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는 칼이 소재군요.
저도 칼을 소재로 한 조태일 시인의 시를 올려봅니다.
요즘 같은 세월에 더욱 생각나는 시입니다.
식칼論 2
뼉따귀와 살도 없이 혼도 없이
너희가 뱉는 천 마디의 말들을
단 한방울의 눈물로 쓰러뜨리고
앞질러 당당히 걷는 내 얼굴은
굳센 짝사랑으로 얼룩져 있고
미움으로도 얼룩져 있고.
버려진 골목 어귀
허술하게 놓인 휴지의 귀퉁이에서나
맥없이 우는 세월이나 딛고서
파리똥이나 쑤시고 자르는,
너희의 녹슨 여러 칼을
꺾어 버리며, 내 단 한 칼은
후회함이 없을 앞선 심장 안에서
말을 갈고 자르고
그것의 땀도 갈고 자르며
늘 뜬눈으로 있다
그 날카로움으로 있다.
[조태일 시집 <식칼論>(시인사, 1970)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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