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을 내려오다 승강기에 들어서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전 당연히
반갑게 인사를 하려는데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가더군요.
그래도 제 뜨거운 시선을 느꼈는지
승강기 안에서도
슬금슬금 쳐다보더군요.
도저히
이름을 불러주고 어색한 상황을 모면했어야 하는데
생각이 안나는 겁니다.
저와 그 사람과의 관계도
시작이 어디였는지
마지막으로 함께한 곳은 어디였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누굽니까?
소시와 함께 잠수타서
소시보다 먼저 부상한 김상구라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결국 떠올렸습니다.
생각난 김에
이 자리를 빌어 양해를 구합니다.
"아까 낮에 무안하게 계속 쳐다봐서 미안해, 지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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