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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크리스마스의 기적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8-11-18 16:52:58
추천수 0
조회수   733

제목

[펌]크리스마스의 기적

글쓴이

배정진 [가입일자 : 2004-02-26]
내용
제 164화 - 크리스마스의 기적





(E) 캐롤 울려퍼지고 + 거리 소음 + 구세군 종소리 등



남 크리스마스 이브

벌써 3년째. 나에게는 이 날을 함께 하는 친구가 있다.

(E)걸어 나오는

남 어우 춥다. 꼼장어에 소주나 한잔 할까? 아님.. 나이트?

남2 (약간 곤란한) 간단하게 밥이나 먹지 뭐

남 에이~ 그래도 날이 날인데...

(E) 핸드폰 소리

남2 잠깐만.... (전화 받고) 여보세요. (눈치 보며) 아... 아직요...

(다급) 아니에요, 늦게 끝날 것 같진 않고... 금방 전화할께요

남 약속... 있었어?

남2 어...

남 누구..? 만나는 사람..?

남2 얼마전에 소개로....

남 (씁쓸) 진작 말을 하지... 얼른 가봐

남2 미안... 다음주에 봐.

(E) 몇걸음 가다가

남2 (조금 멀리서) 메리 크리스마스!!!





(E) 캔맥주 따는 소리 + 영어 대사 나오는 비디오

남 결국 혼자가 됐다.

어두운 거실에서 비디오를 틀어놓고 맥주를 마셨다.

비디오 속 영화는 비현실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크리스마스를 맞은 주인공은

사고로 죽은 연인을 회상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나

연인이 사고를 당한, 바로 그 날로 되돌아가게 된다

주인공은 우여곡절 끝에 사랑하는 여인을

사고로부터 구해낸다는........

당최 말이 안되는 스토리였다.

(E)비디오 툭 끄고 + 캔맥주 따는





남 내게도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낼 여자가 있었다

4년 전. 그날까지만 해도...



(BG) 경쾌한 캐롤 종류 -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 Mariah Carey

(E) 사무실 소음

남2 이따 같이 갈거지?

남 어? 어딜?

남2 얘기 못 들었어? 기획실 남자들끼리 나이트 가기로 했잖아.

남 (약간 곤란) 아... 그래?

남2 은서씨 만나기로 했어?

남 어... 그게...

남2 오늘은 애인 있는 사람들도 다같이 뭉치기로 했잖아! 안가면 배신이다!!

(E) 전화벨

남 여보세요.

여 다 끝났어?

남 .... (망설이다) 오늘 좀 늦을 것 같은데...

여 크리스마스 이븐데?

남 그러게. 야근을 좀 해야 할 것 같아.

여 .... 할 수 없지 뭐. 끝나면 연락해.

남 그래

(E) 전화 끊고

남 한 대리! 나도 같이 가!

남2 (약간 멀리서) 오케이~~ 오늘 확실하게 한번 놀아보자구!!





(E) 나이트 소음 (빠른 풍의 댄스음악과 사람들 소리)

남 회사 동료들과 어울려

춤추고 술 마시느라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그런데...

(E) 전화벨 울리는

남 그녀였다

(E) 얼른 조용한 데로 걸어가는

남 여보세요....

여 아직도 일해?

남 (일하는척) 어. 이게 잘 안끝나네... 아직도 한 두시간은 더 있어야...

여 불 끄고 일해?

남 (당황) 어?

여 (날카로운) 자기네 회사 건물 다 불 꺼졌네.

남 (더듬더듬) 어.. 그.. 그래? 그게...

여 어떻게 나올거야? 회사 정문도 잠겼는데.

경비 아저씨한테 물어봤더니, 다들 퇴근했다는데. 어디.. 숨어서 일해?

남 ..... 어... 그게 어떻게 된거냐면...

여 됐어. 나 솔직히 말할까?

남 뭘...

여 아까 야근한다고 말할 때, 그거 거짓말인 거 눈치 챘었어

남 그런데...

여 친구들하고도 놀고 싶은가보다.. 그래서 한번은 봐주려고 했지.

그래, 9시까지 딴데서 노는 건 봐주자. (버럭) 그런데 지금 몇시야!



남 11시였다



여 이제 끝이야.

(E) 전화 툭 끊기는

(E) 다시 나이트로 들어오는

남 나, 가봐야겠어.

남2 왜~ 이제 한참 재밌는데~

남 약속이 있어서...

남2 저기 저 여자들... 보이지? 스튜어디스들이라는데... 우리랑 숫자가 딱 맞아서

같이 놀기로 했어.

남 정..말?



남 끝이라는 얘기를 한 두 번 들어본 것도 아니었다.

지금 달려가면, 회사 근처에 있을 그녀를 만날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남 4년 전 그날은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

눈이 내리자 더욱 신이 난 우리는

2차 3차를 외치며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E) 음성 메시지 도착음

남 그 중간에 메시지가 도착하는 것 같았지만

그냥 무시해 버렸다

다음날, 늦은 오후까지 자다가 일어나

그제야 핸드폰을 켜고 음성 메시지를 확인했다

(E) 첫번째 메시지입니다

(E) 배경으로 기차역 소음 들리고 (안내방송 등)

여 기억나? 이번 크리스마스에 눈 오면

우리 밤 기차 타고 정동진 가자 그랬었잖아

아까 끝이라고 말해놓고 돌아서는데

눈이 내리더라구. 그래서, 자기한테 다시 한번만

기회를 줘볼까 하는데.

이 메시지 들으면, 정동진으로 와. 기다릴게.

(E)창문 여는 소리

남 눈은 이미 그쳐 있었고

해는 뉘엿뉘엿 져가고 있었다

크리스마스가 끝나가고 있었다





(E)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니~

남 다음날부터 그녀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점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새해 연휴가 끝나고 며칠 후

난 그녀의 집앞으로 찾아갔다

찬 눈을 맞으며 두시간을 기다린 끝에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E) 눈 밟는 소리

여 그냥 가라니까...

남 자, 군고구마. 따뜻할 때 주려고 했는데 다 식었다

여 필요없어



남 단단히 화가 난 듯 했다

다른 땐 군고구마 하나면 어떤 화도 다 풀리곤 했는데.



여 그래, 한번은 확실히 얘기해야겠다.

우린 지난 크리스마스에 끝났어.

남 미안해 그날은...

여 나 1월 1일에 집에 내려갔다가 선 봤어. 봄에 결혼할 것 같애.

남 ...... 뭐?

여 늘 결혼 부담스러워했잖아.

남 그... 그건...

여 지금 사는 집도 곧 내놀거야. 더는 찾아오지 마.

남 (다급히) 은서야!

여 잘 가. 다신 우연히 라도 마주치지 말자.

(E) 눈 밟으며 들어가는 소리

(M) 박효신 - 눈의 꽃 (중간 부분. 바람이 차가워지면 -부터 조금 길게)



(E) 조용한 가운데 맥주 캔 따는 소리

남 그 해 봄. 그녀는 정말 결혼을 했다.

가끔 그녀가 사무치게 그리워질 때는

후회를 해보기도 했지만

모든 게, 운명이고 인연이라고 체념했다.

하지만 오늘처럼 혼자인 크리스마스 이브엔

그런 생각이 든다.

오늘밤에 본 영화처럼, 다시 그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시 그날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허무하게 사랑했던 그녀를 놓치진 않을텐데....

(M) If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 이승철



(E) 서랍 뒤적이는

남 담배를 찾기 위해 서랍을 뒤적이다가

오래된 핸드폰을 발견했다

아주 예전에 그녀가 사주었던 핸드폰이다

왜 그랬는지...

갑자기 그 핸드폰을 켜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E) 밧데리 충전기에 꽂는

남 전원이 켜졌다

(E) 단축 번호 길게 누르는

남 단축번호 일번을 길게 누르자

그녀의 이름이 떴다

(E) 이 번호는 없는 번호이오니...

남 없어져 버린 전화번호처럼, 그녀는 이제 없는 사람이다

내겐 없는 사람이다





남 깜박 잠이 들었던 것 같다

(E) 전화벨 소리

남 전화벨 소리에 잠이 깼다

이상한 일이었다. 오래된 핸드폰의 벨이 울리고 있었다.



남 (얼떨떨) 여.. 여보세요

남2 어디야 지금?

남 누구...세요?

남2 내 목소리도 몰라? 나 한 대리. 어디냐구~

남 응? 집이지

남2 (황당) 뭐?? 이 시간에 집엘 왜 갔어?

남 무슨 소리야...

남2 빨리 회사로 와. 부장이 찾고 난리났어.

남 뭐?

남2 아무리 크리스마스 이브라도 그렇지. 해도 지기 전에 집엘 가냐?

남 뭐? 지금이 오밤중이지 무슨.... (하다가 놀라 말 멈추는)



남 시계는 분명 5시 반을 가리키고 있다.

그리고 창밖은 이제 어스름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남2 (멀리에 대고 말하듯) 예 부장님. 김대리 요앞에 커피 사러 갔대요

(전화에 대고 속삭) 빨리 들어와. 빨리!





(E)거리 소음+ 캐롤 + 뛰어가는

남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

지금은 2000년도의 크리스마스 이브다

신문 가판대의 신문에도 뚜렷하게 2000년 12월 24일이라는 날짜가 박혀 있다

(E) 사무실로 뛰어 들어오는

남2 이제 오면 어떡하냐?

남 어... 부장님은...

남2 지금 사장실에 보고 하러 들어갔어.

남 .... 어..... (정신 못차리고 있다가) 한 대리, 나 하나만 묻자

남2 뭐

남 지금이.... 2000년도야?

남2 뭐 잘못 먹고 왔어? 정신 좀 차려.

남 2000년도 맞아?

남2 그럼 2000년도지, 3000년도겠어? 왜 그래?





남 모든 일은 4년전 그날과 거의 똑같이 일어나고 있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현실로 일어난 것이다

꿈이 아닐까 하고, 몇 번이나 머리를 흔들어 보고 볼을 꼬집어 보기도 했다



(E) 사무실 소음

남2 이따 같이 갈거지?

남 어? 어딜?

남2 얘기 못 들었어? 기획실 남자들끼리 나이트 가기로 했잖아.



남 이 역시....

4년전 그날 나눴던 대화다



남2 왜.. 은서씨 만나려구?

남 ........!

남2 오늘은 애인 있는 사람들도 뭉치기로 했잖아! 안가면 배신이다!!

(E) 전화벨



남 그녀였다. 그녀의 이름이 핸드폰에 떠 있었다





남 그래. 나에게 다시 한번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다시 주어진 이 하루를 잘 이용한다면

그녀를 되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E) 전화벨 계속 울리고 있는



남 (목소리 가다듬고) 여보세요

여 다 끝났어?

남 어. 거의 끝나 가.



남 이제 됐다. 일찍 나가서 그녀를 만나면 된다.



남2 (급하게) 김대리! 부장님이 찾어. 긴급회의가 있다구...

남 뭐?

남2 다들 회의실로 모이래..

여 여보세요? 여보세요?

남 어. 은서야. 조금 늦어질 것 같애.

여 크리스마스 이븐데?

남 아니야. 많이 늦진 않을거야. 좀만 기다려.

여 .... 알았어.





(E) 컴퓨터 자판 치는 소리

남2 (짜증) 이게 뭐야 ~ 지금쯤 한참 나이트에서 신나게 놀고 있어야 되는데...

남 (한숨)

남2 아니... 이걸 꼭 오늘밤에 해야 된다는거야?

부장이 요새 사모님이랑 안좋다더니... 괜히 집에 가기 싫으니까...

남 지금 몇시야?

남2 8시 50분



(에코)

여 아까 야근한다고 말할 때, 그거 거짓말인 거 눈치 챘었어

친구들하고도 놀고 싶은가보다.. 그래서 한번은 봐주려고 했지.

그래, 9시까지 딴데서 노는 건 봐주자.



남 그때 그녀는 말했었다. 9시까지는 봐주겠다고.

조금 있으면 회사 앞으로 그녀가 올것이고

그럼 내가 회사에서 일하다가 늦었다는 걸 알게 되겠지.

그때처럼 되지는 않을거야.



남2 (갑자기 비명) 아야~~

남 (놀란) 왜 그래...

남2 아 배야! 아...

(E)책상에서 떨어져 구르는

남2 배가... 김대리.. 나 병원.... 아야....아....





(E) 응급실 소음

남 갑자기 쓰러진 한 대리 때문에

병원에 와야 했다

급성맹장염이라 수술을 해야 했다

수속 밟고 가족들에게 연락하느라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E) 전화벨 소리

남 그녀였다.

시계를 봤다. 11시였다.



남 (떨리는) 여보세요? 은서야. 미안해. 어떻게 된거냐면....

여 아직도 일해?

남 내 얘기 좀 들어봐

여 불 끄고 일해?

남 (답답한) 그러니까...

여 (날카로운) 자기네 회사 건물 다 불 꺼졌네.

남 내가 일을 하고 있었어. 일을 하는데 갑자기 한 대리가...

여 어떻게 나올거야? 회사 정문도 다 잠겼는데.

경비 아저씨한테 물어봤더니, 다들 퇴근했다는데. 어디.. 숨어서 일해?

남 은서야~~!!

여 됐어. 아까 야근한다고 말할 때, 그거 거짓말인 거 눈치 챘었어

남 (안타까운) 너 지금 회사 앞이지. 내가 지금...

여 친구들하고도 놀고 싶은가보다.. 그래서 한번은 봐주려고 했지.

그래, 9시까지 딴데서 노는 건 봐주자. (버럭) 그런데 지금 몇시야!





(E) 헉헉대며 뛰어가는

남 다급하게 회사 앞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그녀는 없었다

(E) 전화하는 + 받지 않는다는 안내음



남 (안타까운) 은서야... 안돼....



남 이때였다.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에코*)

(E) 기차역 소음

여 기억나? 이번 크리스마스에 눈 오면

우리 밤 기차 타고 정동진 가자 그랬었잖아

아까 끝이라고 말해놓고 돌아서는데

눈이 내리더라구. 그래서, 자기한테 다시 한번만

기회를 줘볼까 하는데.

이 메시지 들으면, 정동진으로 와. 기다릴게.



남 그래. 기차역이다.





(E) 기차역 소음

남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

눈은 함박눈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E) 음성 메시지 도착하는

남 그녀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들어보지 않아도,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있었다.

(E) 기차 떠나는 소리

남 그녀가 타고 있을 정동진행 기차에 오르려 했지만

한발 늦어 버렸다

기차는 이미 떠나 버렸기 때문이다





(E) 빵빵거리는 소음 (꽉 막힌 거리의 소음)

남 뒤늦게 운전을 해서 서울을 벗어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성탄전야의 도심은 꽉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있었고....

자꾸 초조해져갔다

도로가 조금 뚫리자 난 무섭게 속도를 냈다

(E) 부웅 가는 + 쾅 받는

남 그러다... 앞차를 들이박고 말았다

정말...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E) 거리 소음

남 사고 처리를 하고 수리센터에 차를 맡기고 나자

시간은 자정 넘어 새벽으로 향하고 있었다

택시를 잡아타고 정동진으로 향했다.

모든 일이 꼬이기만 하고 있었지만

막아야 했다

기적처럼 주어진 이번 기회를 이렇게 놓칠 순 없었다



(E)파도 소리

남 다행히 해 뜨기 직전, 정동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해돋이를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바닷가는 초만원이었다

그 속에서 그녀를 찾기 위해

미친 사람처럼 뛰어 다녔다

하지만 그녀를 찾을 순 없었다





(E) 전화 거는 + 통화음

여 (힘없는) 여보세요...

남 은서야. 거기 어디야.

여 ..... 내가 메시지 남겼잖아

남 그래. 그래서 내가 왔어.

여 (울먹) 오긴 뭘 와. 밤새 기다려도 안왔으면서!

남 여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너 어디 있는데?

여 여기 사람이 많다구? 자기 거짓말.. 정말 지긋지긋하다! 끊어!

(E) 뚝 끊기는

남 여보세요. 여보세요! 은서야!!



남 뭔가 잘못됐다. 난 서둘러 메시지를 확인했다.



(E) 첫 번째 메시지입니다

여 기억나? 이번 크리스마스에 눈 오면

우리 밤 기차 타고 정동진 가자 그랬었잖아

아까 끝이라고 말해놓고 돌아서는데

눈이 내리더라구. 그래서.. 정동진에 갈까 했는데....

거기로 오라고 한다고 올 사람도 아니구...

그래서.. 지금 자기 집 앞이야.

집에는 들어올거지? 마지막 기회야. 빨리 집앞으로 와.





(E)파도 소리

남 말도 안된다. 이건 정말 말이 안된다.

눈물이 날 만큼 억울했다

서둘러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E)전화기가 꺼져 있어 소리샘으로 -

남 은서야. 미안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이번엔 정말 잘해 보고 싶었는데...

결과는 똑같아져 버렸다. 난 니가 정동진에 있을 줄 알았어.

그래서 지금 정동진이야.

(E) 사람들 웅성대는 소리

남 해가 뜬다 은서야. 같이 봤으면 좋았을걸. 미안해.

(E) 전원이 없어서 꺼져 버리는



남 바다 속에서 붉은 해가 떠올랐고

이와 동시에 핸드폰의 전원이 꺼져 버렸다

나에게 주어졌던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남 붉은 태양을 바라보다가

잠시 어질했던 모양이다

정신을 차려 보니, 백사장 위에 주저앉아 있었다

해는 이미 바다 위 저만치 떠 있었고

사람들은 삼삼오오 흩어져

따뜻한 오뎅국물이나 떡국 등을 먹고 있었다

난 힘없이 일어났다

그랬다. 운명이든 인연이든...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내게... 없는 사람이었다



(E) 누군가 백사장 걸어와

여 여보! 어묵 국물 좀 먹어.

남 (화들짝 놀라 보며) 은서야!!

여 깜짝이야. 왜 그래?

남 너.... 너 여기 언제 왔어. 언제 왔어~!!

여 무슨 소리야. 아까 열차 타고 당신이랑 같이 왔잖아

남 우리가... 같이... 여길?

여 그래~~ 벌써 3년째 크리스마스 이브에 여기 오고 있잖아. 당신두 참...

남 은서야. 지금이.. 몇 년도야?

여 싱겁긴.... 2004년이잖아. 2004년 12월 24 아니지, 이제 25일이지?





(E) 걷는 소리

남 (조심스럽게) 그러니까.. 우리가 결혼을 했단 말이지?

여 이이가 증말.... 장난 그만 해.

남 있잖아. 4년전 크리스마스 이브에... 당신이 끝이라 그랬던 거 기억나?

여 그랬지. 내가 그때만 생각하면...

남 그런데...? 우리가 어쩌다 화해했지?

여 밤새.. 당신 집 앞에서 떨면서 결심했지. 이제 다 끝이라구!

그래서 전화기도 꺼놓구.

설에 집에 내려가면 선봐서 결혼이나 해버려야겠다!! 그랬는데...

남 그랬는데?

여 진짜 기억 안나? 당신이 음성메시지 남겼잖아.

남 내가?

여 뭐... 이번엔 정말 잘해보고 싶었는데 어쩌고 그러면서. 정동진이라구.

남 ....!

여 눈 오면 정동진 가자는 소리, 기억 못할줄 알았는데. 거기 가 있다고 하니까

얼마나 감격스럽던지....

남 그... 그랬지 참...

여 그리구, 나중에 한 대리 만나서 들었잖아. 그날, 한 대리 맹장 수술 때문에

당신 병원 갔었다구.....

남 그래. 맞어...

여 그때 삐끗 잘못했으면.. 우리 지금쯤 완전 남남일텐데....

인연이라는 게 참 묘해...





남 내게 체온을 전해주는 그녀의 작고 따뜻한 손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그녀의 눈망울

그리고 가슴 가득한 따뜻한 이 기분

올해 크리스마스가 내게 준 고마운 선물들이다

(E)기차 소리

남 돌아오는 기차 안

내 어깨에 기대 잠든 그녀에게 가만히 속삭여 본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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