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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시골의사] 웃을 수 만은 없는 이야기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8-12-23 22:05:49
추천수 2
조회수   1,420

제목

[펌/시골의사] 웃을 수 만은 없는 이야기

글쓴이

이선형 [가입일자 : 2002-03-15]
내용
엘바섬에 유배 된 나폴레옹은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는 자신의 공언처럼, 이듬해 2월 엘바섬을 탈출하여 파리까지 진격한다. 파죽지세였다. 이렇게 유배된 나폴레옹의 재기에는 공화주의자들과 농민들의 지지뿐 아니라, 언론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당시 프랑스 언론들은 엘바섬에 갇힌 나폴레옹의 탈출 소식을 전하면서, ‘악마 엘바섬을 탈출하다’에서 금세 ‘코르시카의 늑대 둥지를 뛰쳐나오다’로 보도했다. 이어 탈출 열흘이 지나면서 나폴레옹의 기세가 심상치 않자, 다음에는 ‘코르시카의 호랑이 부활’로, 이어 20일만에 파리외곽까지 진출하자 아예 ‘보나파르트 장군 복귀 임박’ 과 ‘황제 만세’ 로 바꾸었다.



그 바람에 파리의 반대파들은 시시각각 조여오는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거의 무장해제 상태로 성문을 열고 말았다.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언론의 속성과 영향을 절묘하게 드러내는 예화 중의 하나다.

그런데 필자가 2008년말 대한민국에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하면 언론인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실까 궁금하다.



필자는 종합주가지수가 1350 내외이던 지난 10월초 신간 출간기념으로 경제주간지들과 경제 케이블 채널들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물론 질문에는 신간 이야기 외에 시장전망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이에 필자는 ‘아직 바닥은 아니다. 추가적인 하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알다시피 주간지는 인터뷰 일주일 후 기사가 나가고, 닷컴버전에는 그보다 더 늦게 실린다.







그런데 10월 말 주가가 9백포인트를 무너뜨리던 날 필자가 월초에 했던 바로 그 인터뷰가 뜬금없이 닷컴에 올라왔다. 그것도 ‘박경철 주가 바닥 아니다’, ‘박경철 주식 팔아라’는 제목을 달고였다. 그 기사를 읽은 독자들은 과연 인터뷰 시점을 언제로 생각했을까? 해당 언론사가 그것을 몰랐을 리는 없다. 결국 그 기사를 보고 독자중에 누군가가 공포에 질려 주식을 팔았다면, 그것은 독자의 안위는 상관없이 언론이 공포를 팔아먹은 셈이 된다.



그일 이후 필자는 언론이 자극적인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시절에 도구가 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출판사에서 마련한 완간기념 기자간담회를 통해 당분간 인터뷰를 사절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리고 이어진 식사자리에서 모 기자의 사적질문에 ‘원래 몇 년전부터 주식거래는 많이 줄였다’라고 답했더니, 다음날 그 신문사의 닷컴버전에는 시커먼 글씨로 ‘박경철씨 이미 주식 다 팔았다’라는 기사가 떴다. 개인적으로는 웃고 말 일일 수도 있으나, 그것을 읽은 독자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걱정은 정작 해당언론사보다 필자가 더 많이 했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2주전 모 인터넷 서점 주최로 독자와의 대화를 가졌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독자 한분이 질의 응답시간에 오간 대화의 일부를 간추려서 한 포털사이트의 게시판에 올렸다. ‘우리경제는 내년 2,3 월에 가장 어려울 것 같고, 주식은 일단 보유하다가 유동성에 의해 강한반등이 나오기를 기다려 그때쯤 적정선에서 일부 매도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네티즌의 게시물은 선의에서 나온 일이었다.







비록 맥락은 일부 생략되어 있었으나 원론적인 내용이었고 내용상의 왜곡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다음날 일부 언론이 그 네티즌의 글을 인용해서 ‘박경철씨 주식 팔아라!’는 기사를 내더니, 다음날에는 다른 언론사가 ‘박경철씨 내년 2.3월 위기설 주장!’이라는 기사를, 그리고 주중에는 급기야 ‘박경철씨 충격 전망’이라는 기사로 이어졌다. 그 후 필자는 영광스럽게도(?) 한 강연에서 ‘연초 실물경기 위기론’을 말씀하신 ‘이헌재 전 부총리’와 거의 동급의 취급을 받게 되었다.







그것도 필자가 죽거나 해외망명을 해서 접촉이 안되는 것도 아닌데, 언론이 최소한의 기본적 사실확인 절차도 없이, 단지 인터넷상의 네티즌 글 하나를 바탕으로 위기설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익명의 대중은 폭력적이다. 하지만 대중의 요구에 무작정 부합하려는 언론은 ‘뻘건 피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좀비와 다름없다. 특히 게이트 키핑이 되지 않는 언론사의 닷컴버전이나, 포털의 폐해는 심각하기 이를데 없다. 필자는 이번 필자가 경험한 사례가 언론이 군중심리에 빠질 때의 전형적인 모델로 신문방송학과의 교재에 쓰이지 않을까 걱정이다.



어려운 시국일수록 언론의 ‘게이트 키핑’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하고 그것이 작동 할 때 바로 건강한 언론일 수 있다.







박경철

[출처] 웃을 수 만은 없는 얘기...|작성자 시골의사





PS : 언론과 군중심리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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