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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앞 십자가에 대하여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8-12-14 10: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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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202

제목

시청 앞 십자가에 대하여

글쓴이

김병현 [가입일자 : ]
내용
Related Link: http://www.dailyseop.com/section/article_view.aspx

서울시민으로서, 서울시를 봉헌하겠다는 어느 장로의 맹세를 그냥 웃어넘긴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제 시청 앞 성탄트리 끝에 있는 십자가를 보자니, 속이 많이 불편혀지더군요.



서울시를 넘어, 이제는 전국에서 이와같은 십자가 트리가 많이 만들어지나 봅니다.



기독교인들 사이에도 십자가 매단 성탄트리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기총은 "성탄트리에 십자가 달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말해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링크 참조) 의 말에서, 한국의 기독교가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이장로의 배타적 유전자와 이렇게 닮아있나하고 신기할 정도입니다.



뉴라이트와 함께, 이제는 한국을 봉헌하시는 모습에 기쁘신지요?

전 당신들만의 나라가 그리 이뻐보이지 않습니다. 남을 배척하고 자신의 세계만 강요하는 모습은, 하느님이 말씀하신 사랑에 결코 부합하지 않다고 보기때문입니다.



'비슷한 시기 12월4일자 조선일보에 보도된 팔공산 묘향사 법당의 산타클로스 모자를 쓴 부처님 벽화가 싱그럽다.'는 아래 임지현 교수의 이야기에 더욱 씁쓸한 마음입니다.



[금요논단]관용과 억압의 종교 상징

임지현 한양대 교수 역사학



십자가는 기독교의 상징이다. 십자가에 못박혀 인류의 죄를 속죄받고자 했던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은 보편적 사랑의 징표이다. 그런데 12월3일자 경향신문은 난데없이 십자가에 대한 누리꾼들의 논란을 보도하고 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 서서 불을 밝힌 크리스마스 트리의 꼭대기에 달려있는 십자가가 논란의 주인공이다.



기사에 따르면 시청 광장 앞 크리스마스 트리에는 원래 별이 달려 있었다. 그런데 2002년 이명박 현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부임하면서부터, 시청 앞 트리 설치의 권한이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기독교 단체에 넘어갔고 그해 크리스마스부터 트리 꼭대기에 별 대신 십자가를 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십자가는 죽음과 부활의 상징이기 때문에 아기 예수의 탄생을 알리는 별을 다는 것이 맞다는 한 누리꾼의 주장에 대해 한기총에서는 크리스마스 트리에 반드시 별만 장식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고 반박하는가 하면, 트리 꼭대기의 대형 십자가 장식물이 특정한 종교적 색채를 너무 강하게 드러내는 게 아니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X-마스는 인류 전체의 축제



나는 무신론자지만,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인들만의 축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의 축제라고 생각한다. 종교적 입장을 떠나서, 보편적 사랑과 희생으로 인류를 구원하고자 했던 선지자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데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인색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사월 초파일에 불교단체들이 시청 앞 광장에 세우는 불교 상징물에 대해서 훈훈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런데 십자가가 항상 사랑과 구원, 속죄의 상징으로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세워진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 시·공간을 둘러싼 역사적 맥락에 따라 십자가는 억압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성 베드로 성당 앞의 오벨리스크 꼭대기에 달려 있는 십자가는 유쾌하지 않다. 인류에 대한 보편적 사랑이 아니라 믿음을 달리 하는 타 종교에 대한 정복의 상징으로 읽혀지기 때문이다. 바티칸 광장의 오벨리스크는 이집트를 정복한 로마 황제들의 전리품을 16세기에 옮겨 세운 것으로 당시 교황 식스투스 5세가 성지 순례자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탑 꼭대기에 십자가를 세웠다고 전해진다. 이집트 태양신의 수호탑 오벨리스크가 이국 땅 로마에서 기독교의 십자가를 받드는 운명에 처한 것이다.



최근에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유대인들의 절멸수용소인 폴란드의 아우슈비츠에 빼곡히 세워진 십자가들이었다. 아우슈비츠의 희생자는 유대인이 대부분이었지만, 집시와 동성애자들, 사회주의자들, 소련군 포로들 그리고 폴란드의 저항세력인 가톨릭교도들도 적지 않았다. 폴란드의 교회와 가톨릭 단체들이 콜베 신부를 비롯한 폴란드인 가톨릭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아우슈비츠에 십자가들을 세운 것은 이 점에서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아우슈비츠의 이 십자가들은 곧 국제적인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전세계의 유대인들이 자신들의 ‘공동묘지’인 아우슈비츠에서 십자가를 철거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 것이다. 십자가를 앞세운 기독교인들의 박해나 소규모의 유대인 학살인 포그롬의 기억이 생생한 유대인들에게 십자가는 공포와 억압의 상징이었을 뿐이다.



홀로코스트의 범죄 장소인 아우슈비츠에서 십자가를 치워달라는 유대인들의 목소리는 그만큼 절실한 요청이었다. 가톨릭 신자들과 일부 교회 성직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우슈비츠의 십자가는 결국 철거됐다. 십자가가 인간 역사의 비극을 담고 있다는 인식은 고통스럽지만, 그것은 기독교가 감내해야 할 고통이 아니었나 한다.



십자가엔 ‘공포의 상징’ 역사도



아우슈비츠 십자가의 운명에 비하면 시청 앞 광장의 트리 꼭대기에 걸린 서울의 십자가는 차라리 행복한 편이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역사는 유대인 박해의 역사로부터 자유로울 뿐 아니라 오히려 오랜 박해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여 억압의 상징으로 작동한 적은 없는지 한번쯤은 되돌아볼 만하다.



비슷한 시기 12월4일자 조선일보에 보도된 팔공산 묘향사 법당의 산타클로스 모자를 쓴 부처님 벽화가 싱그럽다.



<임지현 한양대 교수 역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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