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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지하철역에서 니콜 키드만이 출연한 영화 '인베이젼'의 광고 포스터를 보고
오리지널판을 비롯한 '바디 스내쳐' 시리즈의 영화를 대충 언급했던 일이 있습니다.
위 포스터는 잭 피니의 소설 'The Body Snatcher'를 처음으로 영화화한 돈 시겔
감독의 1956년도 작품이지요. 잰 체 하기 좋아하는 일부 호사가들은 '매카시즘이
기승을 부리던 당시, 공산주의 이념의 확장을 두려워한 미국 사회의 정치적 우화'니
뭐니 하면서 의미를 부여하던 영화지만, 사실 작가는 어떠한 정치적 이념도 투영한
바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그저, 오손 웰즈의 '화성침공'이 던져준 고도문명을 지닌 외계생명의 지구공격 가능성
이라는 흥미진진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변형된 형태의 외계생명체 침공을 다룬 SF
소설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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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 달 가까이, 소위 '광우병'이라는 보이지 않는 실체를 놓고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습니다. 지난 정권에 그리도 친절했던 주요 TV들을 비롯한 매체들의
과장-왜곡-편파적 보도로 촉발되고, 설립 취지가 분명한 반정권적 단체들의 조직적
증폭을 통해 급속하게 확대재생산된 광우병 괴담들이 일파만파로 퍼져 광화문 일대는
시도 때도 없이 무법천지가 되었습니다.
마치 무정부 상태를 목도하는 것처럼 공권력이 맥없이 뒷걸음을 치고 있는 가운데
시위대에게 무장해제 당한 광화문 일대에서 그 상황을 매일 부딪혀야 하는 상황이
되고 보니 어느 날 문득 이 영화가 떠오르더군요. 인간 광우병이라는 보이지 않는
실체 앞에서 공포에 전염된 사람들. 심하게 말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기는
커녕, 구경도 하기 전에 '정신적 인간 광우병'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감염시킨
것인가... 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초기의 순수한 반대집회는 어느덧 희석되어 버리고, 급기야 불법적인 도로점거로
이어져 수많은 차량들이 오가는 서울의 최중심 도로를 막아 시민들의 발을 시도 때도
없이 묶어버렸고, 온갖 종류의 반정부 단체와 이익집단들이 전면에 나서 정치-사회적
불만을 증폭하며 정권타도 운동으로 변질되어 법과 공권력에 맞서 물리적 폭력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개명천지에 개판이 따로 없더군요.
요근래 제가 봐온 광화문 풍경은 '광우병을 빙자한 정권혐오적 집단광기의 표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밤늦게 술자리를 파하고 교통이 차단된 광화문
인근을 걸어오던 우리 직원 두 명이 술김에 한 마디 했다가 시위대 수십 명으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무자비한 발길질에 쇄골이 부러져 곧
수술을 받아야 할 처지기도 하고요.
정부가 무슨 이유 때문에 쇠고기 협상를 그토록 흐리멍텅하게 서둘렀는 지는 알지
못합니다. 분명 큰 정책적 실책이었고, 이는 훨씬 더 큰 정치적 참사로 이어
졌습니다. 여차하면 터져나오려고 기회를 엿보던 반정권 세력에게 맛있는 빌미를
갖다바친 것이지요.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 담당자들의 정치적 무신경은 물론이고,
그 혼돈의 와중에 국민들에게 확실하게 검증한 무소신-무능력에는 혀가 내둘러질
정도입니다. 충분히 비난받고 비판받을 만 합니다.
그러나, 그런 집단적 정권 비판의 최전선에 '미국산 쇠고기 = 미친 쇠고기 = 인간
광우병'이라는 선동적 논리를 앞세우는 것은 보기 민망합니다. 저간의 사정을 잘
모르는 국외자들의 눈에는 미국산 쇠고기가 한국 땅에 들어오는 즉시 전국민이 인간
광우병에 걸려 처참하게 죽을 것처럼 난리를 피우는 것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저어됩니다.
나와 내 자식들의 건강을 담보로 한 생존권 투쟁이라면, 그런 식의 논리라면 솔직히
실체 모호한 인간 광우병보다 수만배 더 위험하고, 현시적으로 밝혀져 있는 담배나
술의 극악성에 반대하는 촛불을 밝히는 것이 훨씬 더 시급하다 싶습니다. 하루 세 끼
먹지않으면 안되는 생존적 문제라면 우리 식탁을 실질적으로 점령하고 있는 중국산
수입식품들을 검증하고 반대하는 것이 훨씬 더 중차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표백제로 버무린 김밥용 찐쌀, 무게를 늘이기 위해 납덩어리를 집어넣은 생선류,
기생충 알로 양념이 잘 된 김치 등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일부 사례들 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이 취사선택할 수 없는 농약과 발암물질로 범벅이 된 중국산
농수산물로 가공된 저급한 중국산 식품이 광우병 쇠고기의 수십, 수백 배 더 우리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생각은 안드시는지 모르겠네요.
육식을 위주로 하는 미국이나 유럽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OECD 가입국'이라는
빛나는 훈장을 번쩍이는 선진국민으로서의 체통에도 문제가 있다 싶습니다. 우리야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에 비해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이 6분의 1도 안됩니다. 아무리
나름의 비판적 주장과 자료를 뒤져봐도 벼락을 수 십 번도 더 얻어맞을 확률보다도
적다는 인간 광우병의 가능성, 그것도 최장 20년의 잠복기를 거친다는 그 실체 모를
병을 정권타도의 구실로 맨 앞에 내세우는 건 낯이 좀 간지럽기 때문입니다.
이명박을 욕하고,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뽑아준 보수세력을 질타하고, 조중동으로
통칭되는 보수적 언론 매체들을 타도하려면 '미친소'는 그만 찾고, 그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대의명분을 내세우십시오.
대한민국은 주권재민의 원칙을 천명한 민주주의 국가이고, 당연히 국민의 정치적
의사표명은 헌법으로 보장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선거'라는 방법을 통해
간접적으로 국가운영에 참여하는 방식의 보장입니다. 차제에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한 우리의 헌법적 권리를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라도 쇠고기 문제는 국회로
보내어 규명토록 하십시오. 그래야 탄핵을 발의하건 말건 할 것 아닙니까...
참고로, 거리로 나서서 시위세력의 곁불을 좀 쬐어볼까 서성이는 국회의원들.. 제
정신인지 궁금합니다. 국민의 대의를 행사하기 위해 돈 써서 국회에 들어간 사람들이
국회의원일진대 길거리 정치를 기웃거리는건 스스로의 밥그릇을 걷어차는 멍청한
짓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인지 종내 이해가 안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