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순 건이 알려지면서 또 싸이코패쓰 이야기네요.

몇 년전까지만 해도 알려지지 않은 개념입니다.

최근에는 혈액형이나 별자리 같이 (재미로 보는) 성격 검사처럼 퍼지고 있네요.



본성 상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안 되는 성격을 타고난 사람을 말한다고 하는데,

저는 이 개념에 대해서 회의적으로 생각합니다.



날 때부터 그런 성격으로 고착된 사람이 있을까요? 유영철, 강호순이 만약에 힘을 쓸 수 있는 10세 전후부터 한 때도 쉬지 않고 타인을 괴롭히고 죽이고 강간했으면 그렇다고 했겠습니다. 석방되면 또 강간, 또 살인... 최소 전과 14범 이상... (흠... 누구 생각이 나네요 -_-;) 이 정도 되어야 선천적으로 그렇다고 하겠지요.

그렇지만 다 배울만큼 배우고, 사회에 불만 가질 만큼 갖게 된 30대 중후반에야 사람을 죽이기 시작했습니다.



범죄자 한 명을 미친사람으로 취급하고 마는 것은 매우 간편한 방법 같습니다.



그렇지만 범죄는 사회적 환경의 산물이기도 하고, 그에 대해 국가를 비롯한 사회 전체의 책임도 있습니다. 이것을 싸이코패쓰 개념은 보지 못하게 만듭니다.



싸이코패쓰 개념을 쉽게 이용할 게 아니라, 행위자유를 가진 인간이 '의지로 스스로 범죄를 선택했다'는 점을 강조해야할 것입니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인간'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은 제대로 처벌도 할 수 없게 하기 때문이지요.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 흔히 미쳐서 그랬다고 스스로 변명하는 이유는 형벌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미친사람은 기껏해야 사회적으로 격리만 시킬 수 있을 뿐입니다 (물론 사형존치론자들은 그냥 죽이자... 라고 쉽게 이야기하겠지만요)



그리고 선천적 범죄자 개념은 개인의 인성에 대해서 처음부터 포기해버림으로써 그에 대해서 어떠한 개선조치도 할 수 없게 만듭니다.



너무 성급하게 학문적으로 입증도 되지 않은 개념이 확산되어버리는 것 같네요.



범죄학을 하신다는 모 교수께서 티브이에 나와서 너무 자주 이야기를 한 영향도 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