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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이 다른 맛~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8-10-30 09:4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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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963

제목

차원이 다른 맛~

글쓴이

박기석 [가입일자 : 2004-10-28]
내용
어제 충환이를 불러서 와인을 마셨습니다.

회사 앞 삼성플라자에서 와인세일을 하고 있길래...

머 잘 모르지만 대충 가격대비 이쁜걸로 골라달라고 해서 가지고 왔죠.



한넘은 레드, 또 한넘은 화이트였는데...

레드는 알고 보니 메독 5등급 중 2등급짜리더군요.

아시다시피 1등급은 딱 5개만 있죠.

마고, 무똥, 라피트, 오브리옹, 라뚜르...

2등급 중에서 생 쥴리앙 지역의 뒤크레 보카이유녀석이 저렴하게 보이길래...

2002년 빈티지이긴 했지만 낼름 집어왔죠.

화이트는 뭐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레드를 골랐으니 화이트를 골라보자라는 기분으로 세일이 제일 많이 된 녀석을;;;



암튼 충환이랑 충환이 와이프, 저랑 제 와이프 이렇게 네명이서...

글렌 굴드와 키스 쟈렛을 들으며 12시까지 와인 4병을 비웠습니다.

맨 처음 와인은 그냥 집에 굴러다니는 이태리 화이트인데 빌라엠보다는 좀 묵직했지만 암튼 그런 타입이었구요. 아페레티브로 딱 좋았던 기억이... 하지만 그 땐 와이프가 아직 안와서 안주는 고작 치즈에 크래커;;;



문제는...

두번째 병의 새로산 화이트와인이었습니다.

코르크에서부터 냄새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쏘비뇽블랑 85%에 또 다른 뭐가 15%였는데...

그 익숙하게 밀고 올라오는 향은 다름아닌 오크통의 탄닌맛...

바로 잭 다니엘에서나 느껴보던 그 향기였죠.

와인 병 뒤에 보니 오크통에 숙성했다는 말이 보이더군요.

거기다 바닐라맛, 버섯향기, 나무향기(아마도 낙엽의 맛이라면 이런것일까 하는)...

수많은 복잡한 향기가 올라오더군요.



가끔은 그런 향기만큼의 맛을 내주지 못한 와인이 대부분이었는데...

맛 또한 환상이었습니다.

정말 실크처럼 부드럽게 넘어가는 크리미한 느낌이 너무 좋더군요.

충환이 와이프의 표현을 빌리자면 '여왕의 맛'이라고 할까요?

저는 과연 이 와인은 도대체 어떤 요리와 어울릴까 궁금해지더군요.

와인 그 자체만으로 이미 완성되어 있기 때문이라 할까요??



세번째로 딴 뒤크레 보카이유..

레드라서 와인 잔을 바꿨습니다. 저희 부부는 간만에 리델 소믈리에글라스 보르도잔을 꺼냈죠.

오호라.. 이것 역시 장난이 아닙니다.

신의 물방울에 맨 처음 나오는게 테루와르... 그러니까 재배밭의 느낌인데...

정말 그런게 느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확실히 비싼와인과 싼와인의 차이점은...

비싼 와인은(적어도 보르도라면) 굉장히 복잡미묘하고 다양한 향이 난다는 것...

그리고 맛 또한 향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어제 깨달았다고 할까요??

다만 빈티지가 오프 빈티지(2002년산)라서...

시간이 조금 지나니 살짝 시어버린 맛이 느껴지더군요.



여기에서 끝내기엔 뭔가 허전해서...

일본에서 공수해온 본 로마네를 끄집어 냈습니다.

그래도 로마네꽁티 밭에서 만든 포도로 재배한 와인이니...

정말 어제 입이 호강을 했죠.

역시 섬세한 부르고뉴답게 코르크에서는 아주 미미한 꽃향기만 감돌고...

와인잔에 코를 집어넣는 순간...

거짓말이 아니고...

신의 물방울 1권에서 그 여자 견습 소믈리에가 손님이 남기고 간 디켄팅이 된 리쉬부르를 마셨을 때 꽃밭에 둘러싸인 그 장면.. 바로 그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뭐 꽃밭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향기로운 꽃냄새는.. 다름아닌 신문지로 둘둘 말은 국화꽃의 냄새였습니다.

정말 와인에서 국화꽃 냄새가 나더군요.



거의 판이 접어질무렵에...

화이트와인 글라스에 조금 남아있는 아까 그 와인이 생각나서...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향기는 남아있겠지라고 생각해서 다시 잔을 들었는데...

그 여왕의 위엄은 조금도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묵직한 느낌은 강해져 있었습니다.

맛도 전혀 변하지 않았고...

이 정도의 맛이라면 정말이지 위스키 한 병 값을 주어도 아깝지 않겠구나라는...

정말 차원이 다른 맛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무튼 이런 와인을 아는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와인 세 모금에 취해버려 일찌감치 자리에 들어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호박해물떡뽁이를 맛있게 해준 우리 와이프한테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4병이나 마셔서 아침에 좀 띵하긴 했지만... 숙취는 거의 없네요.



오늘이 와인세일 마지막날인데 좀 더 사두어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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