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동네 아저씨 몇 분하고 당구를 칩니다.

(동네 아저씨는 아들 녀석과 유치원 동기 아빠죠.)



요즘 같이 못 친 지는 두 달 정도 되었네요.ㅠ.ㅠ



저희 동네에 당구장이 대 여섯 개 있는데 좋은 곳이 없습니다.

지하거나 시설이 오래되었거나 분위기가 암울(?)하거나 뭐 그렇죠.



그중에 조금 특이한 곳이 있는데 2층에 있고 당구대가 14대 정도 되고

포켓볼 대까지 있는 제법 규모가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 한번 가봤는데 말 그대로 암울 그 자체였습니다.



당구대 천은 갈지 않은 지 몇 년은 된 것 같고

형광등도 어두운 게 당구공이 보일랑 말랑

점수판은 낡고 더러우며

페인트니 벽지니 만지면 우수수 떨어질 것 같더군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집에 개가 한 마리 있는데

'그레이하운드'종입니다.



매우 날렵하고 멋지게 생겼죠.



생각해 보십시오.



당구장은 무너져 내리는데

개 한마리가 그것도 거의 '프린스'급의 그레이하운드가

당구인들 사이로 멋있는 자세로 활보하는 그 장면을요...



절대로 평범한 모습은 아닙니다...



그래서 제가 엉뚱한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그래, 주인아저씨는 벌이에는 별 관심이 없으신거야.

아마도 그레이하운드 저 녀석 사료 값만 벌려고 나오신 기인이신게야..."







엊그제 일요일에 집 근처에 나갔다가

도우미 아가씨의 신나는 목소리를 듣고 눈길을 주니

그 당구장 리모델링해서 신장개업했더군요.



'귀공자 당구장'



이틀 동안 동네 멤버(?) 아저씨들에게 전화해서 이 낭보를 전했습니다.



주말쯤 한번 거기서 모일 것 같네요.



사실 귀공자가 얼마나 쾌적하고 아늑한 분위기로 바뀌었는지 궁금도 하지만

더 궁금한 것은 그레이하운드의 행방입니다.

그 녀석 거기 마스코트인데...

제발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