가 뒤돌아 섰다.

역사를 향해서 철로위로 놓여진 육교를 따라 걷는데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다. 생각해보니 거액을 들였던 실패작 '태풍'에서 나왔던 장면이었다.




육교아래로 오래된 증기기관차가 한대 보인다. 플랫폼으로 연결된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증기기관차시대에 시베리아를 달리던 기관차 한대가 지금도 모스크바를 향해서 서있었다.
오래된 기차이지만 그 위용은 요즘의 전기기관차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멋있다.
허리높이 까지 올라오는 기관차의 큰 바퀴는 지금이라도 쿵쿵 소리를 내면서 모스크바를 향해 달릴듯 하다.

그리고 그 뒤에는 9288 이라는 글씨를 새긴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기점을 나타내는 기념비가 서있다.
이곳에서 모스크바 까지 9288km의 거리 앞으로 150여 시간동안 내가 가야할 거리이다.
모스크바에서 다시 레닌그라드를 다녀올 예정이니 결국 1만km를 넘게 달리게 되는 것이다.
거리의 아득함이 괜히 사람을 비장해지게 만든다.





아침을 먹으러 거리를 둘러봐도 적당히 먹을만한 곳이 없다.
결국 기차역 근처의 작은 노점에서 햄버거와 커피를 팔길래 그것을 사들고 플랫폼 안으로 들어왔다.
좀 넓은 역사안의 창 난간에 음식을 내려놓고 북쪽으로 뻗은 철로를 바라보며 아침식사를 한다.
기껏해야 우리돈 2-3000원 남짓하는 보잘것 없는 식사지만 오히려 서울에서의 '당연히 먹는' 한끼보다 훨씬 의미심장하다.
믿을것이라고는 나의 몸뚱이와 머리속의 판단력 그리고 가방속 깊숙히 숨겨둔 돈뿐이다.
무언가를 입으로 밀어넣어 위장을 채우는 일은 나에게 큰 힘이 되어주는 몸뚱어리를 위한 거룩한 행위이다. 저절로 감사하는 마음이 생겨난다.

역사건물 높은 천정을 바라보니 커다란 그림이 보인다.
한쪽은 크렘린을 그린 그림이고 반대쪽에는 정교회건물들과 사제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한때는 연해주 중국땅이었던 이곳을 러시아는 철로를 연결하고 크렘린궁을 그린 역사를 지음으로써 자신들의 영토로 연결한다.





3박4일간 기차에서 보낼것이면서 준비한것이라고는 1.5리터 생수, 도시락면 2개, 그리고 라이터 하나 그리고 물을 부으면 스프가되는 컵라면 반만한 크기의 인스탄트 스프하나가 고작이다.
가게라는게 안에 들어가서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물건과 돈을 교환하는 A4용지크기의 작은 구멍을 제외하고는 전면이 유리로 막혀있는 구조라서 유리안으로 빽빽하게 전시되어있는 물건을 보고 사야하는 구조라서 달리 살만한것을 찾기도 어렵기도 했다.

그래도 기차안에 식당차도 있다고 하고, 기차가 5분 10분씩 서는 기차역마다 플랫폼 까지 작은 노점이 차려진다고 하니 그곳에서 해결하면 되겠다는 생각에 가벼운 준비물만 배낭에 대충 구겨넣고 플랫폼으로 내려간다.

플랫폼은 석탄타는 냄세가 자욱하다. 가만 보니 모든객차의 굴뚝에서 노란연기가 올라오고 있다.
엄청난 추위에 다른 방식의 난방은 고장이 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석탄이 가장 확실해서 지금도 옛날의 난방방식을 쓰고 있다고 한다. 미국이 유인우주선을 처음 쏘아올릴때 무중력에도 불구하고 잉크가 잘 나오는 필기구를 고민할때, 러시아는 그런 고민하지 않고 그냥 연필를 가지고 우주로 날아갔다는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물론 기관차는 전기로 움직인다.

각 객차에는 출입구가 앞뒤로 두개가 있지만 한쪽만 개방한다. 그리고 그앞에는 멋있는 메터르 처럼 멋진 제복을 차려입은 여차장이 손님을 맞고 있다. 정확히는 제대로된 차표를 가지고 있는 손님인지 검사를 하고 있다.
모든역에서 이렇게 체크를 하기 때문에 러시아의 열차는 매우 안전하다고 한다.
기차표와 여권을 보여주니 메테르는 기차표에 적인 여권번호까지 꼼꼼히 대조하고 나서야 올라가라고 한다.
첫발을 승강구 계단에 올리는 순간.. 아 이제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아무도 없는 썰렁한 복도를 지나 미닫이 문을 드르륵 열고 내방을 찾아 들어서니 아래위로 놓여진 침대가 마주보고 있는 구조의 소박한 방이 나를 맞는다.
창문에는 양쪽으로 열수 있는 커튼에 다시 창문 중간쯤를 가로지르는 커튼이 2중으로 처져있다.
마주보는 침대사이에 작은 테이블있어 책도보고 음식도 먹을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중국의 르안워 침대차와 거의 동일한 구조다. 다만 아랫층은 침대들 들면 그아래 큰배낭하나는 들어갈만한 짐칸이 있고 윗층은 복도의 천정에 해당되는 곳으로 역시 짐칸이 있는게 훨씬 편리하다.

창틀은 모두 나무로 되어있고 빈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막으려고 모든 틈사이는 실리콘으로 마감되어 있다.
잠시후 차장이 노크도 없이 문을 드르륵 열더니 뭐라고 하면서 비닐에 쌓여진 시트세트를 주고 간다. 무료다

앞으로 이르쿠츠크까지 73시간13분, 4107 Km, 오랫동안 꿈꾸었던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나에게 어떤 선물을 선사할지 기대가 된다.
10시 32분... 객실천정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소리와 함께 기차는 덜컹하면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 게시물에 있는 대부분의 사진은 여행중 메모리 분실사태로 인하여 인터넷상에서 구한 자료사진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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