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늘상, 이렇게 한 해를 보내고 나면, 역시, 기억속에 멀어졌다간, 다시,..
하염없는 아쉬움을 몰고, 또 다시, 반복되는 추위속의 또 다른 아쉬움...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온갖 상념이 가득한 한 해를 적당한 소음과 적당한 갈등과 적당한 이기심을 섞어, 한 해를 보냈습니다. 후회를 하지만, 그렇다고 자책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만큼, 나 자신도, 나의 가족도, 평범한 마음을 평범한 일상에 섞어 열심히 살아온 만큼, 적어도 후회라는 단어로 모두 집어넣기에는 나와 나의 또다른 사람의 모습속에 담아야 할 것이 너무도 많기 때문입니다.
다가올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과 떨쳐내야 할 아쉬움을 섞어 서로를 위로하고 용기를 복돋워 봅니다.
와싸다 회원님들 여러분...
한 해... 후회로 점철된 한 해를 보내셨나요? 아니면, 적어도 돌아올 한 해를 위해 아낌없이 자신을 불태우셨나요?...
구구절절한 사연을 뒤로 하고, 힘든 노동의 중간역에서 적어도 누추한 고옥에 자신의 몸을 뉘어 휴식과 안락을 줄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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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갈 때쯤, 마치, 연대기를 쓰듯 한 개씩 게시판에 글을 남기는 자신을 보게되는군요.
올 한해, 무엇보다, 몸이 아팠던 관계로 아직 젊은 나이에, 많은 생각을 하며 한 해를 보냈군요. 무엇보다, '관계'라는 것에 대해 많은 시간을 생각하며 보낸 것이 올 해의 색깔을 짓는데 일조를 한 것 같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자리에, 새기분과 새로운 기운을 불어 놓고자, 아내의 오랜 부탁대로 주간 시간에 볕이 잘 드는 남쪽 방을 아내에게 주고 주로 야간에 음악을 듣는 제가 북쪽의 방으로 옮기기로 하였습니다. 그야말로 이사아닌 이사를 했습니다.
옮겨야 할 귀찮은 것이 워낙 많은 탓에, 방을 옮기기로 한 것이 녹록치 않을 일이라, 성탄절을 전후해 시간이 되는 관계로 겨우 연말이 되어서야 아내의 부탁을 들어주게 되었습니다.
항시, 남편과 자식, 그리고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조신한 아내의 모습에 늘 감사를 하면서도, 정작, 아내라는 존재, 부부라는 관계를 늘 상 잊고 산것이 아내에 대한 빚으로 생각이 되었나 봅니다.
***시도는 하였으되, 그 과정이 이토록 험난한 것인지, 참으로 고난의 연속입니다.***
고난의 시작...
저는 쉽사리 이민을 생각하지 못합니다.
무엇보다, 지나온 추억을 묻힌 공간에 대한 집착이 너무 많고,
무엇보다, 쉽사리 변화에 적응하기가 어렵고,...
무엇보다, 발자취처럼 여기는 것들을 놓치지 않고 품고있으려는 미련스러움이 많아서입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음악에 대한 열정에서 출발해, 집착처럼 품게되어 버린, 음반입니다.
제 시디방에는 시디랙이 12개가 들어있습니다. 한 데,...
아무래도 안전이 문제가 되어, 벽에 피스구멍을 만들고, 각각의 시디랙을 벽에 튼튼한 육각 나사로 시디랙 내부에서 벽체로 고정을 시켜놓았는데, 이게 일반적인 렌치로는 분리가 되지 않는 것이라, 오늘 방을 옮기다가, 결국 랙 4개만 옮기는데 성공하고, 나머지는 결국 시공을 해 준 업체사람이 주말에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불상사가 생긴겁니다.
절반의 시디는 이미, 다른 방으로 옮겨놓은 상태인데, 그야말로, 전쟁터가 다름없습니다.
이 와중에 아내와 그야말로 별 것아닌 말다툼이 시작되고 결국 몇 년만에 처음 언쟁을 하게 되었네요...이내 밀려오는 후회도 많고...
마음의 휴식과 여유로움을 주고자 모은 음반이...
음반으로 인해, 아내와 언쟁을 하게 될 줄이야...
정서를 어루만져, 내게 영혼의 안식을 주었던 그 음반으로 인해 다툼이 생겼다는 사실에 오늘 오후 많은 생각이 오고 갑니다.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이 바로, 이런 도구로서의 음악이 아닌, 온기를 나눌 가족이 아니었나...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적지않은 에피소드를 만들어 한 해를 마무리하네요.
새로 옮기기로 한 남쪽의 아내의 방엔, 전쟁터처럼 집기와 시디가 혼란스럽게 널부러져있고, 옮겨진 제방도 도저히 들어가 앉을 공간이 없는 시디와 소품들의 전쟁터가 되어, 주말까지, 이런 참화를 방치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아내를 향해선, 늘 속상한 것으로 남아있는 것이 있습니다.
생각속에 가두어 두고 늘 꺼내보지 못한 것,..
바로 '사랑'이란 말입니다.
연애시절부터, 결혼을 약속하고, 결혼을 하고, 그리고 아이를 낳고,...이런 과정속에, 단 한 번도 입밖에 아내에게 '사랑한다'라는 말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본질적으로 아내와 저는 고루하다고까지 보일, 5,60년대의 무언의 애정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과거속의 주인공같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저녁을 먹고 설겆이를 위해 막 일어나려는 아내를 붙잡고 정색을 하며 말을 건넸습니다.
"잠깐만 할 말이 있는데..."
약간의 침묵이 흐릅니다.
어색함을 감지한 아내가 침묵으로 되묻습니다.
"........."
다시 침묵이 흐릅니다.
이윽고 제가 말했습니다.
"사랑해!"
아내가 ................활짝.......... 웃었습니다.
"...^^..."
그리곤 총총 걸음으로 사라집니다. 같은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말없는 화답에 행복이 밀려옵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은 여느 때보다 더 많이 행복한 저녁이 되었습니다.
내가 기쁜 이유는 바로 아내때문이란 걸, 깨달으며 올 한 해를 마무리합니다.
*p,s... 몇 개 안되는 1년에 한 개씩 올리는 오디오 갤러리글에 오디오 사진은 거의 없네요. 그래도 오디오갤러리 기본은 맞추려고 음반이 들어간 전쟁터사진을 올려놓습니다. 아무래도, 이 갤러리는 제겐, 1년을 정리하는 개인 연대기가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한 해, 잘 보내시고, 새 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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