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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촌 그녀...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8-12-05 14:11:35
추천수 0
조회수   2,056

제목

효자촌 그녀...

글쓴이

이승철 [가입일자 : 2001-12-12]
내용
대학 시절 저를 따르는 동기 여자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애는 저를 오빠라 불렀죠. 제가 학교를 조금 더디게(?) 들어가서...



아무튼, 그 아이와 첫 만남이 잊히지지가 않네요.

신입생이 된 학기 초 스쿨버스를 타고 가는데 누군가가 저를 부르는 느낌이더군요.

건너편 뒷 자석에 있던 그 아이가 조용한 학생들 사이에서

용감하게 저를 부르며 오늘 수업이 어떻게 되냐고 묻는 겁니다.

저는 창피해 죽는 줄 알았고요.



이를 계기로 서로 친해졌습니다. 수업도 같이 듣고 집에 가는 길도 같은 버스로...



작은 얼굴에 오똑한 코, 웃음기 넘치는 표정, 생머리에 가녀린 몸매의 그 아이...

더군다나 키는 저보다 크고요...



하지만, 그 아이와 같이 어울려 다니는 것을 주변에서 이상하게 보아도

전 전혀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그냥 친한 동기이자 동생이었거든요.

결국, 주변에서도 시간이 조금 흐르니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 아이의 미모 때문에 다른 과에서 조금 회자가 되었는지

저에게 그 아이를 만나고 싶어하는 남학생이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더군요.

희한하게도 그런 학생 중 고등학교 후배 녀석이 있었는데

저는 잘됐다 싶어 후배녀석에게 그 아이를 소개해줬습니다.

잘 되기를 바라면서요.



그런데 그 후로 조금 저에게 대하는 태도가 이상해지더군요.

뭐랄까 저에게 조금 더 격식을 차린다고나 할까...

원래처럼 편하게 지내는 것이 좋았는데요.



그래도 동기이자 귀여운 동생이기에 그냥 잘 지냈습니다. 재미있게요.



그러다 군대에 갔습니다.

휴가나 외박 나오면 그 친구와 자주 만났습니다.

수시로 저희 집에도 전화를 해서 어머니께 안부를 묻던 어른스러움도 있던 아이였죠.



그 아이는 술을 잘 마셨습니다.

만나면 술도 잘 못하는 저에게 술 먹이고 그 반응이 재미있어했죠.

빨개진 얼굴에 졸려 하는 저를 보고 호호 웃으며

가끔 술 취한 제 흉내를 내던 그 아이의 모습이 지금도 떠오르네요.

예쁜 여자와 그 앞에서 해롱대는 남자...

그런 자리에서 보면 때론 시선이 느껴지곤 했습니다.

"쟤내들 뭐지?"

이런 반응이요...



제대했습니다.

그리고 복학 하기 전 지금의 집사람을 만났습니다.

집사람과 만나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자연스레 그 아이와 만나는 일도 드물어졌고

이제 저는 여자 친구가 있는 몸(?)으로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도 점점 줄어갔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해 추운 겨울날

얼굴 좀 보고 살자는 그 아이의 엄포에 약속을 잡아 만나기로 했습니다.

명목상 동기 모임이었죠.



이상하게 일이 꼬이려 했는지

공교롭게도 그날 집사람이 자기 친구들에게 저를 소개하는 자리와 겹칩겁니다.

서로 멀리 떨어지지 않는 강남역 근처의 술집과 음식점 두 곳에서요..



바보같이 두 탕을 뛰었습니다.

집사람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 그쪽 친구들과 어울리다

또 서둘러 뛰어 와서 동기 모임자리에 가고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런데 막판에 동기 모임에 인사를 하고 집사람 일행과 자리를 옮기려 했는데

가보니 그 아이가 술에 잔뜩 취해서 저를 찾는 겁니다.



아직도 그 애의 말이 잊히지 않네요.

흐느끼는 목소리로



"꼭 그래야만 했어?..."



뭔 소리인지 가늠하지도 못하고 몸을 추스리지 못하는 그 아이를 부축했습니다.

도저히 안되겠다싶어 집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 아이를 집에 데려다 줬죠.



그 아이가 사는 곳은 분당 효자촌이었죠.



춥고 늦은 겨울밤 분당으로 질주하는 버스 안에서

그 아이는 점점 제 옆으로 몸을 기대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힘없이 제게 안기며 또 흐느꼈습니다.



"오빠, 왜, 한번도 나를 좋아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어?

5년을 넘게 그렇게 기다렸는데... 좋아하는 척이라도 해줄 수 없었던 거야?



머리를 망치로 맞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마음도 매우 아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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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묻어둔 예전 추억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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