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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소설] 시내 1 -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9-01-26 21: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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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868

제목

[자전소설] 시내 1 -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쓴이

박두호 [가입일자 : 2003-12-10]
내용
한 회원의 말 : 안녕하세요, 2년전 종교에 관한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기억하실련지 모르시겠네요. 현재는 오디오 생활을 금전적인 문제로 중단했지만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싼 물건들만 고르면서 와싸다에서 뒹굴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다름이 아니라 소설을 연재하려고 하는데 무엇보다 인터넷 상에서 가장 교양 있으신 와싸다 동호인 분들께서 같이 제 표현, 제 젊은 날의 치기에 동참하시고 다시 말해 공명해주셨으면 합니다. 미숙하고 찌질한 글이지만 저로선 글을 올릴 사이트가 학생 시절의 추억의 정점이자 총화인 와싸다 밖에 없네요. 상전으로서 읽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즐거운 설날 보내세요~ p.s 아 저는 그때 이후로 아직도 몸이 아파 은행추출물도 먹고 하는데 나아지지 않네요.









고통 속에서 어떤 희락을 찾는 일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희락을 좀 더 엄밀히 분류하자면 그것은 모종의 우수요, 섬세한 향기이다. 그는 분명 사랑을 원하는 것일까? 지고로 달콤하고 영원한 사랑의 베일. 그의 정신은 그것을 원하고 있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배경이 순식간에 봄의 지순함과 아득함으로 온통 적셔지는 느낌이다.



그의 방향의식은 언제나 정신적 내몰림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의 진보적 성향과 그에 대한 반향으로서의 보수적인 기질, 하나의 특질은 모두 그가 양립적으로 내포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을 관통한 그의 좌표의 자기장적 성향은 '사랑과 미를 향한 열정'이었다. 그는 예컨데 시인이었다. 그의 섬세함은 요컨데 모든 진정성에의 미학을 추구하는 성격에서 뻗어나오는 일련의 힘이었다. 그는 자기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했다. 그는 모두에게서 벗어나고자 '모두'가 되고 싶어했다. 그는 주인공이기보다는 배경으로 남고 싶어했으며, 그 배경은 아주 현란하고 수려한 비경이어야 했다. 그 성립이 그를 그답게 묘사하는 것이었다. 그는 잊지 못할 아름다움만을 사모하는 걸 좌시하지 못하는 한명의 기인이요, 현자였다. 여기서의 현자는 말하자면 미친 사람을 뜻한다. 현자는 따뜻하고 깊이를 측정할 수 없는 아득한 정서를 소유하고 있는 교양가를 뜻한다. 예의 교양은 모든 분야를 아우른다. 아주 강렬하게 메타적이고 혁혁한, 한줄기 맥락의 '전체'라고 부름 직하다. 그는 그런 교양가였다. 미를 적시하는 적요한 요원한 투사였다.



그런 그가 사망하지 않고 생존해 있다면, 아니 실존해 있다면 당신은 그걸 인정하겠는가? 인정이란 자고로 힘겨운 결정의 한 요소이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당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놀라움은 결국 혁신적인 쾌락으로 변모할 것이다. 환원될 것이다. 그것이 내가 그를 오랫동안 관찰해 오면서 도출한 결론은 당신조차 수긍케 하는 일원론적인 마치 직사하는 빛처럼 그런 종류의 환상, 분수령이다.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당신은 모종의 관철에 이를 것이다. 아주 천천히, 그러나 반대로 빠르게. 그, 고독한 시인인 그와 관련된 이야기가 당신에게 감동의 서막을 제시할 것임에 틀림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예의 그것은 아주 구조적인 부분에서 파란만장한 비애의 서사이다. 나는 이제부터 그것에 대해 언급하겠다. 그것은 그의 이야기다...



현시적인 슬픔을 이해하는 데는 많은 감상이 들어간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직접 체현해보고자 하는 시도에는 마르지 않는 우물의 물처럼 딱 그정도의 감상이 필요하다. 전적으로 어떤 일을 책임지는 역할, 그 역할이 자기를 근본으로 창원한 슬픔에서 발발되었다면 이는 불가피한 일종의 숙명인 것이다.





시내에서 그는 길을 잃었다. 타성에 의한 것이었다. 타성은 어떤 강한 빛보다도 훨씬 강렬하게 그를 사로잡았고, 그는 혼란스럽고 그에 사로잡혔다. 타성에 덧씌어진 비가역성은 비논리적인 것이었으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시내의 불빛은 어지럽게 이지러져있었다. 의정부 시내는 비교적 협소했다. 최소한 다른 시내와 비교하자면, 그 규모와 수준 면에서 현격히 떨어지는 편이었다. 그러나 도심의 불빛은 그 누구도 사로잡히지 않고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거기는 도시라고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었다. 도시의 밀림성이란 그에게 무엇을 숙고하게 하고 종국에 무엇을 상정하게 하는가.



차들이 막힌 도로에 답답하게 서 있었다. 모두 구진 차들이었다. 한마디로 볼품 없는 차들, 어쩔 수 없이 타고 다니는 차들이었다. 이 공개적인 거리는 서민들의 사계절을 현묘하게 표현해내고 있었다. 차 뒤에서 나오는 매연은 다만 이시대의 구름과 꼭같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도 사람들은 인도에서 빠르게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서로를 잡아뜯으면서 살고 있는가? 아니라면 서로를 사랑하는가? 서로의 육체를? 아니다, 아니다, 그들은 서로를 죽이려 하거나 서로를 확보하려고 든다. 그들은 권력의 사다리 밑에서 옮겨다니고 옮겨다니며 자신의 위치를 세심히 다듬으려 든다. 그들은 조용한 게임을 위해 법이라는 체계를 만들었다. 또한 보이지 않는 손인 자본주의는 사실 굉장히 시示적인 이 게임의 핵심적인 룰이다. 그렇다면 게임의 참가자들의 마음과 정서는 그러니까 이들의 1인칭적인 영도는 사가들이 다루고자 하는 가외물인가? 그러나 분명 예술은, 즉 인류의 정신은 정서의 총체적인 정방체이거니와 군상 그자체다. 그렇다면 이 시내를 활보하는 사람들은 어떤 정신적 파장을 그러잡기위해 생존하는가? 사실 원인은 없을 테다. 원인이란 필요하지 않는 편집증적인 인류적 관념이다. 예는 파토스의 평행선을 따른다. 단지! 단지 결과가 전부다. 결과는 사실이다. 그런 결과론적인 의미에서 말하자면 인간이란 비정신적인 성적인 존재를 가르킨달까.



그러나 앞서 실재에 대한 얘기에서 사족으로 첨가한 결과론에 대한 얘기를 폐하고 다시 예를 다뤄보자. 방금 시내에서 분류 가능한 행인들의 실체, 실재에의 권력다툼을 다뤘다. 말하자면 의지의 문제의 정반대의 요를 다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더러운 현실에서 벗어난 한 인간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K였다. K, 한 보잘것 없는 인간. 그 보잘것 없는 인간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눈썹은 퍼져있고 코는 둥근게 이른바 자산가 코다!입은 약간 두터우며 눈은 큰 편이나 짝눈이다. 왼쪽이 조금 큰 편이다. 그의 이면에서 모종의 부재를 느낄 수 있다. 압생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필자 자신도 모른다. 그는 약간 촌스럽고 더러운 옷, 예를 들자면 무난한 긴 바지와 줄무늬 셔츠를 입고 머리를 감지 않은 채 거리에 우두커니 서 있다. 거리에 서 있는 이유는 거리가 거기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할 일이 없어서일 것이다. 이것이 그에 대한 묘사의 전부다.



거리는 답답하게 열려 있었다.





K는 던킨 도넛에 들어가려고 했다. 사방은 온통 시끄러웠다. 짐짓 그는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한가지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구조는 생각보다 단순하다는 것, 시간이 흐르고 공간이 바뀌어도 인간의 진보는 항상 순환적인 정비례 현상을 보이고 있구나 하는 직관. 그러다가 시간의 원에서 그의 의식은 깨어났다. 지구의 자기장은 역동적인 성향으로써 규칙적인 흐름의 동향을 그리고 있었다. 그 동태성에서 비롯된 환멸감은 곧 도시의 역겨움을 말하는 것으로 K 역시 이것에 순응하는 한마리 작은 통통한 벌레였다. 그렇다. 그는 벌레였다. 그렇지만 그는 어린 시절에 공자, 순자, 장자, 맹자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고 동양의 지고로 비련한 이국적 시들에 대해 개벽할 만한 파악을 하였고 그의 나이 열일곱에 칸트라는 무아지경과 일치했다는 추상에 관한 철학적 충만감에 가득 찼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었다. 그리고는 그는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이 결합한 쇼펜하우어와 사상가 프로이트, 사르트르와 20살에 드디어 목도하여 대적하였고, 왔고 보았고 이겼다. 21살에는 펜을 꺽고 정신분열 증세를 일으켜 랭보처럼 거리를 방랑하다가 교도소 문턱을 밟았고, 그리고 그는 지금의 나이 22살에 물리학자이자 철학자인 마흐와 아인슈타인이라는 두 거성에 대해, 이른바 새로운 분야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고자 하려했다.



그의 사고방식의 가장 내밀한 부분의 최종점은, 즉 사생활의 모든 부분은 어쨋거나 프로이트였다. 그는 프로이트의 정신적 그늘에서 벗어나질 못하였다. 프로이트는 항상 그에게 옳다는 것을 납득시켰고, 거기에서 꽃 핀 일종의 길을 제시하였다. 그에 비해 사르트르는 그에게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기에 사르트르는 철학자로선 실패자였다. 비록 대중의 유명세를 타서 그의 문명文名, 하나의 문화권력은 강력히 구축했지만 말이다. 20세기의 지성의 거대한 맥락, 두 축은 인문계에서의 프로이트와 이공계에서의 아인슈타인, 이 두 거장으로 양분된다고 그는 명명했다. 그리고 어느새 청년으로 자란 그의 욕심은 아인슈타인의 지성의 특질까지 궁금해 하고 있었다.



던킨 도넛은 물질주의에 양도된 경도된 많은 사람들, 말하자면 허영심이 많고 자기본위적인 세련됨을 하나의 지적 스타일로 받아들인 그 모든 사람들이 밀집해 있었다. 그들은 맛에 굶주리기보다는 미국의 생활패턴의 양상의 한 임상적 사례의 편향성에 굶주린 자들이었다. 즉 그들은 스타일을 원했다.



어떤 이들은 탐욕스런 이빨로 던킨 도넛을 씹고, 어떤 이들은 더 탐욕스런 손으로 던킨 도넛을 고르고 있을 때 그가 바bar로 가서 자신이 고른 도넛들을 내밀었다. 이것도 몇명의 줄을 기다린 결과였다. 이상하게도 던킨 도넛은 불황에도 끄덕없다. 하지만 아무렴 그에게 그런 사실은 상관없었다. 그는 도넛을 사가면 그것으로 그의 따분한 무의식에 대한 합목적성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도넛은 계산되었다. 여종업원은 손에 익은 듯 k와 짤막한 대화를 마친 후 k는 도넛을 들고 나가려 했다. 그러던 찰나 k는 문득 느꼈다. 여종업원의 손은 개인을 향한 게 아니라 공공을 향해 있구나, 하고. 직업에 있어서 감정의 개입은 종업원이나 의사나 카운셀러나 애널리스트나 모두 약간의 필요분이나 자양분이, 융통성의 기지를 발휘해서 자신의 직업적 기저를 완성코자 하는 미약의 노력이 필요한 것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전문직이 기틀을 잡아가는 시대니 만큼 미분의 작업능력에 부여된 감수성은 충분히 필요조건이지 아니할까.





던킨 도넛의 현란한 조명은 역시나 도시의 모든 불빛 중에서도 백미였다. 그가 던킨 도넛을 빠져나가고 충분한 시간이 흐른 후에도 그의 눈에는 하얀 조명이 어른거렸다. 알다시피 던킨 도넛은 전세계 곳곳에 수만개의 점포를 거느린 거대기업이다. 그러나 던킨 도넛은 더 큰 다국적 기업의 작은 일원, 부분일 뿐이다. 다극화된 오늘날의 체제에서 초자본주의는 신자유주의라는 아름다운 거대 이념으로 포장되었다. 압도하는 서구문화는 던킨 도넛과 같은 특이한 푸드마켓 구조를 형성하였다. k는 던킨 도넛이 생성된 이 교묘한 메커니즘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이것은 정말이지, 아름다운 사회의 모습이었다. 돈과 스피드는 사나이에게 얼마나 큰 포부와 창발적인 원동력을 제공하는가! 돈이 없는 사회 만큼 재미 없는 사회가 또 어디 있겠는가! 돈은 곧 의지다. 그 의지가 함의하고 있는 놀라울 만한 역동성이며 신축성은 모두의 저변이 무신론의 세태로 편승됨을 직시하는 종교의 무상성을 표징한다.



거리는 아까보다 한산했다. 두 사내가 최소 배기량이 600cc가 넘는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이 추운 겨울에 k는 그들이 그야말로 미친놈처럼 보였다. 두 다리가 절단나고 성불능에 두개골이 박살나서 뇌수가 철철 흘러야 정신을 차리는 족속들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역시 k에겐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어짜피 타자들이 아닌가? 타자의 운명 따윈 애당초 k의 재량이 아니었다. k는 자신의 운명만도 상대하기에 벅찼다. 이내 눈이 내렸다.





눈이 내리는 시내는 가히 볼만했다. 아름다웠다. 모두들 눈을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듯했으나 기어코 눈을 보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겨울의 형언할 수 없는 상쾌함은 모든 이들에게 전복된 눈부신 사념이었다. 눈은 빠른 속도로 시내를 뒤덮었고, 시내는 환상에 사로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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