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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공무원과 따뜻한 공무원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8-11-26 18: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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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716

제목

시원한 공무원과 따뜻한 공무원

글쓴이

서동화 [가입일자 : ]
내용
나는 화를 잘 내지 않지만 몹시 잘못된 것은 반드시 고치려 한다. 살다가 가끔씩 대하게 되는 공무원 중에는 좋은 사람이 많지만 아닌 경우도 없지 않았다. 어느 날 참다못해 한 사람에게 손가락질 하며 “당신이 그 자리에서 월급을 받는 이유가 이런 일을 신속히 처리해주기 위해서야!”라고 소리쳐 공개적으로 망신시킨 적도 있었지만 뜨뜨미지근함은 지속되었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본분을 망각한 공무원이나 촌지를 받는 교사가 존재하는 것은 다분히 국민들의 의식 부재 탓이다. 의견개진의 장으로 또 여론수렴과 권익신장 수단으로 활용해야 할 인터넷으로 종일 하잘 것 없는 장난질이나 하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의견을 제시하고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 잘한 것을 공개적으로 칭찬한다면 누가 함부로 나쁜 짓을 하며 누가 학부모로부터 푼돈을 짜내려 기도하겠는가.

다음은 몇해전 경찰청과 가평경찰서 홈페이지에 올렸던 글이다. 몇몇 경찰의 과잉행동에 대해 견찰이라며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몹시 잘못된 부끄러운 언사다. 흔히 공부 못하던 사람은 선생을 욕하고, 못된 짓을 하다 혼난 자들은 무작정 경찰을 비난한다.



체증을 시원하게 내려준 경찰관

약 한달 전인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눈이 꽤 내렸다. 일이 취미인 나는 특별히 쉬는 날 없이 일 하는데 차를 몰고 가평군 설악면에 물건을 사러 갔다. 그런데 돌아오다가 눈길에서 차가 미끄러져 접촉사고가 났다.

오는 길에 언덕을 넘어서니 차 한 대가 길가에 멈추어 있었고 그 차를 피해 뒤차들이 중앙선을 넘어 내 차선을 침범하여 마주 오기에 제동을 하였으나 미끄러져 그 차를 받은 것이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려고 기어도 바꿔 보았으나 내리막길이었고 정면충돌을 피하려고 결국 밟고 말았다.

늘 사진기를 한 두 개씩 가지고 다니던 나는 그날따라 하나도 없어서 주변 차들의 번호만 적었다. 그런데 상대는 디지틀 사진기로 현장을 촬영했고 서로 보험회사에 맡겨 해결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그러나 내 차의 보험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상대가 중앙선 침범 사실을 부인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경찰에 의뢰하여 잘잘못을 가리라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는 관할인 가평 경찰서로 갔다. 그러나 받친 부위 등 모든 정황이 명백한데도 불구하고 그는 끝내 중앙선 침범 사실을 부인했다. 담당 경찰은 내가 제출한 당시 앞뒤차량의 번호를 근거로 차적을 조회하여 현장을 목격한 운전자들에게 참고인 진술을 듣기로 했다.

상대는 자신이 찍었던 현장 사진들을 "잘나오지 않았다"며 가지고 오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에게 "사고 직후 현장 사진을 여러 장을 찍었고, 즉석에서 확인을 했으며, 다시 차에서 내려서 추가로 여러 장을 더 찍었으면서도 그 사진들을 감추는 것은 진실을 덮으려는 행위"라고 했다. 그러자 담당 경찰은 당시 찍은 사진들의 원본을 모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며칠 후 다시 보험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경찰 조사결과 내 주장이 모두 입증되어 상대보험사에서 100% 변상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나는 처음부터 인사사고가 아닌 이런 사소한 일을 경찰서로 가져가지 않고 보험회사를 통해 해결하려고 했다. 그러나 상대가 중앙선 침범 사실을 부인하면서 먼저 경찰에 신고를 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바쁜 일들을 접어두고 출두했다.

가평 경찰서로 가보니 상대는 가평에 사는 현지인이고 나는 먼 외지인이었다. 더구나 상대가 정씨인데 담당 경찰도 정씨인 점이 몹시 마음에 걸렸다. 우리사회에서는 좀 아는 사이라면 거꾸로 된 일도 두둔하는 덜떨어진 행위를 미덕으로 간주하기도 하고, 지역정서나 학연 혈연관계로 얽혀 일이 바르게 처리되지 못하는 것을 흔히 보아왔기 때문이다. 눈길에 미끄러져서 발생한 조그만 사건이 다시 무언가에 단단히 잘못 걸려서 더 깊은 수렁에 빠지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담당 경찰은 앞뒤 차량의 운전자들과 연락하고 현장 사진의 추가분을 받아서 상대방의 주장이 거짓임을 밝혀 신속하고도 명확히 결론을 내 주었다. 더구나 내가 가평 경찰서까지 가려면 왕복 4시간에 조사 2시간으로 거의 하루를 허비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여 그 한번의 출두만으로도 더는 안 와도 되도록 조치해 주었다.


그 가평 경찰서 교통계 담당 경찰의 이름이 정ㄱㅈ(당시에는 실명으로 씀) 경장이다.
어느 날 그곳을 지나게 되면 불쑥 들러 간단하나마 점심이나 한번 대접하려고 한다.
그는 일반인들이 자주 접할 수 없는 경찰에 대한 근거 없는 약간의 불신을 말끔히 지워준 고맙고도 훌륭한 표상이다.

이런 일이 경찰내부에서는 흔하고 당연할지 모르지만, 대책 없이 혼자 속앓이를 하는 대다수 무고한 시민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 나아가 경찰의 위상을 높이고 친근한 이미지를 갖게 하는 멋진 일이기에 진심으로 반가운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2003. 01. 22 서동화





119와 911

6~7년 전에 공장에 불이 나는 소동을 겪었다.
해병대를 갓 제대한 사람에게 장작겸용보일러에 불을 지피라고 지시하였는데 고지식한 그가 너무 많은 장작을 넣는 바람에 연통이 몹시 과열되었다. 나는 무얼 시키면 잘 확인하지 않는데 그날따라 한바퀴 돌아보다가 그 위험한 광경을 발견하였다. 불붙은 나무들을 급히 다시 꺼내면서 벌겋게 달아오른 연통을 쳐다보는 순간 “퍽” 하고 불이 붙었다. 몹시 운이 좋게도 발화순간을 목격한 것이다.

급히 119에 신고를 하고 너댓명이 지붕위에 기어 올라가서 바로 진화를 하였다. 조기발견을 하는 바람에 간단히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잔불을 우려하여 계속 물을 뿌리고 있는데도 소방차는 나타나지 않았다. 신고 한지 25분이 지난 후 소방차 소리가 들렸는데 놀랍게도 그들은 현장을 지나쳐서 달려 가버렸다. 다시 5~6분이 흐른 후 소방차들이 되돌아왔으나 이미 오래전에 상황은 종료되었고 뒷정리도 거의 끝난 후였다.

화재사고는 초기의 몇분간이 대단히 중요하다. 초기진화에 실패하면 걷잡을 수가 없게 된다. 신고할 때 내가 분명히 두 번이나 번지수를 정확히 알렸음에도 그들은 화재위치를 찾지 못했다. 아마도 시커먼 연기와 벌건 화염이 하늘 높이 치솟는 곳을 찾아 무작정 달린 듯하다. 소방대원들은 각종 재난에 대비하여 관내의 지형이나 지번을 살피는 도상훈련을 해야 하고 답사를 통한 최선의 접근과 해결방법을 반복 연구 숙지해야 한다. 그러함에도 당시 그들은 도착도 몹시 늦었을 뿐 아니라 위치도 놓치는 최악의 모습을 노출하였다.

그들의 몹시 미흡한 대처로 나는 큰 재난을 당할 뻔 했고 속에서 끓어오르는 부아를 삭이는데 한참이나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그 건의 실수에 대해서는 정부부처나 소방방국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지 않았다. 나는 우리나라 공무원 중에서 119가 가장 혁신에 성공한 믿음직한 부서라는 그간의 생각에 변함이 없다. 다행히 화재는 큰 피해 없이 진화되었고 그들도 그 사건을 통해 자신들의 실수에 대해 크게 깨닫고 자책하고 있을 텐데 고발성의 글까지 올려 사기를 꺾거나 문책 당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귀국하는 날 오전에 두시간 가량의 여유가 생기자 나는 주저 없이 남쪽의 롱비치공항으로 달려갔다. 며칠전 그곳의 서점에서 연감이 부록으로 붙은 전문지를 보았는데 주변사람들에게 하나씩 나눠주면 그 무엇보다 시의적절한 선물이 될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이른 시간이라 서점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고 나는 서점 문앞에 주차하고는 차안에서 문 열기를 기다렸다. 거의 출발해야 하는 시간이 되어서야 여직원 하나가 나타나 셔터를 올렸다. 나는 달려가서 보아둔 책 10권을 바로 집어 들었으나 여직원이 계산기에 전원을 연결하느라 또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계산을 마치고 나와 보니 차의 열쇠를 꽂아둔 채로 차문을 잠근 것이었다. 차안에서 서점 문이 열리기를 20여 분간이나 기다리다가 급한 마음에 열쇠를 빼지 않고 차문을 닫은 것이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서점으로 다시 달려가서 여직원에게 망치를 빌려달라고 하였다. 생뚱맞은 요구에 이유를 묻는 여직원에게 나는 유리를 깨야겠다고 하였다. 사정얘기를 들은 여직원은 내게 진정하라며 망치대신에 911에 전화를 하였다.

119와는 달리 불과 2~3분만에 바람처럼 나타난 것도 놀라운데 911대원들은 내가 바로 탄성을 지르게 만들었다. 구급상자같이 생긴 커다란 통에서 차열쇠 따는 갖가지 모양의 도구들을 꺼내 펼치는데 그 종류가 수십가지는 되어보였다. 몇해전 잠실의 대형 매장 지하주차장에서 이중주차한 자동차의 문을 주차관리원들이 긴 갈고리로 여는 것을 보았는데 1~2초에 하나씩 재깍 재깍이었다. 그런데 이곳은 하도 도둑이 많은 나라라 뚫기 어려운 도난 방지장치가 되어서 인지 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전문털이범이 무색할 정도의 현란한 장비를 갖춘 커다란 덩치들 4~5명이 매달려 온갖 도구를 바꿔가며 땀을 흘리는데도 끝내 차문은 열리지 않았다. 내가 비행기 표를 보여주며 재차 유리를 깨자고 하자 그들이 차문 비틀기로 방법을 바꾸겠다고 하였다.

문틈에 쐐기(차에 흠이 생기지 않도록 경질 플라스틱으로 만든 전문용품)를 넣어 차문을 조금씩 벌린 후 대원들이 달라붙어 힘으로 문을 비틀어 틈을 넓히고는 갈고리를 넣어 간신히 걸쇠를 푸는데 성공했다. 물론 비틀린 문도 다시 되잡아 주었다. 고맙다는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차에 오른 나는 추격영화의 쫒기는 사람처럼 험하게 차를 몰아 날듯이 LA국제공항으로 달려가서 비행기를 놓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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