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 제사준비를 위해 어젯밤 집 근처의 E 머시기라는 대형 마트엘 갔습니다. 밤 10시가 넘으면 지하 수산물 코너에서 수시로 생선 할인판매 행사를 하기 때문에 주로 그 시간을 이용합니다.
와이프가 평소처럼 제사준비를 빡세게 할 형편이 아니라, 이번 제사상은 좀 단출하게 준비했습니다. 두 덩어리 포장의 국거리용 쇠고기에, 원양산 도미 한 마리, 역시 원양산 조기 두 마리, 사과-배-포도 등 과일 종류에 기타 제사상에 올라길 자질구레한 것들을 샀습니다. 그래도 10만원이 훌쩍 넘어서네요.
말이 나왔으니 말입니다만, 저는 대형 마트에 갈 때마다 감탄을 하곤합니다. 아직도 촌놈 티를 못벗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끝이 안보일 정도로 넓은 매장을 가득 채우며 넘쳐나는 수만 가지 상품들 앞에서 압도당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늘상 그리 오래 되지도 않았던 것 같은 어린 시절을 떠올리곤 합니다.
고작 식품 가게라고 해봤자 잡다한 물건들을 파는 한켠에 콩나물 시루 하나에 두부 한 판, 눈알이 이미 혼탁해져버려 말라비틀어져가던 생선 몇 종류를 늘어놓고 하루 장사를 하는 그런 가게들 밖에 기억에 없거든요. 어느 날인가 할머니 심부름으로 쇠고기 5백원 어치를 사러갔었습니다. 저녁에 들어오시는 아버지 국거리용으로 쓰기 위해서였지요. 35년 전쯤 5백원이 지금 어느 정도 가치가 되는 돈이지는 잘 가늠이 안됩니다만, 아무튼 동네 푸줏간 아저씨로부터 '쇠고기 5백원 어치를 엇따 쓰냐'는 핀잔을 들으며 대충 잘라주는 자그마한 고기 덩어리를 들고 집으로 왔습니다.
오는 길에 어린 생각에도 '쇠고기 5백원어치가 이 정도 밖에 안되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5백원 어치의 쇠고기는 제 손안에 쏙 들어오는 크기였습니다. 그것도 보관상태가 좋지않아 꼬들꼬들하게 말라비틀어진 것이었지요. 그 기억이 왜 그리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쇠고기는 당시 상당히 비싸고 귀한 음식이었습니다.
식품 코너를 돌다보니 집에서 애들이 가끔씩 냉동실에서 얼려 먹던 색색깔의 과일즙 빙과류가 죽 늘어서 있습니다. 포장에서부터 일본어가 표기된 수입산부터 국산도 다양한 회사 제품이 있더군요. 대충 눈으로 가늠하자니 같은 수량, 비슷한 무게의 제품이긴 하지만 가격이 크게는 네 배 가량이나 차이가 나네요. 100% 천연과즙을 넣어다는 것부터 인공색소를 사용했다는 것까지... 아마도 품질의 차이도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도 비슷한 일을 많이 겪고 있습니다만, 일전에 일본에서 '골판지 만두 파동'으로 된통 난리가 한 바탕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아무리 돈이 좋긴 하지만 사람이 먹는 음식의 생산비를 아끼기 위해 골판지로 만두속을 넣었다는 사실이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지요. 그래서 아마도 중국산 수입만두가 일시에 매장에서 자취를 감췄고, 그 대신 한국산 만두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산 수입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의 식탁을, 이웃 일본의 식탁을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국산에 비해 훨씬 저렴한 중국산 식품 및 가공품들입니다. 날로 치솟아만 가는 소비자 물가에 가계를 꾸려나가려면 식품은 물론, 저가 공산품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중국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게를 늘이기 위해 납알을 뱃속에 집어넣은 중국산 조기에서부터, 농약과 방부제, 표백제로 버무린 나물류와 찐쌀은 물론 다양한 중금속 물질까지 덤으로 얹어주는 중국산 유해식품들의 사례는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안먹고 살 수도 없고, 다른 걸 고르려 해도 대안이 없다는 면에서 중국산 저가제품은 우리 사회의 필악입니다.
저는 정확한 정보를 알지는 못합니다만, 음식점 기준으로 차돌박이 1인분 가격이 한우는 1만원 이상, 호주산은 4천원 선이며 미국산은 1천4백원대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미국산 수입쇠고기 판매점에는 '광우병이고 뭐고 상관없으니 이 기회에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나 실컷 먹어보자'는 사람들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고 그러지요. 또, 한편으로는 미국 쇠고기에 반대하는 단체가 가게에 몰려가 강하게 항의하고 영업을 방해하는 소동도 있었고요.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국민의 건강권'에 대한 관심이 하필 미국산 쇠고기에 집중되었는지, 국민의 건강권을 부르짖으며 생존을 위한 개개인의 '식품 선택권'까지 참견하고 방해하는 사태를 동시다발로 목도하고 보니 참으로 심정이 복잡해 지더군요. 참, 어젠가 칠레산 수입 돼지고기에서 다이옥신이 과다하게 검출되어 조치를 취했다는 기사를 언뜻 봤습니다만... 차제에 우리 국민의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이 7Kg이 조금 넘는 수준인데, 그보다는 몇 배로 많을 돼지고기는 물론, 식생활에서 필수불가결한 중국산 수입김치에서부터 고추가루, 참깨 등 각종 양념류를 비롯한 모든 농산물과 중국산 수입생선을 비롯한 모든 수산물, 그리고 안전기준 따위와는 전혀 상관없이 유통되는 중국산 저가 공산품 등...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불량 수입품'을 총체적으로 점검해서 즉시 수입을 중단하고 유통 책임자를 엄벌토록 하는 것이 어떨까... 제안해봅니다.
P.S. 미쿸산 수입 쇠고기...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배곯고 있는 북녘 동포들에게 지원해 준다면... 미친소 너희나 처먹어라... 그럴까 살짝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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