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버지께서 직장에 사표를 내셨습니다. 권고사직입니다.



아버지는 성품이 대쪽같으셔서 남 속이고 뒷돈 챙기고 부정부패같은 나쁜 꼴은 눈에 흙이 들어가도 못보시는 분이십니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오셨습니다. 이 성품 때문에 늘 트러블이 생기고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시질 못하십니다. 평생 스포츠맨과 사업을 하셨고 너무도 정직하게 사셔서 늘 손해보고 당하시기만 하셨던 아버님이시지만. 아버지는 제겐 늘 대나무같은 존재입니다.



아버지께서는 이미 칠순이 넘으셨고 그 연세에 하실 수 있으신 일은 아파트경비일이 유일합니다. 용역업체를 통해 일을 하시는데 받는 돈을 생각하면 오늘이라도 못나가시게 말리고 싶습니다만...당신의 마음은 자식 마음같지 않아서 돈을 떠나서 일을 한다는 자체가 즐거우신겁니다.



아버지 말씀으로는 집에서만 계시면 도저히 못계시겠답니다. 답답하시다구요. 이미 세번의 암수술을 이겨내시고 그저 편히 쉬셨음하는 자식의 바램과는 아버님의 뜻은 너무도 궤를 달리 하십니다.



아버님이 속해있는 용역업체에서 파견나가서 근무하시는 아파트의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다른 경비원들과 트러블이 있으셨었나봅니다. 원인은 딱 한가지입니다. 같이 도둑질을 안하셔서 그런거죠.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그들과 친한 다른 경비원들은 조직적으로 비리를 저질러왔다고 합니다. 멀쩡한 자전거를. 그것도 체인이 잠겨져 있는것들을 몰래 창고에 숨겨 놓았다가는 일정 시간동안 모았다가 한밤중에 트럭으로 실어다가 팔아버리기도 하고 심지어는 오토바이도 훔쳐다 팔았다고 합니다. 그 외 이권이 걸려있는 아파트 내의 영업권에 관계된 자질구례한 것들부터해서 단순한 유지보수가 가능한 것들도 업자와 짜고 공사비 뒤로 빼돌리기 등 그 비리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고 하더군요.



아버지께서는 몇번이고 그러지 말라고 사람들과 충돌했고 이른바 '왕따'가 되셨습니다. 이를 아파트 부녀회나 주민들에게 이야기 할 경우 사태가 법적인 문제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어 해당 용역업체사장과 이야기를 했고 결국 아버지께서 거기를 그만두시게 된겁니다. 이 일이 불거질 경우 아마 해당 관리소직원들은 절도 및 횡령으로 구속될겁니다. 결국 그들은 자신들의 뒤가 캥기는 바, 이를 눈감아주는 댓가로 경비원 노인네들에게 잔돈푼을 집어주며 묵인해 오던걸 '유일하게' 거부하며,오히려 이를 훈계하려던 눈에 가시같던 존재를 손쉽게 제거했다며 즐거워하겠죠.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는 어젯밤에 분이 안풀려 손이 부르르 떨리더군요. 해당 아파트를 찾아가 엎어버릴까도 생각했지만...아버지 이야기를 듣고는 참았습니다.

그사람들 그렇게 살아왔고.

다 처자식이 있는 사람들이고.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서라도 자연스레 밝혀질 일.

세상에 비밀은 없다. 꼬리는 길면 밟히게 되니 그냥 놔두거라...

괜히 이 노인네만 옹졸해지는 꼴이 된다고 하시네요.



휴...

어제 집에서 아내와 막걸리 한잔 하고는 잠들었습니다.

너무 속이 상했습니다.

왜 이 놈의 사회라는게...

정직하고 성실하게 남을 위해서 일하면 배척당하고 손가락질받고.

남들하는데로 똑같이 더럽게 살고 지저분해야 어울릴 수 있는건지요.

제가 아는 아버지.

정말 법 없이 사실 분이고 새벽4시에도 녹색불에 횡단보도 건너시는 살아있는 양심같은 분이신데.

칠순 나이에 아들한테 용돈 안받고 손주한테 장난감이랑 과자 사주시는 재미에 일하시는 분이신데 도대체 이건 뭐란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나라가 미쳐가니까.

세상이. 사회가 미쳐가니까.

모든게 다 미쳐가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파트 경비일을 하시는 제 아버지가 자랑스럽고 그 아파트경비일에서 잘리신 아버지가 더더욱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