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분은 알고 계시겠지만~



지난 연휴 지리산 동남능선을 홀로 산행했었습니다.



폭우속에서 이정표도 길안내 리본도 없는 곳을 다니다



결국 계곡길을 따라 내려오는데



멧돼지를 몇번 만났습니다.





처음엔 시커멓고 조그만한 것들이 산밑으로 내려가길래 토낀가 하고 쳐다봤는데



갑자기 들리는 거친 숨소리!



'푸~~~~~~~~~~~~~~쉬~~~~~~~~'



그리고는 저 앞에 멧돼지 한마리가 좌우로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일단 저는 걸음을 멈추고 멧돼지를 주시하면서 피할 곳을 찾으니 근처에 올라갈만한



바위가 하나 있더군요.



안심을 하고 자세히 보니 먼저 봤던 것들은 멧돼지 새끼였더군요.



어미가 멧돼지 새끼들을 데리고 계속 소리를 내다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고



다시 걸음을 옮겼습니다.







잠시 후 또 '푸~~~~~~~~~~~~~~~~~`하는 멧돼지의 거친 숨소리



이번엔 좀 거리가 있었는지 눈에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시간은 오후 5시쯤이었는데 폭우로 4시정도부터 어두워져서 여름철로보면 7시는 됨직했었습니다.



소리가 사라지는 것을 기다려 다시 걸음을 재촉하는데....







'푸후~~~~~~~~~~~~~~~~~~~~~~~~~~~~~~~~~~~~~~~~~~~'



이번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아주~ 아주 가까이에서 멧돼지 숨소리가 들렸으니까요~



걸음을 급하게 멈추고 고개만 돌려보니



멧돼지 눈이 보일정도의 거리에 아까 본넘들보다 덩치가 훨씬 큰 시커먼 멧돼지가



저를 노려보며 씩씩 대고 있더군요.



일단 피할곳을 찾을양으로 고개를 돌려보는데



여기는 나무도 작고 바위도 작아서 피할 곳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거리도 가까워서 돌진해오면 피할 수나 있나 싶은 생각이 드니



순간 다리가 살짝 떨리더군요.



그래도 멧돼지 눈을 노려보고 있었더니



큰 숨을 한번 더 내쉬더니 총총 걸음으로 사라지더군요.







저도 휴~ 하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좀더 내려가니 임도가 나왔습니다.



임도에서 제가 내려온 길을 바라보니 '멧돼지 출현' '곰 출현' 경고 현수막이 잔뜩 붙어있더군요.



사실 처음 멧돼지를 만날때 이미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을 깨닳았는데



혹시나 하는 생각에 길을 찾으러 내려갔던 거였는데 마지막 멧돼지를 보고는



다시 올라갈 엄두가 안나더군요~







나중에 근처에서 민박을 하며 물어봤더니



멧돼지가 원래 사람을 잘 가린답니다.



여자나 노인들을 보면 그냥 달려드는데 남자는 좀 눈치를 보다 피한다는군요.



암튼 혹여 산에서 멧돼지를 본다면



일단 제가 한것처럼 가만히 걸음을 멈춰서고~ 피할 곳을 찾아 놓고 잘 주시하시길 바랍니다.



괜히 소리를 지르거나 도망치면 멧돼지가 공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멧돼지는 방어를 할 목적으로 공격을 하는 것이지 잡아먹으려고 공격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물론 여럿이 다니는 것이죠.



혼자 다니다 보니 이런 일도 겪네요~







그러고 보니 작년 지리산 피아골에서 야등할때도 덩치큰 짐승을 만나 도망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멧돼지를 그렇게 가까이 만나고 보니 그때도 멧돼지였었나 봅니다.



전 순간 곰인줄알고 기어올라가던 급경사 비탈길을 정말 단숨에 뛰어올라간적이 있었습니다.



그땐 바로 귀 옆에서 숨소리가 났었거든요 ㅋㅋ







제가 요즘 이런 재미에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