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말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던 어느날이었습니다.
질풍노도의 시절을 격하게 보내고 있던 저와 친구 몇 명이
당시 8학군에서 우스운 성적으로 학교생활을 하고 있던 중에
야간자율학습을 빼먹고 동기들의 만류를 야멸치게 뿌리치고
할리우드 키드의 꿈을 키우고자
날라리 친구에게 소개받은
저 멀리 강북의 '금호극장'까지 원정을 갔습니다.
(모범생이었던 저에게 중학교 때 날라리 친구들의 메카였던 롤라장 출입 말고 최고로 떨리는 경험이었죠.)
당시 동시상영 중 하나만 기억이 나는데 '연산일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다음 작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임팩트가 강했던 사건이 있어서인데
음습하고 매캐한 냄새...
무서웠던 극장 분위기에 압도당했는데 더욱 놀라운 일은 바로
극장 내에서 '박쥐'가 날아다니는 겁니다.
완전 '다크 나이트(?)'였습니다.
그 후로 다시는 가지 않았지만
살아 생전 하기 어려운 경험을 안겨준 금호극장이
지금까지도 생생하고 강한 추억을 남겼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극장에 배트맨은 보러 가지만
누가 날아다니는 혐오 생물 박쥐를 보러 가겠습니까?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아무튼, 연산일기는 거의 기억에 없고
박쥐만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박쥐는 무서운 동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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