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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아버지가 살아계시다면...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8-09-03 13:52:34
추천수 0
조회수   927

제목

나에게 아버지가 살아계시다면...

글쓴이

안병석 [가입일자 : 2002-05-06]
내용
장터에서 무심코 본 하얀식 운동화를 보니, 아버지 생각이 나네요.



아버지께 참 어울릴 것 같은 하얀색에, 깔끔한 디자인.

저나 동생은 격한 운동을 좋아하지만, 아버지는 연약한 육체 때문에,

유약한 선비같은 모습으로 사셨지요.



아버지 생전에는 늘 조수석에만 앉아있던 것이, 지금은 약간의 후회로 남아있어,

무리를 해서라도 고급차를 사서, 아버지를 조수석에 태우고 어딘가로 드라이빙

하고 싶습니다.

뒤에는 어머니를 태우고, 두분이 좋아하실 만한 서해안 도로를 달리다가

휴게소에 들러 우동 한그릇 사달라고 조르면, 꼭 사주실 것 같습니다.

곳곳에 요철이나 코너가 있을지도 모르니 신경 바짝써서, 땀이 흐를지언정,

최대한 아버지를 편하게 모시고 싶습니다.



아버지는 찬송과 복음성가를 좋아하셨습니다.

저는 저를 위해서는 오디오를 꾸미고 즐겼지만, 막상 아버지께는 PC용 스피커만

사드렸고, 아버지는 그것을 참 잘 사용하셨습니다.

복잡한 시스템은 아버지께 해로울 수도 있으니, 간단한 진공관 앰프와 CDP,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미션780으로 서재를 꾸며드리고 싶습니다.

소리만 나면 되지...라고 말은 하시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소리가

참 맘에 드실겁니다.



아버지는 자식에게도 속마음을 보이지 않는 이해하기 힘든 분이었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통 알수가 없고, 아버지의 손을 잡아보거나

그 품에 안겨본 일도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같이 목욕탕을 가보지도 못했고, 아버지에게 회초리를 맞아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제 아들, 딸을 제 품에 안아서 머리도 감기고 목욕시킵니다.

제 자식들에게는 제가 받지 못했던 부정의 그리움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입니다.



하지만 속사랑이 깊어 아버지를 깊이 존경하고 사랑하게 만드는 기술은...

제 자식들에게 가르쳐 주기 힘들것 같습니다.

화나면 욱박지르게 되고, 매를 들게 되는 아빠를, 아들 딸은 무서워 하거든요.



나이들면 아버지처럼 될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성품이란 쉽게 바뀌지 않겠죠



돌아오는 주 토요일은 벽제에 가서, 아버지의 유골이 있는 곳에 갑니다.

매년마다 손주들이 하나씩 늘어나서 제법 많은 식구들이 갑니다.

한번만이라도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고 왔으면 하는 부질없는 바램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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