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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굴드 -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9-01-16 17:39:26
추천수 0
조회수   787

제목

글렌 굴드 -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글쓴이

박기석 [가입일자 : 2004-10-28]
내용
제가 처음으로 글렌 굴드를 알게된 것은 예전에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때 잠시 언급했었지만 EBS에서 보여준 잘못된 자막 때문이었습니다. 자막은 분명히 글렌 굴드라고 나왔었는데 실제로는 프리드리히 굴다였죠. 캐나다에서 잠시 어학연수 받고 있을 때 알게 된 누나가 토론토에서 글렌 굴드의 음악 아카데미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글렌 굴드가 캐나다 사람이었다는 것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그는 전혀 원하지 않았겠지만 그의 생전에도 사후에도 글렌 굴드는 캐나다 음악계의 아이콘이 되어버렸죠.



글렌 굴드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81년도 앨범을 한 백번 정도(이건 좀 과장인가?) 듣고 난 다음 DVD를 구입해서 연주하는 것을 눈으로 보았습니다. 어릴 적에 피아노를 좀 배웠다는 와이프는 글렌 굴드가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저 사람은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음악가로 자라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도 그럴만한게 낚시의자 같은 작은 의자에 앉아 피아노 건반에 파묻히다시피해서 건반을 내려 찍는 것이 아니라 어루만지듯이 연주를 하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골프도 그렇지만 어떤 것이든 자세부터 바로 잡고 하지요. 하긴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미셸 슈나이더가 쓴 글렌 굴드의 전기를 읽어보면 글렌 굴드의 어릴적 피아노 선생님도 굴드의 그런 모습에 질려서 포기를 했다고 하던데... 문제는 그런 식으로 연주를 해도 어느 수준이 넘어갔을때 우리나라에서는 과연 그런 수준을 인정을 해 주느냐 라는 것입니다. 뭐 이런 부분은 일본 애니메이션인 피아노의 숲에서도 잠시 나오는데 일본 역시 그런 부분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모양이더군요.(물론 애니메이션 하나 가지고 일반화의 오류라고 지적해도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가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는 피아노라는 것을 악기로 보는 것이 아니라 애인을 대하는 것처럼 애무하듯이 연주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의 피아노에 대한 집착은 유명하죠. 처음엔 슈타인웨이였고 나중에는 야마하로 바뀌기도 했지만 그가 정한 피아노는 트럭에 실어서, 비행기로 실어서라도 꼭 그 피아노로만 연주했던 그의 애인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 봅니다. 첫 여인은 금발의 글래머, 두 번째 여인은 동양적인 단아한 미인이라고 상상이 되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특히나 글렌 굴드가 연주를 하다가 자기 흥분에 못이겨 또는 음악에 빠져 허밍을 하는 부분은 마치 오르가즘에서 터져나오는 신음소리같기도 하죠. 뭐 키스 쟈렛도 그렇게 하긴 하지만 키스 쟈렛은 그 소리가 능숙한 바람둥이같다면, 글렌 굴드의 신음소리는 약간 투박한, 그의 피아노 실력과는 완전 정반대로 음치에 가까운 신음소리로 음을 약간 늦게 혹은 빠르게 따라가더군요.



81년도 앨범을 계속 듣다가 55년도 앨범을 들어보았습니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55년도 앨범은 굴드의 넘치는 에너지가 그대로 드러난 30분대로 32곡을 주파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이지 그 앨범은 대단하더군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데 굴드의 55년도 앨범은 기대만큼 충족시켜 주었습니다. 비교가 이상하긴 하지만 저는 굴드의 55년도 앨범을 들으면서 메탈리카의 1집 혹은 2집 앨범이 생각났습니다. 물론 81년도 앨범은 5집에 비교를 해야겠죠. 달릴 수 있을 때 지칠때까지 달리는 것이 용인되고 보기좋아 보이는 것이 젊은이들의 특권이듯이, 메탈리카도 그랬지만 굴드 역시 자기만의 젊은 열정을 그대로 보여주더군요. 물론 능구렁이처럼 24번인가 25번에서 작심하고 천천히 아주 우아하게 느릿느릿 듣는 이를 조롱하는 듯한 부분도 있더군요. 저는 그 부분에서 방긋이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연하죠. 달리기만 하면 재미없으니 의도적으로 넘어지는 부분도 있어야죠. 따로 떼어서 배경지식 전혀 없이 두 앨범을 들었을 때 이게 한 피아니스트가 연주한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피아노도 틀리고, 해석도 틀리니까요.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메탈리카 1집 듣고, 바로 5집 듣는다고 이게 메탈리카 음반이 아니라고 말 할 수 있을까요? 하긴 굴드는 어쩌면 그 흥얼거리는 신음소리 때문이라도 같은 피아니스트라고 여기기 쉽긴 하겠네요.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그 안에 숨겨져 있는 그만의 천진함과 진지함은 앨범을 여러번 차분히 듣다보니 귀에 들려 오더군요. 그건 아시다시피 글로 표현할 수 있으면 평론가로 가야할 수준의 재능이겠죠. 제 개인적으로 81년과 55년 중에 무엇을 꼽으시겠냐고 물으신다면, 아침에는 55년, 밤에는 81년이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겠네요.



55년도 앨범이 CD인지라 그의 젊을 때 모습이 명확하게 잘 나오지 않지만 81년도 앨범 속지에 그의 55년도 시절 모습이 좀 크게 나온 사진이 있습니다. 무언가 마음에 안 드는 듯 누군가를 설득하려는 제스쳐를 쓰고 있는데요... 전 개인적으로 그 사진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나이가 들어서는 살도 좀 있고 해서 보기가 좋게 보이는데 그의 젊은 시절 모습만으로도 그가 녹음했던 55년 당시의 그의 음악이 이해가 될 정도더군요. 그는 과연 무엇을 위해서 연주를 했을까요? 그가 궁극적으로 도달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이길래 투어 피아니스트의 길을 스스로 접고 골방 피아니스트로서의 길을 걸었을까요? 몇가지 가설은 전기문에도 나오고, 음반 속지에도 나오긴 하지만 저는 그냥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 봅니다. 저 역시 아는 분들이 저보고 너 왜 잘나가던 그 회사를 그만 두었느냐고 물었을 때,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 해봐도 그사람도 저자신도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하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이지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데뷔부터 죽을때까지 그를 따라다녔던 명성은 그에게는 과연 축복이었을까요? 저주였을까요? 죽는 것이 두려워 매일 몇십개의 알약을 삼키고, 피아노 치는 손이 다칠까봐 여름에도 장갑을 끼고 다니고, 병균이 옮길까봐 사람들과 신체적 접촉도 끊고(손이 잠시 스쳤다는 이유로 어떤 기자를 고발한 에피소드도 있었죠), 피아노를 칠 때에도 이 작품을 치다가 갑자기 저 작품을 치고, 그러다가 뜬금없이 녹음했냐고 묻고... 이런 기행이 있었기에 그는 끊임없이 원치 않았던 세상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겠지요.



예전에는 바이올린 소리를 더 좋아했었는데(아마도 전자기타와 비슷한 느낌이라서?) 요즘은 확실히 피아노소리가 더 좋습니다. 글렌 굴드 뿐만 아니라 클라라 하스킬, 아쉬케나쥐, 프리드리히 굴다, 키스 쟈렛, 죠지 윈스턴, 데이비드 란츠까지... 모 회원님이 선물로 주신 우리나라 피아니스트인 김연화라는 분의 앨범도 자주 듣습니다. 오디오질 하면서 재즈소리에 빠지기 쉬울텐데 저는 이상하게 요즘엔 피아노소리에 더 빠지게 되더군요. 음악 듣기 좋은 계절입니다. 주말에는 멋진 피아노 음악 한번 들어보시는 게 어떨지요? 물론 글렌 굴드의 천진난만함이라면 더더욱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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