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때 용산상가 노점에서 파는 막선과 단자로 처음 인터커넥트 케이블을 만들어본 후로 지금까지 많은 케이블들을 만들어왔는데 자작의 즐거움은 늘 변함이 없습니다.
간혹 납땜이 제대로 안되거나 뻣뻣한 선을 다루다가 손가락을 다치기라도 하면 이 짓을 뭐하러 하나 싶다가도, 완성하고나면 다음에는 또 어떤 케이블을 만들지 고민을 합니다.
그런데 케이블 하나마다 들어간 정성 때문에 다른 케이블을 들여서 사용하지 않는 게 있어도 차마 팔지 못하고 그냥 가지고 있거나 주변 친구들에게 나눠주다보니, 기기 바꿀 때처럼 한 번에 큰 돈은 안들어도 조금씩 나가는 돈이 적지는 않네요.
앰프나 스피커, 셀렉터를 자작하시는 회원분들도 계시지만 저처럼 손재주가 별로인 사람에게는 아무래도 케이블 정도가 적당한 것 같습니다.
케이블 자작이라는게 완제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저렴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마음에 드는 선재와 단자로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습니다.
부끄럽습니다만, 최근에 제가 작업한 케이블들을 소개해 드립니다.
Furutech의 SA-509 μ-OFC 선재로 만든 언밸런스드 인터커넥트 케이블입니다.
저렴한 언밸런스드용 단심선으로 두께도 적당하고 잘 휘어져서 작업하기 쉬운 선재입니다.
외피가 하늘색인데 반투명한 흰색 슬리빙익스팬더를 씌워놓으니 보기에도 예뻐서 만들어놓고 나서 만족도가 가장 높았습니다.
단자는 대만제 WBT복제품인데 선연결이 나사조임식이라서 만들기도 편하고 재활용도 가능합니다.
납땜식인 경우에는 납땜이 서툰 저같은 사람에게는 만들기도 어려울 뿐더러 열변형으로 음질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 별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두 조를 만들어서 소스기기들끼리 비교 테스트할 때 사용하고 있습니다.
WBT의 16AWG 선재와 WBT복제단자로 만들어진 언밸런스드 인터커넥트 케이블입니다.
완제품을 구입한 건데 선이 매우 뻣뻣한데다가 잦은 기기변경으로 인해 끼우고 빼기를 반복하다보니 단자연결부위가 헐거워져서 다시 연결작업을 했습니다.
이미 만들어져있는 선이라 피복을 벗기거나 절단하는 작업은 없었지만 단자가 납땜식이라서 연결할 때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프리앰프와 파워앰프 연결에 사용했었는데, 밸런스드 연결도 함께 지원하는 앰프로 바꾼 이후에는 밸런스드 케이블을 주로 사용하다보니 현재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더블런으로 단자처리를 한 카나레 4S11G 스피커 케이블입니다.
4S11G는 가격이 저렴하고 심선이 네가닥이라서 연결방법도 다양해서 활용도가 높은 선재입니다.
금잔디음향에 친구 따라서 갔다가 사장님의 추천으로 사용해보고 마음에 들어서, 한때 모든 스피커를 카나레 4S11G 케이블로 연결했었습니다.
금잔디음향 사장님 말씀이 싱글와이어링의 경우에는 더블런으로 연결하면 저음이 과할 수 있으니 두가닥을 잘라내고 싱글런으로 두가닥만 사용하는 게 좋다고 해서 그렇게 사용하다가, 다른 스피커에서 바이와이어링으로 쓰던 선을 시험삼아 JBL 4312에 더블런으로 연결해봤다가 풍성해진 저음이 마음에 들어서 더블런으로 만들어 쓰고 있습니다.
그 전에 쓰던 싱글런 케이블은 다른 친구에게 주었는데, 그 친구도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네요.
단자는 Pailiccs의 바나나 플러그인데 선연결이 나사조임방식으로 크기에 비해 굵은 선도 연결할 수 있어서 작업하기 편리합니다.
게다가 오래돼도 금도금된 표면이 변색되지 않고 텐션이 죽지 않아서 비슷한 가격대의 바나나 플러그 중에서는 사용하기에는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한 번에 20~30개씩 모두 100개쯤 구입한 것 같은데 스피커 케이블을 만들어서 친구들을 나눠주다보니 어느새 다 썼네요.
Neotech NES-5001 OFC 스피커 케이블입니다.
가격도 비씨지 않고 외경이 15mm로 두꺼운 편인데도 유연해서 사용하기가 편한 선입니다.
처음에 연결했을 때 선명한 고음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가격이 몇 배인 Ultralink의 바이와이어링 케이블을 밀어내고 지금까지 사용 중 입니다.
사용 중인 스피커가 바이와이어링용이라서 10cm 정도 잘라내고 말굽단자를 연결해서 점퍼케이블을 만들어서 연결해놓고 있습니다.
메네키스 플러그와 슐더 단자를 연결한 트리니티 라이트 파워케이블입니다.
프리앰프에 연결해놓고 쓰고 있는데 원래있었던 번들선보다는 보기에도 좋고, 심리적인 건지 모르겠지만 소리도 더 좋게 들립니다.
파워케이블에는 관심이 없다가 혹시나 해서 써 봤는데 효과도 있는 것 같고, 일단 인터커넥트 케이블이나 스피커 케이블처럼 두 개씩 만들 필요가 없으니 좋네요.
멀티콘센트에 원래 달려있던 선이 짧고 부실해서 잘라내고 트리니티 MkII 전원 케이블을 연결했습니다.
심선이 굵은데다가 멀티콘센트 내부가 좁아서 작업하기 정말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다 만들어놓고 들어보니 스피커 케이블 교체 만큼의 음질향상이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Neotech NP-3PS40 전원케이블입니다.
메네키스 플러그와 Furutech 단자가 달려있는 완성품으로 구매했는데, 뻣뻣한 케이블이라서 잦은 기기변경을 못 견디고 연결부위가 느슨해졌습니다.
플러그 쪽은 다시 마감을 했는데 기기쪽은 아직 작업을 못했습니다.
파워 앰프에 연결해놓고 사용 중인데 제 느낌으로는 성능이 트리니티 케이블보다 못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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