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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하던 노인....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8-09-09 09:52:21
추천수 2
조회수   1,126

제목

삽질하던 노인....

글쓴이

최형섭 [가입일자 : 2001-01-27]
내용
제 친구 녀석이 쓴 글입니다만...

꽤 재미있어서 가져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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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400일 전이다. 내가 갓 선거한 지 얼마 안 돼서 명빠짓 하며 살 때다. 서울 왔다가는 길에, 청와대로 가기 위해 남대문에서 일단 불에 탄 폐허를 지켜봐야 했다. 남대문 맞은편 명박산성에 앉아서 삽질을 하던 노인이 있었다. 살림살이 좀 나아져보자 마음먹고 경제를 살려 달라고 부탁을 했다. 청와대 주인 되는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싸게 해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BBK 하나 가지고 에누리 하겠소? 비싸거든 똥영이한테나 투표하시오』 대단히 무뚝뚝한 노인이었다. 더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경제나 잘 살려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삽질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반발하니까 삽질을 멈추는 것 같더니, 몰래몰래 경인운하 판다 그러고 낙동강 운하 판다 그러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죽어도 포기를 안 한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포기할 때가 다 됐는데, 자꾸만 더 삽질하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경제나 살려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사실 경제가 점점 개판이 되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인제는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파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경제를 살려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삽질을 할만큼 해야 대운하가 되지, 경제가 재촉한다고 살려지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국민들이 하지 말라는데 무얼 더 삽질한다는 말이오? 노인장, 외고집이시구먼, 경제 파탄 직전이라니까요』



노인은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 알아보우. 난 검역 주권 미국에 팔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경제 살리기는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삽질해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삽질이란 제대로 파들어가야지, 파다가 멈추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미국산 쇠고기를 청와대 식탁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시식회를 열고 있지 않은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경제정책을 들고 이리저리 돌려 보더니 외환관리 실패해서 경제 다 거덜났다고 통보한다. 경제 개판 되기는 아까부터 다 개판 되있던 상황이다.



뇌무현을 욕하고 난 후, 그 보다 더한 다음 대통령의 삽질을 봐야 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삽질만 해 가지고 경제가 될 턱이 없다. 국민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자기 행동 비판하는 언론만 박살을 낸다. 양심도 모르고 고소영엔 친절하고 불교엔 무뚝뚝한 노인 이다」 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 뒤를 돌아다보니 노인은 태연히 허리를 펴고 시청 앞 촛불집회를 바라보고섰다. 그 때, 그 바라보고 선 옆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쥐새끼다워 보이고, 뱀 같은 눈매와 마릴린 맨슨 같은 모습에 내 마음은 더욱 화가 치밀었다. 노인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증폭된 셈이다.



집에 와서 경제 상황을 알려줬더니, 아내는 투표를 병신같이 했다고 야단이다. 뇌무현을 뽑은 것보다도 더 바보짓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대통령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아내의 설명을 들어 보니, 경제만 그렇게 보고 도덕, 양심 다 내팽겨치고 대통령 뽑는 국개들 수준에 요렇게 꼭 알맞은 대통령은 좀체로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노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옛날부터 시녀노릇을 하던 떡검, 떡찰은 혹 정권이 자유를 주면 검사와의 대화 등등을 통해 대통령한테도 맞장을 뜨고, '이쯤되면 막 가자는 거죠' 소리가 나올 정도로 대단히 독립적인 모습을 보이는 척 했다.



그러나 요새 떡검, 떡찰은 한번 눈치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다. 예전에는 정권에서 뭐라 하든 말든 중립, 독립 운운하며 반항하는 시늉이라도 했다. 이것을 검경 독립이라고 한다. 물론 날짜가 오래가진 않는다. 그러나 요새는 눈짓만 해도 알아서 직접 표적수사를 한다. 금방 수많은 사람들을 잡아가둔다. 그러나 근거가 없다. 법질서를 확립하겠다고 하지만, 기준이 제멋대로인 법질서를 제대로 준수할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언론만 해도 그렇다. 옛날에는 측근이 언론사 사장에 온다는 소문만 돌아도 언론장악이니 탄압이니 그랬고, 누군가는 KBS 사장으로 온지 일주일 만에 쫓겨났다. 조중동 세무조사라도 할라치면 언론탄압이니 뭐니 대들었다. 눈으로 봐서는 지금 야당이 주장하는 것과 현재 여당이 예전 야당 시절 주장하는 것이 구별이 가지 않는다.



지금은 언론에 대한 소비자 운동을 오히려 구속하고, 측근 낙하산에 대한 우려 따위도 없다. 국개들이 이미 압도적인 제1당으로 뽑아놓은 마당에 국민 눈치를 볼리도 없고, 또 그 시선 무서워 그만둘리도 없다. 옛날 사람들은 정권은 정권이요, 생계는 생계지만, 언론의 자유라는 대의를 나불대는 그 순간만은 오직 비판적 언론의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그것에는 열중하는 척이라도 했다. 그리고 스스로 보람을 느꼈다. 그렇게 순수하게 민주화 운동을 통해 자유언론을 만들어 냈다.



이 삽질은 그런 마음과는 거리가 먼 심뽀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나는 그 노인에 대해서 죄를 지은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 따위로 해서 무슨 경제를 살려 먹는담 』 하던 말은 『그런 노인이 나 같은 멍청이 국개 젊은이에게 몰표를 받는 세상에서, 어떻게 아름다운 정권이 탄생할 수 있담』 하는 말로 바뀌어졌다. 나는 그 노인을 찾아가서 미국산 쇠고기에 아리수라도 대접하며 진심으로 하야하라 권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 일요일에 상경하는 길로 그 노인을 찾았다. 그러나 그 노인이 앉았던 명박산성에 노인은 있지 아니했다. 나는 그 노인이 앉았던 자리에 멍하니 촛불을 들고 서 있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은 후회할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맞은편 숭례문의 지붕 추녀를 바라다보았다. 푸른 창공에 폐허가 된듯한 추녀 끝으로 미국행 비행기가 지나가고 있었다. 아, 그때 그 노인이 저 비행기를 보고 있었구나. 열심히 삽질하다가 우연히 미국땅의 부시맨을 그리워하던 노인의 거북한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무심히 「美國洞內北(미국동내북) 日本犬溟薄(일본견명박)!」 도연명의 시구가 새어 나왔다 .오늘, 집에 들어갔더니 며느리가 노가다 일당을 나누고 있었다. 전에 대운하를 할때 내가 삽을 들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떠오른다. 세계 10대 경제대국 운운한지도 참 오래다. 요새는 무역흑자란 소리도 들을 수 없다. 「避隊手帖(피디수첩)」이니, 「時社鬪拏立(시사투나잇)」이니 애수를 자아내던 그 비판언론의 목소리도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문득 400일 전 삽질 하던 노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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