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페이지로 시작페이지로
즐겨찾기추가 즐겨찾기추가
로그인 회원가입 | 아이디찾기 | 비밀번호찾기 | 장바구니 모바일모드
홈으로 와싸다닷컴 일반 상세보기

트위터로 보내기 미투데이로 보내기 요즘으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작은 즐거움, 음료수로 마시는 녹차..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8-12-19 20:56:59
추천수 0
조회수   762

제목

작은 즐거움, 음료수로 마시는 녹차..

글쓴이

이동옥 [가입일자 : ]
내용
어릴적 전남 광주에 살았습니다. 저희 집은 시내였지만 할아버지께서는 증심사 못미쳐에 있는 작은 산을 하나 구입하셔서 자신의 할아버지, 할머님 산소도 모셔오고 집도 지어서 사셨습니다.



할아버지가 사시던 산장 옆에는 작은 녹차밭이 있었습니다. 직접 재배하는 차 밭에서 봄이면 새 잎을 따서 노력봉사를 나온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저와 할아버지가 함께 녹차를 만들었습니다.



일본차는 쪄서 말리는 것이지만, 우리 녹차는 큰 솥을 달군후에 차잎과 물 한바가지를 함께 넣고 얼른 볶아서 만드는 것입니다. 차 잎과 물을 넣으면 뜨거운 솥 안에 수증기가 순간 가득차고 그 열로 차 잎이 익는 방식입니다. 이것을 차잎을 덖는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덖어 만든 차는 떫은 맛이 덜하고 숭늉 비슷한 구수한 맛이 납니다.



할아버지께서는 녹차를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매일 차를 마시고, 손님이 와도 차를 내놓으셨습니다. 할아버지가 대접하는 차는 나름 친구분들에게 인기가 있어서 많은 분들이 할아버지 댁에 드나드시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방학 때마다 할아버지 댁에서 살던 저는 옆에서 차 시중을 들곤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릴때부터 녹차를 좋아합니다. 따끈한 찻잔을 들고 차잎의 향을 맡으면서 한모금 마시면 입안에 구수한 맛이 돕니다. 그리고 차를 삼키면 아련하게 차 향이 몸속에서부터 솟아나오는 느낌..



할아버지께서는 집에서 물을 끓이면 차로 마시고 난, 몇 번 우려 낸 잎을 모아두었다가 넣곤 했습니다. 차로 마시는 것만은 못하지만 그것을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차갑게 마시면 또 그 나름의 시원하고 구수한 맛이 있습니다.



뜨거운 여름에 갖 지은 밥에 냉장고에서 꺼낸 차가운 녹차를 물 말듯 말아서 짭짜름한 굴비를 한마리 구워서 먹는 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이었습니다. 작은 굴비는 싸서 굴비가 떨어지는 경우는 별로 없었습니다만, 가끔 굴비가 없으면 그냥 간장을 한종지 가져와서 밥 한숟갈 먹고 간장을 숟가락에 한번씩 짝어 먹기만 해도 맜있는 한끼 식사가 되었습니다.





결혼하고 집사람에게 음료대신 녹차를 마시자고 제안했습니다. 한데 집사람은 카페인이 있어서 애에게 좋지 못하다고 거절 하더군요. 보성에 다녀 올때면 음료용으로 나오는 녹차를 사오기도 하고, 가끔 마트에 가서 음료용 녹차가 보이면 눈치를 주기도 했습니다만.. 요지부동이었습니다.



그런 어느날 집에 돌아와 물을 한모금 마셨더니 평소에 먹던 보리차가 아닌 녹차가 있는 것입니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보리차가 위생적이지 않게 만들어 진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는데, 아마도 그 영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났습니다. 집사람이 계속 녹차를 타줍니다. 물을 끓인 후 차를 우리는 동안에는 뜨거운 녹차를 마십니다. 저녁에 가끔 담배한대 태우러 나갈때면 아직 덜 식은 녹차를 한 잔 들고 나가고, 녹차가 다 식으면 큰 컵에 한 잔 받아서 들고 마십니다.



물론 시중에 파는 녹차는 만드는 방법이 달라서 어릴 때 그 맛은 아닙니다. 하지만 충분히 그 맛을 떠올리면서 마실 수 있는 정도가 됩니다. 그리고 나날이 집사람의 녹차 우리는 솜씨가 좋아지고 있습니다.



가끔 갖 지은 밥을 먹을 때는 녹차에 말아서 먹습니다. 차마 굴비를 구워달라고 하기 미안해서 간장을 찍어먹고 있으면 집사람이 그게 맛있냐고 타박을 줍니다. 아무래도 집사람 입맛은 아닌 모양입니다.



하지만 저는 요즘 저녁에 머그잔에 한잔 가득 마시는 뜨거운 녹차와 집에 들어오면 항상 저를 기다리는 냉장고의 차가운 녹차가 좋습니다. 아들 놈도 이제는 녹차에 맛을 들여가는 느낌이고, 집사람도 녹차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아들 놈이 좀 크면 차를 우려서 진짜 녹차가 어떤 맛인지 알려주어야 겠습니다. 집사람에게도 그 맛을 알려줘야죠..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녹차를 우리는 방법을 먼저 배워야 합니다. 어릴 때 할아버지 시중만 들었던 실력으로는 그 구수하고 향긋한 맛이 나는 차를 우려낼 재주가 없습니다. 아마.. 연습이 좀 필요하겠죠..



저는 또 녹차 한잔 따라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오겠습니다..
추천스크랩소스보기 목록
  • 광고문의 결제관련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