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좄선이 하는 행태가 지성으로 보인다고 말하시는건가요?
이문준님께서 2008-07-10 18:43:31에 쓰신 내용입니다
: 직업상 매년 일본에는 한 두 번씩 꼭 출장을 다닙니다. 아다시피, 일본은 명실공히 선진국이고, 그 말은,
: 안정적인 나라 혹은 역으로 변화가 정체된 나라라는 말로도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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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겨울 다녀온 일본출장길에 뭔가가 한 가지 달라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출장 성격상 차량이동을
: 많이 하는 편인데, 일본의 거의 대다수 고속화도로는 유료도로이고 통행료는 가히 살인적인 수준입니다.
: 또한, 세계 초고수준의 고령화사회답게 톨게이트 근무자들은 거의 100% 노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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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가 톨게이트에 들어서면, 단정하게 유니폼을 차려입은 노인네들이 운전자에게 씩씩한 목소리로
: 인사를 건네고 영수증과 잔돈을 건네며 감사하다는 말을 합니다. 그런데, 그렇듯 오래도록 봐왔던
: 풍경이 지난 해 겨울, 일본을 찾았을 때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전부 무인계산시스템으로
: 바뀌었더군요. 차량이 톨게이트를 안전속도로 통과하기만 하면 요금이 자동적으로 표시되고 차단봉이
: 올라갑니다. 이제 더 이상 모자를 눌러쓴 할아버지 근무자들의 모습도, 그들의 씩씩한 인삿말도
: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게 되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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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피부로 느끼는 대표적인 감상이 '한국의, 한국 사람들의 역동성이 놀랍고,
: 한편으로 부럽다'는 말이라고 합니다. 여튼, 저는 최소한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 '한국 사회의 역동성, 혹은 다이나미즘'이 구체적으로 뭘 가리키는 것인지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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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뭔가 정체된 듯한 선진국 국민으로서 자기네들보다는 뭔가 펄펄 끓는듯한 에너지를 느낄 수
: 있다는 말이겠지... 사회 전반이 안정된 기조 속에서 알아서 굴러감으로써 영양가는 풍부하지만,
: 뭔가 맛이 밋밋한 음식을 먹는듯한 기분 아닐까... 그러던 차에 한국에 와서 화끈한 고추장 맛을
: 보는 기분이 되니 저런 말을 할거야, 라는 식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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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그런 생각은 갈수록 회의가 듭니다. 고추장이 화끈하기는 하지만 매일 고추장만 먹고서는 살
: 수 없는 것처럼 그런 자극도 어쩌다 한 번 아닌가...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실상 한국에서 오래
: 생활하는 일본 사람들, 말은 아끼지만 한국 사회 전반에 대단히 부정적이지요. 결론적으로 자극이
: 지나치다는 겁니다. 말을 바꾸자면, 한국 사람들은 지나친 자극에 너무도 둔감해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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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설이 길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바뀐 일본사회의 한 단면을 보고나서 잠시 생각해봤습니다.
: 대한민국이 IT강국이니 어쩌니 합니다만, 과연 그런가 하고 말이죠. IT산업 전반의 역량이 어떤지는
: 모릅니다만, 고작 톨게이트 통행료 수납문제 하나 자동화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정녕 문제가 있음에
: 틀림 없습니다. 벌써 그 문제는 오래 전부터 거론이 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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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생각에 아마도 그 정도 실력이 없어서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분명히 뭔가
: 제도적인 문제가 가로놓여 있다는 말이겠지요. 그것도 아니라면, 일본과 같은 '전체주의적' 국가와는
: 달리 너무도 '민주주의적'인 입장에서 혹시라도 있을 지 모르는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해 자동화를
: 포기했다... 는 것인지 알쏭달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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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력은 있으되, 그 실력을 마음껏 펼칠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면, 혹은 그런 시스템화를 방해하는
: 무엇인가가 나름 '시스템 따위와 비교할 수 없는 지고의 가치'를 주장하며 그것을 가로막고 있다면..
: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지요. 나아가 자신의 주장을 과시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세몰이를 하고, 이를
: 위해 특정한 정보만을 확대-과장-왜곡하고 이성이 아닌 감정에 기대어 사회적 갈등을 부채질하고 확대
: 재생산하는 전투적 세력들의 무논리적 선동 앞에 가로막힌 대한민국의 앞날이 어떤 모습일지는 뻔할
: 뻔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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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 하다하다 이젠 고작 '라면'에까지 보수와 진보색깔을 뒤집어 씌우는데야 두 손 다 들어야할
: 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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