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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영화관에 대한 추억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8-12-01 22:24:50
추천수 0
조회수   686

제목

포항 영화관에 대한 추억

글쓴이

한용섭 [가입일자 : ]
내용
포항을 떠나온지도 이제 5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포항에서 거의 15년을 살았으니 (중간에 군대를 갔다오긴 했습니다만) 제 인생의 가장 긴 시간을 보낸 곳이네요.



하필이면 이 기간이 영화에 빠져지내던 시기인지라 포항시내 극장은 빠삭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기억나는 극장 이름이 거의 없어요. (가고파 극장 정도...?) 하여간 포항우체국 사거리에서 오거리 방향으로 걸으면 좌우로 많은 극장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갑자기 예전 생각이 나서 몇자 적어봅니다.



- 거의 모든 극장들이 후줄근합니다. 장내에 들어서면 이상한 달작지근하면서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그나마 실내가 어두운게 다행인거 같아요. 의자는 얼룩져있고 신발은 바닥에 찍찍 달라붙고...-_-;;



- "인디펜던스 데이"를 볼 때 였습니다. 당시 극장은 꽉 차 있었구요. 그런데 무대 위를 고양이 한마리가 유유히 지나가더군요. 사람들은 자지러졌죠. 그 놈의 고양이 무대 중간에 멈춰서 고개를 돌려 관객들을 쳐다보는 센스도 잊지 않더군요.



- "여고괴담" 두번째로 봤을 때 였습니다. (심야상영으로 한번 보고 며칠 후 낮에 또 보러갔었죠-_-) 어느 순간부터 화면이 중간에서 위아래로 나뉘어져서 상영되더군요. 근데 관객 중 아무도 불평을 하지 않았어요. 참다못해 제가 영사실로 올라가서... 바닥에 누워자고 있던 영사기사 깨웠습니다.



- 어떤 영화였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카게무샤"였던가...?) 천장에 커다란 합판 하나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습니다. 스크린에 큰 그림자를 만들 정도였죠. 아저씨가 한 명 들어오더니 길다란 작대기로 그 합판을 쳐서 떨어뜨리고 나가더군요. 이 모든게 영화 본편 상영 도중에 일어난 일입니다-_-



- 도저히 납득이 안가는 극장 문화 한가지. 영화를 보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문화라는 말까지 쓴거는 그만큼 제가 많이 목격했다는 뜻입니다. 압권은, 앞에서 두세번째 줄에 앉은 사람이 담배를 다 피우고나서 손가락으로 담배를 탁 쳐서 불똥을 첫째줄 앞으로 날려버리는 기술... 저러다 앞사람이 불똥에 맞으면 어쩔려구...



- 꼭 안 좋은 기억만 있었던건 아닙니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구름 저편에"랑 데이빗 린치의 "와일드 앳 하트" 같은 영화를 큰 스크린으로 볼 수도 있었으니까요...





포항을 떠나온게 03년 여름입니다. 그즈음에 놀랍게도 포항에 멀티플렉스 극장이 생기더군요. 실제로 그곳에서 '장화홍련'을 봤는데 와~ 포항에도 이런 시설이 들어서는구나 하고 감격을 했었습죠. 하필 내가 떠나려고 하니까 이런게 생기다니... 뭐, 이런거 때문에 여기서 눌러살 수도 없고...-_-;;;





지금도 그 후줄근한 극장들이 남아있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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