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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기] 1.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꿈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9-02-15 00:22:16
추천수 2
조회수   1,467

제목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기] 1.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꿈

글쓴이

정하엽 [가입일자 : 2002-11-28]
내용
90%의 사진을 날려버린 허탈함에 여행기를 쓰지말까 망설였지만, 그래도 기억이 생생할때 쓰려고 마음먹었습니다.
다음주 부터 아주 바빠질 것 같아 끝을 볼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틈나는대로 적어봅니다.
제 사진이 없기때문에 필요한 자료사진은 저작권이 약해 보이는 해외사진중에서 인터넷 상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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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횡단철도 .. 지금이야 그리 낮선 단어가 아니지만 10년 전만 해도 그렇게 익숙한 단어는 아니었다.
내가 이름도 낭만적인 이 철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바로 당시 정기구독하던 내셔널 지오그래픽 덕분이었다.
특유의 노란테두리 안에 성에낀 기차 차창으로 보이는 한 사내의 모습이 표지로 장식된 1998년6월호 였다.





아 그렇다 기차여행
기차.. 어쩌면 가장 여행이라는 말과 잘 어울리는 교통수단이 아닌가 싶다.
어린시절 어디선가 왔다가 사라져 가는 기차를 바라보며 다른 세계를 꿈꾸었던 단선 중앙선의 작은역 부터 커다란 둥근 지붕아래 수십대의 열차들이 열병하듯 줄지어선 유럽의 기차역까지 기차역이 주는 아련한 감상은 소년시절이나 중년에 접어든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나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본문에 나오는 유라시아 대륙 지도를 붉은선으로 가로지르는 철도노선도는 내가슴을 뛰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그러나 불행한 급여생활자가 겨우 1년에 5일남짓 가질 수 있는 휴가로는 턱도 없는 꿈이었다.
그러다가 2000년 7월무렵 황금과 같은 1개월의 시간이 주어졌다.
당연히 이직과정에서 발생한 '엄청나게' 긴 휴가였다.
바로 꿈의 철도여행을 계획했다. 론리플래닛도 사고 러시아 회화책도 샀다. 인터넷으로 정보도 찾았지만 당시만해도 인터넷 초창기로 지금처럼 넘치는 정보가 있는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의욕만 넘쳤을 뿐 준비는 지지부진이었다.
결국 긴급하게 여행계획을 수정하고 그 여행은 시안에서 우루무치에 이르는 실크로드의 일부구간여행으로 대체되었다.

그로부터 9년여 후 다시 기회가 왔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적어도 내나이 50이 넘어가기 전까지 다시는 오지 않을기회였다.
이번에는 고민의 여지가 없었다. 무조건 출발이다.

항공권은 그간 쌓여있던 마일리지의 일부를 이용하니 편도+편도 여정이어도 왕복항공권보다 더 많이 공제되지도 않는다.
다행히 적당한 일정에 보너스항공권이 남아있어서 블라디보스톡 in 모스크바 out 으로 예약을 했다.
상 빼쩨르부르크에서 귀국하면 좋지만 그 노선은 다른 항공사와 연결되는 노선이라 보너스 항공권으로는 예약이 불가능하다.

두번째 비자 , 급하게 여행이 계획되었고 그사이에 설날연휴까지 끼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2박3일짜리로 비싼 수수료를 냈어야만 했다. 게다가 여권만료가 채 3개월이 남지 않았던 터라 여권까지 새로 만들다보니 시간이 더더욱 부족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행히 출발 바로 전날 1달짜리 비자가 찍힌 여권을 받아들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횡단열차 기차표였다.
여기저기서 얻은 정보를 종합하면 정교회 성탄절이 끝나고 난 1월 후반은 비수기여서 기차표 구하기가 어렵지 않다고 들어서 그냥 현지에서 구하기로 했다.

설날연휴를 보내고 세부일정을 꼼꼼하게 정리하고 나니 바로 출발전날이었다.

1월28일 오후 1시20분에 출발하는 블라디보스톡행 KE981편
대부분의 러시아 승객을 태운채로 비행기는 정시에 이륙했다.
바로 방향을 동쪽으로 잡은 비행기는 한반도를 가로질러 날아간다. 눈아래로 두물머리의 Y자 물줄기가 보이는가 싶더니 이륙한지 20분정도 지나자 바로 동해바다가 나타난다. 한반도 횡단은 이리도 짧다.
혹시 블라디보스톡으로 날아가는 길에 북한땅이라도 볼 수 있을까 싶어 왼쪽 좌석을 예약했지만 바보같은 생각이었다.

당연히 북한 영공을 우회해서 날아가기 때문에 보이는것은 바다 뿐이었다.
2시간 10분정도 북쪽으로 날아간 비행기가 구름을 뚫고 아래로 내려서자 눈아래로 하얀 땅들이 보인다.
잠시후 착륙을 하고 활주로를 달리는 비행기창 밖 쭉뻗은 벌판에는 하얀색 자작나무가 줄지어 서있었다
러시아와의 첫대면은 흰색으로 시작되었다.
현지시간 16시25분 , 한국보다 한시간빠른 시차니 약 2시간만에 나는 러시아에 도착한 것이다

아직도 사회주의적 관료주의가 남아있다는 공공기관, 더구나 까다롭다는 출입국신고가 기다린다.
100명이 넘는 승객이 3개의 신고창구를 빠져나가는데 무려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창구는 거의 어깨높이까지 올라와 있고 그 위에 한뼘정도의 공간의 틈만 남기고 다시 유리벽으로 막혀져 있었다.
게다가 창구 뒷쪽으로는 승객의 뒷모습을 살펴볼 수 있도록 거울을 설치해두어 내가 경험한 출입국창구중에서 최악의 구조였다.

특별히 물어보는 것은 없었지만 (물어보더라도 내가 답해줄 수 있는 말은 한마디도 없다) 상당히 꼼꼼하게 살핀후에야 쾅소리가 나게 입국스템프를 찍어준다.
아무것도 안물어봐줘서 정말 고맙다.

여권을 가방깊숙히 챙겨넣고 청사밖으로 나선다.
택시운전수들이 달려들더니 택시라고 외치며 호객을 하지만 마치 그사람들이 투명인간인듯 눈길한번 주지않고 일단 한번 죽 둘러보니 오른쪽 끝에 소형버스가 한대 서있다.

블라디보스톡 공항은 시내와는 한참 떨어져서 바로가는 교통편이 없다.
택시를 탈경우에는 요금은 감당이 안되고, 민박집에 픽업서비스를 요청하면 60불이란다.
둘다 내가 택할 방법은 아니다.
인터넷 정보와 가이드 북에서는 공항에서 101번 버스를 타고 블라디보스톡 근교도시까지 와서 교외전철을 타고 블라디보스톡 시내로 들어오면 된다고 되어있다.

일단 버스쪽으로 가니 15인승 정도되는 작은버스 이마에 101 이라고 숫자가 써져있었다.
어디 버스표를 따로 파는 곳이 있나 살펴봤지만 KACCA 라는 표지판은 보이지 않았다.
KACCA는 매표소라는 뜻으로 내가 거의 유일하게 익혀간 러시아 단어였다.
표가 필요한것인지 아니면 현금으로 지불해도 되는지 잠시고민하다가 그건 돈낼 사람보다 받을 사람이 더 고민해야될 문제다 싶어서 그냥 버스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뒷편에 자리가 남아있길래 기어들어가서 구겨앉았다.

10여분 지난후 모든자리를 채운 후 버스는 출발한다. 내리고 싶은 사람있으면 내려주고 손들고 서있는 사람 있으면 태워가면서 버스는 1시간 정도 지난후에 버스 정류장같이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옆자리에 있는 아저씨에에 ' 프타라야 레티카 ?' 하고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돈을 내릴때 현금으로 내는 것이었다.

이제는 기차역을 찾아야 한다.
일단 사람들이 다들 가는 곳으로 따라 들어가본다. 창구가 보이고 사람들이 줄서있었다.
일단 사람들 뒤에서서 내순서가 오면 ' 블라디보스톡' 이라고 말할 참이었다.
그런데 기다리면서 맞은편 벽에 커다랗게 붙어있는 시간표 끝에 그림이 기차가 아니라 버스였다.
음 .. 이건 아니다 싶어 줄에서 벗어났다.

아이팟을 꺼내서 train으로 조회해보니 ' поезд ' 로 나온다. 버스앞에서 담배피는 사람에게'포에즈드' 라고 물어봤더니 알 수 없는 소리만 한다.
이럴때 당황하면 안된다. 생각을 돌이켜보니 버스가 정류장으로 들어올때 기차들이 서있는 것을 본듯 하다.
그래서 버스정류장에서 나와 그쪽방향으로 가니 기차가 서있는 철로가 나오고 그얖에 작은 건물이 있는데 조그맣게 KACCA라고 쓰여있었다. 유리창 하나 없는 허름한 건물 바닥안은 눈녹은 흙물로 질척하고 창구안쪽에 벽에 두개의 창구만 달랑 있었다.
블라디보스톡이라고 얘기하고 손가락 하나를 폈더니 창구안의 아주머니 인상을 쓰면서 마구 뭐라고 한다.
뒤에 다른 사람이 있어서 일단 양보했다가 또다시 조금 불쌍한 표정으로 같이 얘기했더니 안에 있는 시계를 가르키면서
손가락 7개를 펴보이신다. 곧 해가 질텐데 7시면 2시간정도 기다려야 한다. 그러면 너무늦다.
할 수 없이 다시 버스정류장앞에 지붕에 택시표시등을 달고 있는 차앞에 가서 블라디보스톡 역까지 얼마냐고 했더니 600루블을 달라고 한다. 아까 기차역으로 갈때 이사람들이 호객하는걸 거절했다가 이번에는 내가 다시 찾아왔기 때문에
이미 협상력을 잃은 상태였지만 그래도 맘에 안들면 떠날듯한 표정으로 열심히 협상해서 400에 가기로 했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아이팟의 계산기 프로그램이 없었으면 힘들었을 것이다.


기차역에 도착한 것은 택시를 탄지 30분정도 지나서였다.
사진으로 많이 봤던 멋있는 역사가 눈앞에 나타난것이다.






이미 해는 완전히 지고 어둠이 내린 시간이었다.
역안으로 들어가 창구로 가서 아무말 없이 와싸다 모회원님에게서 배운 몇몇단어를 조합하여 자체제작한 '기차표 구매요청서' 를 들이밀었다.






다행히 창구안의 아주머니가 화를 내지는 않고 아래로 내려가라고 손가락으로 가르킨다.
원래 창구가 아랫층에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혹시나 해서 물어본 것이기 때문에 확인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그런데 ... 아랫층으로 내려가니 한쪽은 화장실 다른쪽은 그냥 기차가 한대 서있는 플랫폼이다.
그리고 계단중간에 작은 문이 있는데 그문앞에 붙어있는 근무시간은 끝난후였다.

내일출발하는 열차이긴 하지만 비수기라고 하니 내일아침에 다시와서 표를 끊기로 하고 예약한 민박집으로 향한다.
이또한 쉽지는 않아 버스를 타고 걷다가 택시를 타고 민박집을 찾아가서 벨을 눌렀더니.
주인왈 ... 민박집을 열고 혼자서 찾아온 손님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그것도 겨울밤에

아무튼 손님이 하나 없는 민박집에 들어서니 그제서야 배가 고픈것이 느껴졌다.
다시 밖으로 나가기도 그래서 주인에게 라면하나 사서 허기를 채우고 6인실 도미토리를 독방으로 즐기면서 여행 첫날밤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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