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으로 잔뼈가 굵은 시인입니다.
읽을 때마다 각오가 다져지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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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임성용
그는 장화를 벗으려고 했다.
비명소리 보다 먼저 복숭아뼈가 신음을 토하고
으드득, 무릎뼈가 튀어 올랐다
부러진 홍두깨처럼 아무런 감각도 없는 발을
어떻게든 장화에서 꺼내려고
그는 안간힘을 썼다
하늘에서 벼락이 치듯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발은 꿈쩍도 않고 대못처럼 박혀버렸다
숨을 아주 깊이 들이마시고
핏발 선 눈을 천천히 감고
털썩, 엎드려 가늘게 떨다가
그는 비로소 죽은 듯이 투항했다
그러자 너덜너덜 허벅지만 남기고
저 혼자서 롤러 밑으로 걸어가는 발
끝까지 그의 장화를 신고 가는 발!
임성용 詩集『하늘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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