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 방학 막바지 드디어 터질 것이 터졌다.
얼마 전부터 벼르고 별렀던 초딩 5학년 아들과 한바탕 맞짱을 떴다.
나
나이 - 38세
신장 - 175
몸무게 - 73
혈액형 - 전형적인 B형 남자
주무기 - 버럭, 카리스마(?)
별명 - 삐돌이
후원 - 아내, 초딩3학년 딸
아들
나이 - 12세
신장 - 138
몸무게 - 35
혈액형 - 누굴 닮았는지 전형적인 B형 남자
주무기 - 상대방 속 뒤집어지게 하는 언행
별명 - 꼴통
후원 - 할아버지, 할머니
방학이라는 특수상황을 등에 업고 그동안 우리 집의 절대권좌를 쥐고 있던 일명
"문여사" 즉 내 아내를 무참하게 즈려밟고 절대권좌의 자리를 노리는 우리 아들놈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방학기간 내내 밤낮으로 쉴 새 없이 치고 빠지는 전형적인 아웃복싱과 연방 터지는 쨉으로
그야말로 내 아내 문여사는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아내는 "저 자식 내 아들 아니야" 라는 간헐적인 말을 남기고
나에게 뒤를 맡긴다는 애절한 눈빛을 보내며 전의를 상실하고 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얼마 전 문여사의 위기를 알고 아들놈에게 협박장을 보내며 더 이상의 오만방자를 용서
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약간의 실수가 있었다.
이 꼴통의 후원자들을 간과한 것 이었다.
괜한 아이를 잡는다며 할아버지 할머니가 딴죽를 걸고 나오신 것이다.
이때 느꼈다. 아무리 악의 응징이지만 대의 명분 없이는 실패한다 것을...
이 꼴통이 아주 영리한 파이터라는 것이 어떠한 위험수위를 동물적으로 알고 아슬아슬
하게 줄타기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다리면 기회는 오는 법 드디어 결전의 날이 왔다.
일요일 가족 나들이가 며칠전부터 계획에 있었다. 아는 분들과의 휴일 모처럼의
가족 나들이였다.
그런데 이 녀석이 아침부터 민기적민기적 이불 속에서 버티더니 급기야
"나 안가면 안되? 가기 싫은데" 이 꼴통의 특기인 속 뒤집어지는 펀치를 날렸다. 이 녀석의
속내를 알기 때문에.. 수요일 일요일 컴퓨터 하는 날이다.
옷을 다 입고 이 꼴통 녀석만 바라보던 우리 가족을 아연 질색하게 만드는 카운터 펀치를
먼저 날린 것이다.
가슴 저편에서부터 무엇인가 불덩이 같은 게 올라오면서 드디어 결전의 날이 왔다는
전율이 전해졌다.
"됐어, 넌 가지마" 이 짧은 한마디로 난 식구들을 밖으로 내몰고 나오면서 컴퓨터의 모든
짹을 다 뽑아버렸다. 그리고
"너 아빠 오기 전에 저 컴퓨터에 손만 댄 흔적 보이면 그날로 손모가지....."
라는 생전 첨 해보는 윽박지름으로 꼴통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고 나와 버렸다.
순간 나오면서 닌텐도도 가지고 오는 건데 하는 아쉬움을 느낄 찰라 문여사의 울분에 찬
복수 였을까... 아내는 가방에서 닌텐도를 살짝 꺼내 보이며 "나 아직 죽지 않았어"란
의지의 미소를 볼 수 있었다.
즐거운 주말 나들이를 보내고 일부러 저녁밥까지 해결하고 밤늦게 귀가를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 녀석 태연하게 거실에서 올림픽 폐막식을 보면서
"다녀오셨습니까"란 인사까지 건넨다.
이때 약간의 흔들림이 있었지만 난 애써 외면하고 다시 한번 전의를 불사르는 차가운 눈길을
아들에게 건넸다.
난 다음 날까지 컴퓨터를 연결해 주지 않았고 닌텐도도 건네주지 않았다. 이런 아빠의 갑작
스런 태도에 이 꼴통도 위기감을 느낀 걸까 컴퓨터에 컴짜도 꺼내지 않고 아무런 반항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문여사의 복수와 방학기간 동안 기세등등 했던 아들이 오만방자함은 막을
내리나 싶었다.
BUT 그러나 월요일 퇴근길에 난 다시 한번 이 꼴통의 카운터 어퍼컷을 허용하고 말았다.
방에는 만화책이 쌓여 있었다.
"이건 뭐냐?"
"빌렸어"
속에서 다시 한번 불덩이가 올라왔다. 나도 모르게 주먹이 쥐어지는 상황....
"아빠가 예전에 그랬잖아 컴퓨터 같은 거 하지 말고 책 좀 읽으라고 안되면 만화책이라도 읽으라고.."
쥐었던 주먹에 힘이 풀리면서 며칠 전 문여사의 말이 귀가에 맴돌았다.
"저 자식 내 자식 아니야~~~~~"
조기 유학은 형편상 어렵고 이왕 갈 군대라면 조기 군대라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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