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세 할머니들의 '100만원 릴레이' 사랑>
조건없이 받는 도움, 10년뒤 제3자에게 다시 전달
(광주=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광주 북구에 사는 세 할머니가 10여년의
세월동안 아무런 조건 없이 100만원을 주고받으며 노년의 사랑 나눔을 실
천해 세밑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1997년 조모(작고. 당시 73세) 할머니는 한복 삯바느질로 생계를 이어가
고 있던 이모(당시 69세) 할머니에게 100만원을 선뜻 내놓았다.
성당 미사 때 매일 옆자리에 앉는 사실 외에는 이 할머니에 대해 아는 게
없었지만 집안 사정으로 급전이 필요하다는 말에 "우리는 함께 기도를 하
는 사이가 아니냐"며 아무런 조건 없이 온정을 베풀었다.
그러나 얼마 후 조 할머니는 배가 아파 병원을 찾았다가 위암 3기라는 진
단을 받았고 곧 사경을 헤매는 신세가 됐다.
조 할머니의 소식을 전해들었지만 이 할머니는 당시로선 빌린 돈을 갚을
길이 막막해 안타까움과 미안함에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는 그러나 "저승길은 한번 가면 돌아올 수 없으니 조 할머니가 살
아있을 때 어떻게든 사정 말씀을 드리라"는 주변의 조언에 그의 집을 찾
았다.
무릎을 꿇은 이 할머니는 눈물로 사정했고 이에 조 할머니는 "내가 죽는
마당에 돈이 왜 필요하겠나. 나중에 돈이 생기면 다른 불우 이웃에 전해
주라"고 당부한 후 며칠 안 돼 유명을 달리했다.
두 할머니의 약속은 하늘밖에 기억하는 이가 없었지만 이 할머니는 그 이
후로 한시도 조씨와의 약속을 잊지 못했다.
그는 북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홀로 살며 바느질로 번 돈 일부를 차곡차
곡 저축해 마침내 100만원을 만들었고 10년이 지난 올여름 조 할머니의
막내딸을 수소문 끝에 찾아갔다.
이 할머니를 맞은 딸은 그러나 "어머니의 뜻대로 가난한 사람을 위해 돈
을 사용하는게 좋겠다. 10년이 넘은 약속을 지킨 것만으로도 감동이다"며
돈 받기를 극구 사양했다.
예상밖의 상황에 고민하던 이 할머니는 밤껍질을 벗기는 일을 하며 힘겹
게 사는 같은 임대아파트의 김모(80) 할머니를 도와주기로 했다.
동네에서 서로 얼굴만 겨우 알고 지내는 사이였지만 부모도 없이 간질을
앓은 손자를 홀로 돌보며 병원비 고민을 하는 것이 11년전 어려웠던 자신
의 처지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100만원에 얽힌 사연을 듣던 김 할머니는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도
움"이라며 고마움에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조건없는 사랑을 11년 세월을 지나 또 다른 이에게 돌려준 이 할머니는 "
내 나이 이제 팔순인데 죽기 전에 은인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어 마음이
깃털처럼 가볍다"라고 말했다.
=======================================================================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따뜻한 연말 보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