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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감상기] 취화선
음반리뷰추천 > 상세보기 | 2003-03-16 08:59:20
추천수 3
조회수   2,371

제목

[DVD 감상기] 취화선

글쓴이

조은성 [가입일자 : 2001-01-10]
내용
한국적 미학, 세계적 미학-취화선 SE



"술을 즐겨 하기에 밤낮을 가리지 아니하였고, 그림을 그릴동안은 반드시 술이 옆에 놓여야 하고, 술이 놓였으면 반드시 미인이 그 옆에 있어야 했다. 부귀와 세속적인 가치에 뜻을 두지 않았으니 세력과 부귀의 힘을 빌어 그림을 청하는 이가 있으면 비록 생명을 빼앗기는 한이 있을지언정 예술을 허여(許與)하지는 아니하였다" -1938년 김용중 "근원수필"중에서-



조선말 개화파 선비 김병문은 청계천 근방을 지나다 거지 패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던 어린 꼬마 장승업을 구해낸다. 장승업의 그림 솜씨에 천기가 스며 있음을 간파한 김병문은 진경산수의 달인들에게 그를 입문시킨다. 장승업은 곧 신기의 화풍과 돌출 행동으로 조선말 화단에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다. 하지만 자신의 그림 속에서 자유롭게 살기를 원하는 장승업은 쌓여 가는 명성과는 달리 점점 자신의 안으로 침잠해 들어간다. 술과 여자가 없이는 점차 한 점의 그림도 그릴 수 없게 되는 장승업. 그의 곁에는 매향과 소운, 진홍이 스쳐간다. 그리고 결국 그는 자신의 예술적 완성을 위해 어쩌면 예정됐던 것일지도 모를 길로 향한다.



지난해 제55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며 전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린 임권택 감독의 98번째 영화 <취화선>은 혼란스런 조선시대 후기 불꽃같은 인생을 살다간 오원(吾園) 장승업의 예술과 사랑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장승업은 단원(檀園) 김홍도, 혜원(蕙園) 신윤복과 함께 조선조 3대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천재화가. 그는 중인으로 추정되는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일찍 부모를 잃고 거지처럼 떠돌다 역관 이응헌의 집에서 머슴살이를 하게 된다. 이후 이응헌의 집에 보관된 그림을 어깨 너머로 보고 똑같이 흉내낸 그림으로 재능을 인정받게 되어, 본격적인 화가의 길을 걷는다. 천재적인 기량과 왕성한 창작욕으로 한양 문화계의 총아가 되고 고종으로부터 벼슬까지 받지만, 결국 거절하고 천하를 떠돌다 1897년 생을 마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단에서 오원에 대한 평가는 김홍도나 신윤복에 비해 인색하지만, 그가 산수, 인물, 화조영모화(꽃과 새 그리고 동물을 그린 것), 기명절지(그릇과 꺾인 가지를 조화시킨 그림), 사군자 등에 두루 능했다는 것, 그가 일생 동안 끊임없이 작품세계를 변화시켜 나갔다는 것, 그리고 후대 한국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 정도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장승업에 대한 평가다.



영화 <취화선>의 가장 큰 매력은 빼어난 영상미에 있다. 하늘을 새까맣게 수놓는 새떼와 황금 물결 넘실거리는 억새밭, 끝없이 펼쳐진 들판, 눈발 날리는 개펄 등 전국 곳곳을 두비며 담아낸 한국적인 영상미에 절로 감탄사 흘러나올 정도.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을 위해 22억원을 들여 2천500여평 부지에 세워진이 야외 세트에 19세기말 서울 종로 거리를 옮겨놓음으로써 영화의 완성도에 크게 기여했다.



날렵한 붓놀림에 따라 하얀 화선지에 하나둘씩 선과 점이 채워지면서 우아한 한국화가 완성되는 장면을 솜씨있게 카메라로 포착한 것도 미술관에서는 맛볼 수 없는 새로운 즐거움. 이번 작품을 통해 장승업처럼 살고, 장승업처럼 생각하려고 애쓴 사람은 비단 주연배우인 최민식뿐만이 아니다. 영화에서 장승업의 손으로만 나온 중앙대 김선두 화백은 8개월간의 촬영기간 동안 수백 점의 그림(영화 속에서는 60여 점의 그림만이 등장한다.)을 선보이며 오묘한 동양화의 신비스러움을 고스란히 재현해 냈다.



김선두 화백이 영화 속에서 한장 한장의 화선지를 놓고 장승업의 그림을 재현하려고 애썼다면 임권택 감독은 스크린이라는 큰 화선지에 새로운 한국화를 그려내는 데 정성을 다했다. 그가 이 작품을 구상해서 완성하는데 무려 20년 가까운 세월이 걸렸다.(78년 무렵부터 <취화선>을 염두해 두었다고 하니 보통 장인정신이 아니다.)



총 두장의 디스크로 출시된 DVD 타이틀 또한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동양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킨 케이스를 살포시 개봉하면 두 장의 디스크가 가지런히 놓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한지느낌의 엽서도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dts와 돌비 디지털 5.1 서라운드를 지원하는 사운드는 작품을 해석하는데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바람 소리와 갈대 소리, 술잔에 술이 부딪치는 소리, 흐르는 물소리, 붓의 미세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을 정도. 세심하게 설계된 사운드를 통해 꼼꼼한 장인정신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진짜 볼거리는 다양한 서플먼트로 중무장한 두 번째 디스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영화 제작과정을 담은 '제작과정' 코너를 통해 <취화선>의 한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전반적인 진행과정을 전해들을 수 있다. 작품이 크랭크인 되기전 자료조사와 임권택 감독, 정일성 촬영감독, 제작자인 이태원 대표, 등장인물들의 인터뷰, 장승업 그림에 대한 자료조사 장면들과 각 대학 한국화 교수들의 조언, 배우들의 연기 훈련 모습, <취화선>의 오픈세트 제작현장 모습과 그곳에서의 촬영모습, 장승업이 붉은 해초밭과 뻘밭을 가로지르는 영화의 명장면 중 한 장면을 영종도에서 촬영하는 스탭들과 배우들의 모습 등이 담겨있다. 이전 한국 영화 타이틀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세세한 내용들을 담음으로써 어떻게 <취화선>이라는 작품이 완성되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텔레시네' 코너는 필름 프린트를 TV 신호로 옮기는 과정인 텔레시네 과정 소개와 작업에 참여했던 정일성 촬영감독 인터뷰 등을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텔레시네 과정에서 영화와 다르게 처리된 장면을 비교, 소개하고 있다. '취화선 CG'는 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촬영화면과 컴퓨터 그래픽이 사용된 두 장면을 비교해서 볼 수 있다. 이외에도 '프로모션' 코너를 통해 극장용 예고편과 TV용 스팟 광고, 신문기사 모음, 포스터 사진 촬영 모습, 기자회견 당시의 모습들도 서플먼트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사 최고의 쾌거로 불리는 칸국제영화제 출품당시 영화제 관련 동영상과 인터뷰 등의 자료 등도 두 번째 디스크에 담겨 있으며 영화에 등장하는 실제 장승업의 그림과 모작품 비교해 볼 수 있는 코너, 수상내역, 작품에 참여했던 스탭 소개 등도 빼놓지 않고 담음으로써 소장 가치를 극대화했다. 작품적인 완성도는 물론, DVD 타이틀로써의 완성도까지 높은 평가를 받을만한 <취화선>은 한번보고 잊혀지는 작품이 아닌, 두고두고 음미해 볼 수 있는 흔치 않는 타이틀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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