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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다녀 왔습니다.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9-01-23 08:10:42
추천수 0
조회수   1,067

제목

용산에 다녀 왔습니다.

글쓴이

성정훈 [가입일자 : ]
내용
어제 밤 부천에 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용산 참사 현장을 가 보았습니다. 철거를 기다리고 있는 건물들만 늘어 서 있고 오가는 사람들이 없어서인지 참 을씨년스럽더군요. 참사가 난 건물 입구 골목에 전경 버스가 가로막고 있어서 마련되어 있다는 분향소엔 못 가보고 왔습니다. 그냥 멀찍이 서서 검은 연기에 그슬린 건물을 바라보면서 담배 한 대를 입에 물었습니다.



눈을 돌려 참사 현장 맞은편 용산구청 쪽을 바라보니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아파트들이 숲을 이루고 있더군요. 이제 머지않아 참사가 난 땅, 불타 죽은 난장이들의 절규의 무덤 위에도 그런 건물들이 들어서겠지요.



한밤중에 철거현장 가운데서 그 높은 건물들을 물끄러미 보다보니까 아파트가 아니라 무슨 괴물 같이 느껴졌습니다. 마치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가 평원의 작은 초식동물들을 잡아먹기 위해 쿵쿵 다가오는 것처럼요. 그것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벌써 벌판의 난장이 여섯 명이 공룡의 입에서 내뿜어진 불꽃에 그만...



도대체 개발이 뭘까요? 그 지역이 개발되면 거기 살던 사람 생활이 나아져야 할 텐데, 박혀 있는 힘없는 돌들은 죄다 뿌리뽑혀 나가떨어지고 저기 부자동네에서 굴러 온 낯선 돌들이 자리를 채고 앉아 개발에서 나오는 이익들을 쓸어가는 게 정녕 개발이라면 그런 개발 좀 안 하고 살면 안 되겠습니까?



개발로 인한 경제성장효과... 그 경제가 사람 잡습니다. 마치 경제가 성장 안 하면 모두 굶어죽을 것처럼 겁을 주면서 경제논리로 윤리고 도덕이고 인권이고 인간이고 인간성이고 자연이고 뭐고 죄다 불도져로 싹 갈아엎어버리면 우리 미래가 더 나아질까요?

멋진 아파트 지으려는데 철거민들이 시끄럽게 하니까 그들을 불에 태워죽인 이 나라에 미래가 있을까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습니다. 얘네들이 뭘 보고 배울지 겁이 나요. 이렇게 비인간적인 세상에서 자라나면 아이들이 커서 어떻게 될지... 인간이고 가치고 나발이고 다 잃어버린 비인간적인 어른들이 되지 않을까요.



비인간화된 사람들, 이번 참사를 통해 자본주의 대도시에 사는 우리들의 추한 모습이 드러난 것 같아 마음이 씁슬합니다. 그리고 저는 우리 정부가 부끄럽습니다. 천민자본주의의 메카, 경제위기의 진원지 미국에서도 새 대통령 취임하면서 경제도 물론 챙기겠지만 뭔가 미국이란 나라의 가치를 새롭게 되찾아 보자고 국가의 원대한 비전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는데 우리 나라 대통령, 정치인 얼굴 보고 있으면 돈밖에 생각이 안 납니다. 돈돈돈, 돈만 생각하다 보니 죄다 머리가 돌아버린 걸까요, 도야지 돈자 돈 먹는 돼지들이 된 걸까요. 군자의 풍모를 지닌 대인들은 다 사라지고 이런 지푸라기 같은 소인배들이 들끓어 나라를 좌지우지하면서 청와대, 국회, 정부 각처에서 뽕을 뭉개고 있으니 실로 나라 꼴이 참 우습게 됐습니다. 허허~



문득 김지하 시인의 '오적'이란 시가 생각나는군요. 나라 팔아먹고 말아먹고 태워먹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 등쳐먹는 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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