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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과 절망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2008-07-01 12:53:12
추천수 1
조회수   776

제목

희망과 절망

글쓴이

여명수 [가입일자 : 2002-02-16]
내용
(그냥 평어체로 쓰는 것을 용인해 주시기를...)

-희망



어제도 시청앞 광장으로 나갔다.

정의구현사제단의 구국미사가 있어 평일이지만 많은 분들이 참석하겠거니 했는데

퇴근시간대임에도 자하문을 지나 경복궁역 앞에 이르기까지 차량소통이 원활한 걸로 보아

별로 많이 모이지 않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연일 계속되는 집회의 피로에, 혹은 토요일, 일요일의 강경진압에 겁을 먹은 것인가?

조금은 실망스러운 마음을 '이런 때 일 수록 나 하나라도 보탬이 되어야지' 하며

추스리고 발걸음을 빨리한다.

서울광장은 꽉 차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분들이 나오셨다.

신부님과 수녀님이라는 빽을 믿어서인가?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젊은 엄마들,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제법 눈에 많이 뜨인다.



입당송은 성가가 아니라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리고 '함께가자 이 길을'으로 불려진다. 눈시울이 시큰해진다.

신부님이 '많이 외로우셨죠? 저희가 왔습니다' 하신다.

tlvk....냉담자가 된지 오래인 내가 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속으로 그냥...'고맙습니다...신부님...'할 뿐이다.

사그러져 갈것 같던 촛불이 다시 타오르는 것 같은 희망이 느껴진다.

미사가 끝나고....촛불든 군중이 터준 길 사이로 사제단이 십자가를 앞세우고 행진을 나선다.

그런데 나가는 방향이 닭장차로 막힌 덕수궁쪽이 아니라 프라자 호텔쪽인 것 까지는

알겠는데 광화문이 아니라 남대문쪽으로 향하는 것이 의아스럽다.

토,일요일의 시위때 많은 분들이 부상당한 불상사 같은 것을 피하시려는 것으로 이해한다.

(나중에야 소통부재의 청와대를 버리고 국민을 향해 호소하겠다는 의도였음을 안다.

역시 멋진 신부님이시다.)

전경을 향해서는 '보장하라 평화시위', 인도의 시민들에게는 '함께해요 평화시위',

남대문에 이르러서는 '이명박이 불태웠다'라는 구호가 불려졌다.

에게..겨우 요거 밖에 안 모였나 싶었는데 일단 행진을 시작하니 어머어마한 군중 행렬이 된다

시위대 때문에 통행이 막힌 서울역 방향 차량 에겐 미안한 감정으로 손을 흔든다.

버스안에 갇힌 대부분의 시민들은 짜증스러운 표정이지만 그 중 누구 하나라도

마주 손을 흔들어 주면 와~~하는 함성을 지르며 좋아한다.

경동택배의 대형운송차량 두대에게도 미안함을 표시했더니 운전자도 마지못해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주던 장면도 좋았다.

예전 새로나 백화점 앞에서부터는 침묵행진...



을지로 입구쪽을 돌아 다시 서울광장으로 온다,

신부님들은 내일도 미사를 하실거라며 이만 돌아 가라고 한다.

(나중에 들으니 단식에 들어 가신다고....)

아쉬운 마음 반, 무언가 벅찬 마음 반으로(이 벅찬마음은 단지 신부님, 수녀님들 때문은

아니다. 그 시간까지 자리를 지킨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젊은 엄마들, 남이 보건 말건

혼자 쓰레기를 줍던 아름다운 처녀, 손주와 함께 나온 할머니, 할아버지들, 함께 한 외국인

아주머니들....이 아름다운 사람들 때문이다) 서울광장 언저리에 한참 앉아 있다 일어선다.





-절망



지난 주에 내가 유일하게 존경하고 유일하게 좋아하는 모 동호회 회원과 저녁을 같이 했다.

그는 고전음악에 높은 경지를 가졌으며 서,화에도 능하고 교양있는 사람이다.

술이 몇 순배 돌았을 때 그에게서 충격적인 소리를 듣는다.



광우병은 200킬로그램 먹어야 걸릴까 말까한 병이다, 촛불집회 하는 자들은 다 바보다.



탄핵때도 내가 좋아하던 동호회 회원 두사람과 결별한 아픔으로 친인척이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는 가급적 정치적인 얘기는 피하고 있어 시류에 대한 애기는

꺼내지도 않았는데 그가 예상밖의 이런 말을 하는 바람에 잠시 멍청해졌다.

의학쪽에 종사하고 있는 그에게 근거가 뭐냐고 말하기도 장황스러워 단지 광우병 쇠고기

때문이겠느냐고, 다른 나라에서는 적극 저지하고 있는 30개월짜리 고기와 위험부위까지

수입하려는 저자세 외교, 협상 내용과는 다르게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

매번 국민을 속이는 정부행태에 대한 분노 때문이 아니겠냐고 에둘러 말했건만

그는 눈치도 못채고 더 심한 말을 내 뱉었다.

'독일 같은데서 이런 시위가 일어 났다면 총질했을 것'이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알수없는 절망같은 것이 엄습한다. 인간에 대한 절망이다.

바로 조금전의 대화에서는 '레퀴엠을 듣느라면 눈물이 절로 흐른다,

유럽을 다 돌아 봤지만 제일 좋았던 곳은 히말라야였다. 히말라야 트레킹시 설산 산악들과

처음 대면했을 때 눈물이 절로 줄줄 흐르더라는 그 였기 때문이다.



대체...음악을 들었을 때, 장엄한 설산을 만났을 때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던

따듯한 감성과, 촛불시위대 같은 것은 총질감이라는 인식차이의 간극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나는 그가 알 수 없어졌다. 그가 여지껏 내게 보인 교양이라는 것도 정체를 모르게 되었다.

내가 이미 촛불시위에 대여섯번 나갔다는 것을 알면 그는 어떤 표정이 될까?

존경하고 좋아했던 그 였던지라 나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씁슬하게 모임을 끝냈다.

그리고 이제 고민한다. 나를 기만하고 그와 계속 친분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내 입장을 밝히고 그와 결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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