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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3시간 해본 적이 없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8-10-14 13:55:33
추천수 0
조회수   1,752

제목

결혼식 3시간 해본 적이 없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글쓴이

오세영 [가입일자 :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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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겨운 분에게는 죄송합니다. 젊은 분들에게 귀감이 되는 얘기도 아니어서 마지막으로 올립니다. 그리고 오래 전 일이라 정확한 시간이 아니지만 어쨌든 길었습니다.)



일반 평범한 결혼식을 3시간 이상 해보신 분이 계실까요? 그것도 주례사만 90분 넘는다면요?



아래에 어찌보면 쉽게 결혼준비했고, 어찌보면 많은 사람 어렵게 만들었던 얘기를 썼습니다만... 결혼식도 무려 3시간 이상을 했었습니다. 전통혼례가 아닌 서울에서요.



제가 사회 초년생이어서 전세집도 못 알아볼 정도로 일에 치여 있었기 때문에 식장이나 주례 선생님 섭외도 마냥 미루고 있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아버님의 권유로 이북5도청(북한산 근처)에서 명예 도청장님 주례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친구 녀석들 결혼이 결혼공장에서 20~30분만에 끝나는 것을 보면 마음에 안들었었기 때문에, 토요일 오후 저희 결혼식만 한다는 말에 아주 기뻤습니다만...만...만...만 T.T



15년 전의 이북5도청은 대중교통이 제대로 없었고, 버스에서 내려서 15분 걸어들어와야 했습니다. 당연히 축하객들이 많이 불편하셨죠. 뭐, 이 정도는 서론에 불과합니다.



식을 전문적으로 진행해주시는 분이 없으니, 주례 선생님 마음대로 식을 진행하게 됩니다. 명예 도청장(공무원 신분?)이니 아시겠죠? 뭐든 격식차리고 느려지는 것을...



본격적인 주례선생님 말씀에 돌입하기 전에 이미 다른 결혼식 끝나는 30분이 흘렀습니다. 주례 선생님의 좋은 말씀이 20분? 30분? 진행되면서 마무리 되어 갑니다.



"마지막으로, 여기 오신 분들을 뵈니, 대부분 함께 월남해서 생사고락을 함께 하셨던 분들이군요. 우리가 언제 또 만날지 모르겠습니다만..."



설마했습니다. 설마??????? 저는 월남하신 아버님의 그 지겨운 1.4후퇴 얘기에 진절머리가 나 있었기에, 설마했습니다. 설마 아닐거야 ㅡ.ㅡ



"우리가 1.4 후퇴 때에.... 정말 죽을 고비를 넘기고... 죽을 목숨인데.... 가족을 북에 두고... "



저희 결혼식 비디오는 2개나 됩니다. 아마 기사분도 중간에 테이프 갈기는 처음이었을 겁니다. 결혼식 비디오를 보면 그 때의 참상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이미 좌석 중 2/3이 비어 버렸고, 꽃동이(?)하기로 한 조카 애들은 집에 간다고 울고 불고, 꽃같아야 할 신부는 이마에 내천(川)자가 그려진 오리입이 되었고, 저는 부동자세로 거의 실신지경이었고... 반면에 앞자리 실향민 어르신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지옥과 같았던 주례 말씀이 90분 넘어서 끝났습니다. 결혼식만 2시간 넘게 한 것입니다. 정해진 순서가 있으니 생략할 수 없는 폐백끝나고 나니 3시간이 훌쩍 넘었고, 케이크가 준비된 로비에는 저희 부부 밖에 없었습니다. 지방 멀리서 올라오신 처가 친척 어르신들은 차 시간 때문에 인사도 못드리고 모두 내려가셨고, 친구들도 자기들끼리 뒷풀이 가고...



케익 자르기는 둘째고 신랑신부가 가장 먼저 한 일이 남겨진 부페 밥 주어담기였습니다. 안사람은 결혼 후 처음 먹는 밥이 다른 사람들 먹다 남긴 차가운 잡탕밥이었죠. 그것도 부페 회사 직원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으면서요.



그 다음부터 친구들 사이에 떠 돈 말이 "결혼식 주례는 실향민은 안된다. 결혼공장이 차라리 낫다" 였습니다.



결혼에 대해서는 이래 저래 안사람과 처가에 미안한 일뿐이군요... 그렇다고 요즘에도 행복하게 잘 해주지는 않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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