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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배라먹을 지지배가...!!!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9-02-14 21:32:53
추천수 4
조회수   2,999

제목

고 배라먹을 지지배가...!!!

글쓴이

황보석 [가입일자 : ]
내용
몇 년 전 실용 사랑방에 올렸던 글인데, 주말에 재미삼아 보시라고 다시 한 번 올립니다. 굳이 다시 올리는 이유는... 엄~!청 재미있거등, 큼!^^



이 아줌마 저하고는 5년 터울이 지는데, 지금까지도 철이 덜 들어서 무지 까불고 저한테서 지지배 소리 듣는 거 무지 좋아합니다. 그래도 알고 보면 “이쁜 게 죄라면 죌까......”^^ 하는 숙명을 안고 살아가는 애지요. 실제로 25년 전쯤 친구 둘 달고 대학(이대) 계단을 내려오는 사진이 몰래 찍혀 프랑스 잡지에 표지사진으로 실리기도 했으니까요(그 잡지 지금까지도 간직하고 있습디다. 여자들이란, 쯧쯧......) 암튼, 제가 어렸을 때는 얘가 <좁은문>에 나오는 알리사 같은 존재였지요---그럼 난 제롬이었나??ㅎㅎ



요즘 제가 번역하고 있는 책이 폴 오스터의 대표작인 <뉴욕 3부작>인데, 거기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Still, the letters are basically jocular in tone ('Call me Redburn', one of them begins), and by the end one senses that Fanshawe has managed to prove something to himself. The ship is no more than an excuse, an arbitrary otherness, a way to test himself against the unknown.

그렇더라도 편지들은 대체로 익살맞은 어조였는데---그 중 하나는 “나를 레드번(시뻘갱이:배를 타다 보니 빨갛게 익었다는 뜻임/옮긴이)이라고 부르렴.”이라는 말로 시작되었다---편지를 다 읽고 나면 팬쇼가 어떻게든 자기 자신에게 뭔가를 증명해 보였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배는 하나의 구실, 임의적인 다른 세계, 미지의 것에 대해 자신을 시험하는 한 방편에 지나지 않았다.



문제는 제가 “익살맞은 어조”와 “레드번” 사이의 연계성을 찾지 못했다는 거였지요. 그래서 한참 꿍꿍 앓다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는데(참고로 얘, 저한테서 번역을 배웠고, 번역서도 몇 권 나와 있고, 출판사에서마다 “지금까지 본 가장 깔끔한 원고”라는 평도 들었더랬습니다. 지금은 서방이 돈을 워낙 많이 물어다줘서 손놓고 있지만) 제가 잠깐 설명을 했더니 당장 이러는 겁니다. “배 타고 있었다매. 그럼 어떻게 되냐? 땡볕에 얼굴이 타서 빨갛게 익지? 그래서 레드번이잖아, 그것도 모르냐, 이 바보야?” 그러더니 뭐 오빠도 이제 맛이 갔다느니, IQ 7 차이라니, 머리가 그렇게 안 돌아가냐니 하면서 한참이나 약을 올리더군요---것두 저녁 먹다 말고.



그래서 저는 그만 짤러 이 지지배야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그래도 기분은 참 좋았습니다. 그앤 저를 밟을 건수가 생기면 디게 신나나 봅니다. 그래서 저도 기분 좋게 밟혀 주지요. 그래, 너 잘 났다 하고... 그래도 얘, 제가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동생이랍니다. 똑똑해서.^^ 얘도 제가 그 말 해주면 디게 좋아하지요---농담으로 이러면서요. “오빠, 나 막 감격해서 눈물나려고 그래.”



지난 봄 제가 고 지지배한테 오디오 세팅을 해준 적이 있는데, 야가 칭찬하는 데 무지 인색합니다.



암튼 돈은 많은 애니까 비싼 것들로 처발랐지요. 그런데 이게 고마운 줄도 모르고 기기 구입하는 동안 연신 투덜거리더라구요. 뭐 이렇게 늦어지냐고. 맞춰서 구입하려면 다 갖추는 데 한두 달은 걸리잖습니까.



암튼! 기기 구입이 다 끝나고, 제가 친히 서울로 올라가서 세팅을 완료했습지요. 그러고 나서 이런 저런 곡들을 걸어 들은 뒤 어떠냐고 물었더니 멀뚱멀뚱하다가 대답이라고 하는 게 '뭐, 그저 그래.' 속으로 열이 좀 뻗쳤지요. 요런 배라먹을 지지배!



그날 저는 대학 동창들과 만날 약속---물론 오랫만에 진하게 퍼마시자는---이 있었는데, 막 나서려는 참에 동생이 저를 부르더니 친구들하고 마시라며 술을 두 병 내줍디다. 근데 하나는 익히 보던 것이었지만, 다른 하나는 1.5리터 페트병에 넣어진 거더군요. 그래서 제가 과일주나 뭐 그런 건 줄 알고 '야, 까불지 말고 스페셜---쪼니워카 스페셜이란 얘기지요---이나 한 병 더 꺼내.' 했더니 동생이 '바보야, 이거 녹용술이야.' 하더군요. 그 날 세 넘이 모여서 아주 기분좋게 취했습지요.



그리고 다음날 내려가기 전에 전화를 걸었더니 그제서야 칭찬을 해줍디다. '오빠, 나 오됴쟁이들이 왜 좀 또라이처럼 되는지 이제 알겠어.' 이게 제가 그 배라먹을 지지배한테서 들은 최고의 칭찬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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