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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감상기] 밀애
음반리뷰추천 > 상세보기 | 2003-03-16 08:55:41
추천수 5
조회수   2,156

제목

[DVD 감상기] 밀애

글쓴이

조은성 [가입일자 : 2001-01-10]
내용
내 생에 꼭 하루뿐인 아주 특별한 날 - 밀애



평범한 주부 미흔은 크리스마스 오후에 한 젊은 여자의 갑작스러운 방문을 받는다. 서슴없이 자신의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며 당당하게 맞서는 여자를 보며 그녀는 오랫동안 가슴에 쌓아온 믿음과 신뢰, 사랑이 한꺼번에 깨지는 충격을 입는다. 이후 그녀에게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두통이 생겨 한적한 시골마을로 가족이 모두 이사하게 되고 한가롭게 낚시를 즐기며 간간이 여자와 섹스를 즐기던 인규를 만나 은밀한 게임을 제의 받는다. 서로 부담 없이 즐기되 누구든 상대를 사랑한다고 먼저 말하면 지는 게임. 삶의 아무런 희망이나 기대 없이 절망 속에 지내던 미흔은 자칫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가정마저 깨질 수 있는 위험한 게임에 빠져든다. 게임을 통해 미흔은 삶의 활력을 찾지만 둘의 관계가 들통나고, 인규는 자동차 사고로 죽는다. 미흔은 보잘것없이 추락했지만 이전보다 훨씬 활기찬 모습으로 살아간다.



지난해 여성 관객이 뽑은 '최고의 영화'로 선정된 <밀애>는 개봉 전부터 도쿄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에서 초청 받을 만큼 작품성과 완성도면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격정 멜로라는, 다소 통속적인 소재를 유려한 영상으로 담아내면서 관객과 평단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낮은 목소리> 등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오던 변영주 감독의 장편 데뷔작 <밀애>는 전경린의 소설 <내 생에 꼭 하루뿐일 아주 특별한 날>을 각색한 작품으로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이 어떻게 차별 받고 있고 여성이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전형적인 통속 멜로의 흐름을 따르고 있지만 남자와 여자에게 이중적으로 적용되는 윤리적 잣대와 우리 사회에서 결혼이란 제도가 지닌 모순을 차분한 목소리로 강변하고 있으며 비슷한 소재로 제작된 <해피 엔드>나 <결혼은 미친 짓이다>와는 또 다른 관점에서 여성을 바라본다. 여기에 남성중심의 사회적 통념 외에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폭력적인 요소가 더해지면서 개봉당시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힘과 섬세함이 잘 조화를 이룬 변영주 감독의 연출력은 기대 이상이다. 특히, 정사씬에서 남녀의 몸을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이나 미흔의 일상을 묘사할 때 보여준 여성적인 감각은 유연하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올 누드를 불사하면서 과감한 정사신을 펼친 김윤진은 기존에 이미지에서 탈피, 아름답고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선보였으며, 8년만에 영화로 복귀한 이종원은 10㎏에 가까운 체중감량으로 촉촉한 눈빛을 가진 남자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특히, 인규라는 캐릭터는 여타의 멜로영화에 등장했던 남자캐릭터와는 확실히 달라 보인다. 멜로 영화의 남자주인공이 가진 모든 장점을 결합한 입체적 캐릭터로 때로는 섹시한 바람둥이처럼 행동하고, 때로는 시골소년 같은 순수한 미소를 보이다가도 내면의 고독을 어쩌지 못해하는, 감정의 기복이 심한 인물이기 때문.



특히, 권혁준 촬영감독과 폴란드 스태프 달리맨 로베르트가 담아낸 남해의 아름다운 풍광과 영상은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이기도 하다. 특히, 80%이상의 분량을 때묻지 않은 남해에서 촬영한 덕분에 그 어느 작품보다 아름다운 영상이 돋보인다. 극중 등장하는 '나비 마을'은 삶의 의욕을 잃은 미흔이 불륜에의 탐닉을 통해 생명력을 찾아가는 곳으로 김윤진, 이종원에 이은 제3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장소이다. 이곳에서의 촬영을 위해 제작진은 무려 2년여간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을 정도. 이러한 제작진의 오랜 노력과 열정으로 인해 경상남도 남해군청의 전폭적인 제작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여기에 한국 영화음악의 마이더스 손 조영욱 음악 감독이 맡은 영화음악은 작품을 이해하는 하나의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사용된 '도나 도나'는 포크록 음악의 대모격인 존 바에즈 특유의 청아하고 슬프면서도 힘겨운 삶을 이겨내는 느낌의 목소리가 돋보이는 영화의 메인 타이틀곡. `도나 도나'를 제외하곤 거의 모두가 현악기를 사용해 주인공의 욕망과 감성은 바이올린으로, 현실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은 첼로로 표현했다. 핀란드 민요를 현악 4중주로 편곡한 `허공에서 부리를 물고와', 오케스트라 버전인 `내겐 돌아갈 집이 없어', 브람스의 `피아노 4중주 G마이너'를 발췌해 9분짜리 곡으로 만든 `슬픈 폭력' 등도 영상과 함께 음미해야 비로소 극의 흐름을 따라잡을 수 있다. 하지만 딱딱한 문어체 대사와 조연들의 어색한 연기가 부조화를 빚어냈으며 복선과 반전 없는 결말은 상당히 아쉽다.



유려한 텍스트와 황색조의 이미지가 돋보이는 메뉴 디자인만큼은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만 영화의 완성도에 비해 서플먼트는 다소 평범한 편이다. 우선, 변영주 감독과 김윤진, 이종원의 차분한 음성해설을 본편 상영과 함께 들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밀애>와 관련된 각자의 기억과 느낌들을 고스란히 전달받을 수 있다. '메이킹 필름'은 영화 촬영전 리허설 모습 외에도 변영주 감독과 두 주연배우인 김윤진, 이종원의 인터뷰를 만날 수 있으며 극중 대부분을 차지했던 경남 남해에서의 촬영장면 현장과 변영주 감독의 세심한 연출 장면 등을 담고 있다.



수록된 서플먼트중 가장 볼만한 코너는 바로 삭제씬 모음. 변영주 감독의 친절한 해설과 함께 극의 흐름상 개봉당시 삭제해야만 했던 장면들을 꼼꼼히 담아냈으며 왜 삭제가 되었야만 했는가에 대한 답변을 자세하게 들을 수 있다. 이 외에 '도나 도나'와 어우러진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뮤직비디오'와 극장용 예고편 등을 서플먼트로 담았다.



영화 <밀애>가 비록, 화려한 서플먼트와 영상으로 무장된 레퍼런스급 타이틀은 아니지만 유려한 영상은 색감, 그리고 깊이에 있어서는 그 어느 작품에도 뒤지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돌비 디지털 5.1 채널로 듣는 남해 자연의 소리 역시 여타 한국 영화에 비해 후한 점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한국 영화계에서 찾아보기 드문 여성감독의 작품이라는 점과 여성의 손으로 빚어낸 완성도 있는 여성 영화라는 점에서 꼭 봐야만 하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특히, 사랑에 상처받고 고통받는 여성이라면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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