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에 대한 나의 동경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30년이 더 지난 중학교시절부터 인 듯 합니다. 아마도 음악을 즐겨듣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연 오디오에 대한 관심도 생기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 무렵 FM라디오 방송이 학창시절 우리들에게 대단한 열풍이었습니다. 차인태님이 진행하던 '별이 빛나는 밤에'와 황인용님의 '밤을 잊은 그대에게'가 쌍벽을 이루며 인가가 있었고 공부하면서 라디오 듣는 것이 대단한 유행이었습니다.
신청곡과 사연을 방송국에 보내고 또 좋아하는 노래 나오면 카세트에 녹음도 하곤 했는데 매년 신년 새학기가 시작할 무렵엔 방송국에서 "예쁜 엽서전시회"를 개최하였는데 이또한 대단한 구경거리였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가져본 오디오는 카세트라디오였습니다. 음악들으며 공부하면 더 잘 된다는 부모님으로서는 다소 이해할 수 없는 논리로 어찌 설득하여 제일 저렴한 편이었던 대한전선에서 나온 것을 구했습니다. 욕심같아선 당시 5만원 내외였던 쉐이코를 갖고 싶었지만 그것조차 황송했지요. 저가인 만큼 성능도 떨어져 녹음도 시원찮고 테잎이 씹혀서 카세트를 여럿 망가뜨렸습니다.
대리점 쇼윈도안에 놓인 인켈이나 스트라우트 컴포넌트시스템이 최고인 줄 알았고 백화점 가전코너에 진열된 일제 파이오니아를 보고서 더 좋은 것도 있는지 알았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또 엄청난 하이엔드도 있다는 것 알았습니다.
처음 제 돈으로 구입한 오디오는 88년 전역하면서 용산 PX에서 산 샤프의 일체형 뮤직센터 였고 그후 96년에 씨디플레이어 달인 롯데매니아 미니컴포넌트로 업그레이드하였습니다.
99년 지금 수원으로 이사하면서 마침내 오디오다운 시스템을 구축하였는데 장덕수 디스코버리, 크리스 Z-60, 태광 TCD-2 그리고 롯데 LP-1000 이 바로 그것들 입니다.
지금도 10년 넘게 계속 사용 중이고 앰프만 이후 맥킨 6200, 마라츠 리시버 2285, 마란츠 인티 pm-5로 바뀌었습니다.
오디오생활을 하면서 좋은 시스템은 늘 동경의 대상이었지만 기기로 인한 고뇌 내지는 방황은 없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경제력의 부족이 가장 큰 이유였고 좋은 기기를 충분히 향유하기에 턱없이 미흡한 저의 귀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오디오란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는 어설픈 철학으로 저의 열등감을 감추고는 대신 음반을 열심히 모았습니다. 집이 좁아 안방이며 거실 이곳저곳이며 심지어 베란다 창고안에까지 걸리는 게 판떼기인지라 세어보진 않았지만 LP만 대략 2,000장 정도이지 싶네요.
내 나이 이제 내년이면 48.
더 나이 먹어 귀가 더 나빠지기 전에 괜찮은 기기를 들여야겠다고 마음먹으니 하이엔드는 아닐지라도 중급기 정도는 구해야 할 듯한데 예산은 넉넉치 못하고 많은 갈등이 생깁니다. 오랜 고뇌끝에 동경대상 1호인 푸른 눈의 유혹인 매킨토시 6800을 들이려하니 쉽게 물건이 나오지 아니합니다.
그냥 신품 6300이라도 구해볼까 하고 샵에 문의했더니 자디스 오케스트라 SE를 적극 추천하십니다. 번거로운 것을 싫어하여 앰프도 인티만을 고집해왔는데 진공관은 더더욱 관심밖이었습니다. 맥보다는 예산도 절감되고 하여 얼떨결에 진공관을 구입했습니다. 그래도 맥에 대한 미련은 남는군요.
그날 기기 세팅하고 케이블 연결하여 떨리는 마음으로 청음을 하였습니다. 밤늦도록 막걸리 마셔가며 LP와 CD로 이것저것 들어보았습니다. 처음하는 진공관 소리는 황홀하기만 했습니다.
더 큰 수확은 크리스의 진가를 찾은 것입니다. 그간의 TR인티로 들을 때는 뭔가가 부족하게 느껴져 거의 서윈베가로만 음악을 들었고 팔리진 않았지만 한 때 장터에도 내놓은 적 있습니다.
여러 기기를 접해보지 않아 이런 표현이 맞는 지 모르겠지만 소리가 참 기기막힙니다.
오히려 서윈베가 보다 더 단단한 소리를 내어주며 작은 악기소리도 좀 더 선명하게 들려줍니다.
현경과 영애의 '아름다운 사람'을 듣는 순간 눈물이 핑 돌만큼 황홀한 소리가 납니다. 음악생활 30여년 오디오생활 10년에 처음으로 느껴보는 '소리의 행복'입니다.이제 미천하지만 다른 분들 초대하여 들려줘도 부끄럽지 않겠다는 생각조차 듭니다.
조만간 이사후 상황봐가며 서윈베가 대체할 스키커만 구하면 기기에 대해 아무 미련도 없을 것 같습니다. 클립쉬 헤레시3 정도면 어떨까 싶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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